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독서대용 책 고정구의 디자인 창작성을 다룬 특허법원 2026. 9. 16. 선고 2026허10030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스프링의 감긴 횟수나 막대의 재료, 꺾이는 위치를 바꾸었다면 새로운 디자인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이 사건은 그러한 차이가 왜 등록을 유지할 만큼의 창작으로 인정되지 않았는지 보여줍니다.
핵심은 눈에 보이는 차이를 찾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이미 알려진 책 고정구의 형상들을 관련 분야의 디자이너가 쉽게 바꾸거나 조합할 수 있는지, 그 결과 전체적인 외관에 어떤 미적 차이가 생기는지를 살폈습니다.
1. 독서대용 책 고정구는 왜 무효심판을 받았을까요
문제가 된 디자인은 책을 펼쳐 놓았을 때 페이지가 접히지 않도록 눌러 주는 독서대용 책 고정구입니다. 디자인권자인 원고는 이를 2020. 9. 2. 출원하여 2021. 8. 16. 제1124179호로 등록받았습니다. 가는 막대 한쪽에는 눌러 주는 힘을 만드는 스프링이, 다른 쪽에는 책에 닿는 지지부재가 있습니다.
주식회사 나이스통상은 이 등록디자인을 기존 디자인들로부터 쉽게 창작할 수 있다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등록무효심판은 이미 등록된 권리에 법에서 정한 무효사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 11. 26. 2025당1622 심결에서 선행디자인 1과 2를 결합하여 쉽게 창작할 수 있다고 보아 등록을 무효로 하였습니다.
디자인권자는 그 심결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은 선행디자인 1의 기본 형태에 다른 선행디자인들의 절곡 형태와 지지부재를 반영하는 것이 쉬운지를 검토한 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등록을 무효로 한 심결의 결론을 유지한 것입니다.
2. 창작성은 단순한 차이의 유무와 다릅니다
이 사건에서 적용한 규정은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2항입니다. 해당 분야의 통상의 디자이너, 즉 그 분야에 보통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이미 알려진 디자인이나 널리 알려진 형태를 이용하여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은 등록받을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기존 디자인과 조금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창작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알려진 형태를 부분적으로 바꿨더라도 전체적으로 다른 미적 가치가 생기지 않는 상업적·기능적 변형에 그치거나, 그 분야에서 흔히 쓰는 방법으로 변경·조합한 수준이라면 쉽게 창작할 수 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러 자료에서 비슷한 부품을 찾아 모으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기존 디자인이 사용된 물품이나 분야, 외관상 특징 사이의 관련성, 해당 분야의 일반적 경향을 함께 고려하여 실제로 그러한 결합에 쉽게 이를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에는 가는 선재로 만든 가압부재와 양 끝의 스프링·지지부재라는 공통된 구성이 있었습니다. 선재란 철사처럼 가늘고 긴 재료를 말합니다. 법원은 이 공통된 기본 형태를 전제로 스프링, 기울기, 절곡부, 지지부재의 차이를 차례로 검토하였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의 전체 형태 및 사용 상태입니다.
3. 코일 횟수와 기울기는 왜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먼저 등록디자인은 스프링의 코일이 세 번 감겨 있었고, 선행디자인 1은 두 번 감겨 있었습니다. 판결에서 말하는 유효감김수는 이러한 코일 부분이 감긴 횟수를 뜻합니다. 또한 스프링에서 뻗어 나오는 가압부재의 기울어진 방향도 서로 달랐습니다.
