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식품보관용 용기의 모양이 서로 닮았더라도 같은 디자인권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후11026 판결은 이미 알려진 부분과 새롭게 눈에 띄는 특징을 구별하여 디자인의 유사성을 판단한 사건입니다.
두 용기 모두 원통형이고 몸체의 위아래가 볼록하다면, 한눈에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공통점이 이미 여러 제품에 쓰이던 모양이라면 어떨까요? 이 사건에서는 닮은 부분의 개수보다, 어떤 부분이 닮았고 어떤 부분이 달랐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사건 개요|상대방 디자인권의 범위에 들어가는지 다퉜습니다
피고는 ‘식품보관용 용기’에 관한 등록디자인의 권리자였습니다. 원고는 자신의 확인대상디자인이 피고의 등록디자인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했습니다. 확인대상디자인은 등록디자인과 비교하여 권리범위에 포함되는지 판단받으려는 구체적인 디자인을 뜻합니다.
원고가 청구한 절차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입니다. 쉽게 말해, 내 디자인이 상대방의 디자인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는 그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인 특허법원 2024. 8. 29. 선고 2024허12128 판결도 두 디자인이 유사하여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이 사건의 중심은 디자인등록 자체를 무효로 할 것인지가 아니라, 비교 대상 디자인이 그 권리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지였습니다.
비교 대상|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
사시도는 물품을 비스듬히 보아 입체적인 모양을 보여 주는 그림이고, 정면도는 앞에서 본 모습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모습에 나타난 입구부, 몸체부와 바닥면의 특징을 비교했습니다.

공통점이 있어도 모두 같은 무게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두 디자인은 입구부와 몸체부로 이루어진 원통형입니다. 몸체는 위쪽, 가운데, 아래쪽의 3단으로 나뉘고, 위아래는 돌출되는 반면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들어간 수직벽을 이룹니다. 위아래 모서리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무리된 점도 닮았습니다.
세 부분의 길이 관계도 비슷했습니다. 위쪽보다 아래쪽이 길고, 아래쪽보다 가운데가 더 길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유사점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심에서 선행디자인 6, 8, 9, 10으로 부른 디자인들에도 같은 특징이 나타나 있다는 점을 살폈습니다.
선행디자인은 비교의 기준이 되는, 앞서 알려진 디자인입니다. 아래의 선행디자인들은 원통형 몸체와 단으로 나뉜 형상 등이 이미 존재했다는 점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입구부 아랫단 일부에 톱니 모양의 돌기들이 배열된 점도 두 디자인의 공통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특징 역시 선행디자인 1, 2, 3, 4에 나타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몸체의 공통점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이 닮았다는 사정의 중요도도 낮게 평가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핵심 법리|이미 알려진 모양까지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앞서 공개되어 알려진 부분을 ‘공지 부분’이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공지된 형상이나 모양이 포함된 디자인이 등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공지 부분에까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서로 닮은 부분이 공지 부분이라면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야 합니다. 공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특징적인 부분이 서로 유사하지 않다면, 비교 대상 디자인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식품보관용 용기가 오래전부터 흔히 사용되어 여러 디자인이 만들어졌고, 구조적으로도 모양을 크게 바꾸기 어려운 물품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런 물품의 디자인은 유사하다고 인정하는 범위를 비교적 좁게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을 바꾼 차이|돌기, 몸체 윤곽과 바닥면
첫째, 입구부 아랫단 일부에 연속적으로 배열된 돌기의 구체적인 모양과 개수가 달랐습니다. 등록디자인에는 삼각형 모양의 돌기 5개가 연속해서 배열되어 있었지만, 확인대상디자인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돌기 4개가 연속해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둘 다 톱니가 있다’고만 비교해서는 이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둘째, 몸체의 돌출된 위아래 윤곽이 달랐습니다. 등록디자인은 위쪽이 둥글게 돌출되고, 아래쪽은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으로 돌출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돌출된 위쪽과 아래쪽이 모두 수직 형상이었습니다.
셋째, 바닥면도 달랐습니다. 등록디자인은 평평한 형상이었지만, 확인대상디자인은 바닥면의 가운데가 둥글게 솟아오른 형상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차이가 두 디자인의 전체적인 심미감에 차이를 가져온다고 보았습니다. 심미감은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느껴지는 시각적인 인상을 뜻합니다.
이 판단은 작은 차이가 하나만 있어도 항상 다른 디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닮은 부분이 이미 알려진 요소라는 사정과 물품의 특성을 고려한 다음, 나머지 구체적인 형상 차이가 전체 인상을 달라지게 하는지를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결론|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하지 않아 그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본 원심에는 디자인 유사 판단의 법리를 잘못 적용한 점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파기환송은 기존 판결을 깨뜨리고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이 판결의 결론을 등록디자인 자체가 무효가 되었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
첫째, 비교할 제품 두 개만 나란히 놓고 유사성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닮은 부분이 언제부터 알려져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선행디자인 자료까지 함께 살펴보셔야 합니다. 공통점의 존재와 그 공통점에 부여할 중요도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원통형인지 아닌지처럼 큰 윤곽만 보지 말고 입구, 돌기, 몸체의 단과 바닥면을 구체적으로 비교하셔야 합니다. 다만 차이점을 목록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차이가 전체적으로 보이는 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디자인권을 확보하거나 제품을 출시할 때 해당 물품 분야에서 이미 다양하게 사용되는 형상을 조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흔한 형상이 많은 분야에서는 새롭게 창작한 특징이 무엇인지, 도면에 그 특징이 충분히 나타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한 실무상 검토 방향입니다.
마무리|닮았다는 첫인상에서 한 걸음 더 살펴보세요
디자인의 유사성은 공통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식품용기처럼 익숙한 물품에서는 이미 알려진 모양의 중요도를 조절하고, 나머지 특징이 만드는 전체적인 인상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디자인권의 보호범위를 판단할 때 선행디자인과 구체적인 차이를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