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디자인등록이 무효가 된 뒤, 이미 확정된 조정을 다시 다툴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5. 11. 27. 선고 2025재나10010 판결은 발가락 교정기 디자인 분쟁에서 무효심판, 형사 재심, 민사 준재심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판매를 중단하고 돈을 지급하라는 조정이 확정되었는데, 그 근거가 된 디자인권이 나중에 무효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 판결을 이해하려면 디자인권이 사라지는 문제와 확정된 조정을 취소하는 문제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사건 개요: 두 디자인권을 둘러싼 침해 분쟁
원고 회사는 제1 등록디자인인 발가락 지압 교정구(제30-0785961호)에 관하여 전용실시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용실시권은 설정된 범위 안에서 등록디자인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제2 등록디자인인 발가락 교정기(제30-0885468호)는 원고 회사와 조정참가인이 함께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분쟁에 등장한 제1·제2 등록디자인과 피고 등록디자인입니다. 각 디자인의 전체적인 형태를 보여 드립니다.
피고는 자신의 등록디자인인 발가락 지압 교정구(제30-0923283호)에 따른 제품을 생산·판매했습니다. 원고 회사는 피고 제품들이 제1 디자인의 전용실시권과 제2 디자인권을 침해한다며 생산·판매 금지, 제품 폐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소송에서는 여러 종류의 피고 제품이 함께 다루어졌습니다.

피고 실시제품 중 ‘더바른 발가락링(일상용)’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 6. 25. 선고 2019가합564832 판결에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습니다. 피고가 항소한 뒤 특허법원은 2023. 3. 20. 제품의 생산·판매 중단, 폐기, 금전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 결정은 2023. 4. 12. 확정되었습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법원이 사건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는 해결 내용입니다.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확정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기므로, 어느 한쪽이 마음을 바꾸었다고 쉽게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디자인 무효와 형사 재심,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침해소송과 별도로 피고는 특허심판원에 디자인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무효심판은 등록에 법률상 문제가 있어 그 효력을 없애야 하는지 판단받는 절차이며, 특허심판원이 내리는 판단을 심결이라고 합니다.
두 디자인의 무효 시점은 서로 달랐습니다. 제1 디자인은 선행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무효심결이 내려졌고, 2023. 1. 19. 확정되었습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나오기 전에 이미 무효가 된 것입니다.
반면 제2 디자인은 조정 이후인 2024. 4. 23.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선행디자인들을 결합하여 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조정 뒤에 두 디자인이 한꺼번에 무효가 되었다”라고 이해하시면 경과를 잘못 파악하게 됩니다.
피고에게는 제2 디자인권 침해에 관한 형사 유죄판결도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제2 디자인의 무효심결이 확정된 뒤 형사 재심이 진행되었고,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습니다. 디자인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게 되므로 해당 제품의 생산·판매를 그 디자인권의 침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핵심 쟁점: 확정된 조정에 준재심 사유가 있을까요?
피고는 이러한 변화를 근거로 민사 준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준재심은 확정된 조서 등을 법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다시 다투는 절차입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소를 한 번 더 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이번에 문제 된 사유는 민사소송법 제461조에 따라 적용되는 제451조 제1항 제8호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앞선 판단의 기초가 된 다른 재판이 나중에 변경된 경우입니다. 여기서는 형사 유죄판결이 조정의 사실인정에 쓰였고, 이후 무죄로 바뀐 것이 조정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다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는 사건의 사실관계 외에도 여러 사정이 반영됩니다. 결정조서에 이유가 적혀 있지 않다면 무엇을 근거로 해결 내용을 정했는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이런 경우 준재심 사유를 일반 판결에 대한 재심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형사 유죄판결이 조정의 토대였습니다
첫째, 제1 디자인은 조정 전에 이미 무효가 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는 그 무효심결과 확정 사실을 법원에 알렸고, 제2 디자인에 대해서도 무효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생산·판매 중단과 금전 지급을 정했다는 점은, 조정이 여전히 남아 있던 제2 디자인권 침해를 전제로 했음을 보여 주는 사정이었습니다.
둘째, 관련 형사사건의 판단이 민사소송 기록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나중에 확정된 형사판결 자체가 조정 전에 증거로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그에 앞선 형사 1·2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이 제출되어 있었습니다. 민사 제1심판결에도 대법원이 디자인보호법 위반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특정 판결문이 형식적으로 제출되었는지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재판의 내용이 실제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는지 살폈습니다. 또한 조정에서 제2 디자인의 공동권리자인 원고 회사와 조정참가인에게 같은 액수의 지급을 정한 사정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셋째, 형사 재심의 무죄는 조정의 중요한 전제를 바꾸었습니다. 제2 디자인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게 되어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은, 그 디자인권의 침해를 전제로 한 조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연결을 인정하여 준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취소된 부분과 청구 기각의 이유
특허법원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 중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에 관한 부분을 취소했습니다. 이어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두 등록디자인의 무효심결이 모두 확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3항 본문에 따라 디자인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았고, 제1 디자인의 전용실시권과 제2 디자인권 침해를 이유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취소 범위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피고는 원고 회사만을 상대로 준재심을 제기했습니다. 따라서 조정참가인과 피고 사이의 부분까지 이 판결에서 취소된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번 결론은 제품의 모양을 다시 비교하여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도 아닙니다.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
먼저 권리의 유효성과 이미 확정된 분쟁 해결 내용의 효력을 별도로 검토하셔야 합니다. 디자인 무효심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조정 내용이 자동으로 없어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형사판결의 변경이 조정의 기초를 바꾸었다는 사정까지 확인하여 준재심 사유를 인정했습니다.
다음으로 여러 권리가 함께 주장된 사건에서는 권리별로 무효 여부와 확정 시점을 정리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도 제1 디자인은 조정 전에, 제2 디자인은 조정 후에 무효가 되었습니다. 어느 권리가 당시 판단을 뒷받침했는지 알아야 이후의 변화가 가지는 의미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효심판, 민사소송, 형사사건의 기록을 연결해서 보셔야 합니다. 다른 절차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면, 그 결과가 기존 결정의 어떤 전제에 영향을 주는지와 누구 사이의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인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단순히 관련 사건에서 이겼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마무리
2025재나10010 판결은 확정된 조정을 다시 다툴 수 있는 예외적인 길을 보여 줍니다. 핵심은 디자인 무효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변경된 형사판결과 조정의 판단 사이에 실제 연결이 있었는지, 그리고 취소를 구한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에 있습니다. 디자인 분쟁의 결과를 이해하실 때 이 두 부분을 함께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