법원은 감김수와 기울기를 필요한 탄성력 등 제조·사용상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았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부분이 책 고정구의 외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미감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여기서 미감은 물품을 보았을 때 느끼는 시각적인 인상과 아름다움에 관한 평가입니다. 스프링의 횟수가 실제로 달랐다는 사실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차이가 전체 외관에서 갖는 의미와 변경의 어려움을 함께 따져 본 것입니다. 법원은 선행디자인 1의 감김수와 기울기를 바꾸는 방법으로 이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4. 재료와 꺾이는 위치가 달라도 쉽게 바꿀 수 있었을까요
등록디자인에는 가압부재의 한쪽에 제1 절곡부가, 다른 쪽에 제2·제3 절곡부가 있어 그 하부가 사다리꼴과 비슷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절곡부는 재료가 꺾인 부분입니다. 선행디자인 1에는 한쪽에만 절곡부가 있어 같은 사다리꼴 형태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디자인권자는 다른 선행디자인 중에는 넓적한 판재로 만든 것도 있고, 책장을 넘기는 페이지 롤러의 일부도 있으므로 그 형태를 가져올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각 절곡부의 구체적인 위치와 각도 역시 쉽게 도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선행디자인 3의 페이지 롤러에도 책의 펼침면을 누르는 부품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가는 선재 형상의 암 끝에 꺾인 스프링과 고무 조각이 연결되어 있고, 그 하부가 사다리꼴과 유사한 모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전체 장치가 페이지 롤러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누르는 부분의 외관적 관련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선행디자인 3의 페이지 넘김 기구에는 책을 누르는 암과 스프링, 고무 조각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행디자인 2와 5에도 각도와 방향이 서로 다른 절곡 형태가 나타나 있었습니다. 특히 선행디자인 5는 지지부재 쪽에 두 개의 절곡부가 있어 가압부재 하부가 사다리꼴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들 모두를 등록디자인과 동일·유사한 물품에 관한 디자인으로 보아, 절곡 형태를 참작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선행디자인 2와 선행디자인 5에 나타난 책 고정구의 절곡 형태입니다.
재료 차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였습니다. 가는 선재와 넓적한 판재 중 무엇을 사용할지는 고정구가 책을 가리는 정도나 필요한 탄성력 등을 고려하여 디자이너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료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절곡 형태의 활용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절곡부의 위치와 선재의 각도를 조정하는 정도도 통상의 창작능력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선행디자인 2, 3 또는 5의 절곡 형태를 참작하여 선행디자인 1을 변경하면 등록디자인의 절곡 형태에 쉽게 이를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모든 다른 재료의 디자인을 언제나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는 일반론이 아니라, 책을 누르는 용도와 형상의 관련성이 확인된 이 사건에 대한 판단입니다.
5. 캡슐 모양 지지부재를 더해도 결론은 같았습니다
마지막 차이는 책에 닿는 지지부재였습니다. 등록디자인은 길쭉한 캡슐 형상이었고, 선행디자인 1은 중간이 부풀어 오른 쌀알 형상이었습니다. 디자인권자는 등록디자인에 이르려면 절곡 형태를 바꾸는 것 외에 선행디자인 4의 지지부재까지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선행디자인 4에는 상단에 길쭉한 캡슐 형상의 지지부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선행디자인 4가 실질적으로 같은 물품인 독서대용 가압구에 관한 디자인이고, 이미 길쭉한 캡슐 형상의 지지부재를 보여 준다고 보았습니다. 그 형상 자체도 비교적 단순하여 선행디자인 1의 지지부재를 이 형태로 교체하는 데 특별한 창작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선행디자인 1을 기본으로 선행디자인 2, 3 또는 5의 절곡 형태를 참작하여 변경하고, 여기에 선행디자인 4의 지지부재를 결합하면 쉽게 창작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2항에 따른 무효사유가 있다고 보아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판결이 다룬 것은 등록의 유효성이지, 특정 판매 제품의 침해나 손해배상 여부는 아닙니다.
6. 출원 전에는 변경한 부분의 의미까지 정리해야 합니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존 디자인과 달라진 곳을 표시한 비교표는 검토의 출발점입니다. 그다음에는 그 차이가 단순히 필요한 힘이나 사용 편의에 맞춘 조정인지, 아니면 전체 외관에 새로운 미적 인상을 주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차이가 여러 개 있더라도 각각이 통상적인 변경이고 그 조합도 쉽다고 평가되면 등록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재료를 바꾸거나 부품을 추가한 디자인이라면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과 관련 부품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특허·실용신안 문헌의 도면에도 비교할 만한 외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디자인공보뿐 아니라 실용신안·특허 문헌에 나타난 형태가 검토되었습니다. 문헌의 이름보다 그 안에 어떤 형태가 공개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검토 자료를 준비할 때에는 ‘기존에는 두 번, 우리는 세 번’처럼 수치의 차이만 정리하기보다, 그 선택이 전체 실루엣과 비례, 부품의 연결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기존 형태를 조합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면 물품·용도·외관상 특징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짚어야 합니다. 다만 어떠한 자료가 결정적인지는 각 디자인과 선행자료의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판결에서 배울 점은 부품의 개수나 재료의 차이만으로 창작성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을 누르는 기능과 관련된 기존 형상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그 변경이 전체 외관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보았기 때문에 등록무효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디자인을 준비하실 때에도 ‘무엇을 바꿨는지’와 함께 ‘그 변화가 외관에서 왜 의미가 있는지’를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