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직무발명 보상금의 소멸시효를 언제부터 계산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17407 판결은 회사에 발명을 넘긴 시점과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을 구별한 사건입니다.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이 나중에 특허 양도나 기술 사용료 수익으로 이어졌는데, 회사가 ‘권리를 넘겨받은 지 이미 10년이 지났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 판결에서는 회사의 보상규정에 적힌 지급요건과 절차가 결론을 좌우했습니다.
1. 직무발명 보상금과 소멸시효
직무발명이란 직원 등이 업무와 관련하여 만든 발명으로, 그 성질이 회사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발명을 하게 된 행위도 현재 또는 과거의 담당 업무에 속하는 발명을 말합니다. 직원이 이러한 발명에 관한 특허받을 권리나 특허권 등을 회사에 넘기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입니다. 대법원은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에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0년’이라는 기간뿐 아니라 그 기간을 언제부터 세는지, 즉 기산점입니다.
2. 휴대 단말기 발명과 특허 양도
원고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피고 회사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휴대전화 단말기 소프트웨어 개발업무 등을 담당했습니다.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근접 터치 감지 기능을 갖는 휴대 단말기’에 관한 직무발명을 승계하여 2008. 6. 26. 국내 특허를 출원하는 등 그 무렵 국내발명에 관한 특허 3건을 출원했습니다.
그 뒤 회사는 국내발명을 우선권 주장의 기초로 하여 미국과 유럽에도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받았습니다. 우선권 주장은 일정한 요건 아래 먼저 한 출원의 시점을 후속 출원의 심사에서 인정받는 제도입니다. 회사는 2015. 9. 30. 이 사건 직무발명을 포함한 12개의 패밀리 특허를 다른 회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특허권을 이전했습니다. 패밀리 특허는 같은 발명 계열의 여러 나라 출원·특허를 묶어 부르는 표현입니다.
연구원은 회사에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우선 법률에 따른 보상금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회사 보상규정에 따른 보상금도 청구했습니다. 법원에서는 이를 각각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라고 부릅니다.
3. 원심은 왜 시효가 지났다고 보았을까요?
원심인 특허법원 2025. 8. 21. 선고 2022나1708 판결은 연구원의 두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기각은 청구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원심은 회사 규정에 보상형태, 보상액 산정기준, 지급방법과 절차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지급시기를 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보상금청구권이 성립한 2008. 6. 26.부터 시효가 진행하며,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이미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회사 규정은 법률상 보상금청구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하도록 구체화한 것일 뿐, 별도의 새로운 금전채권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회사 규정을 근거로 한 예비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4. 대법원은 지급요건과 절차를 함께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이 일반적으로 회사가 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한 때 발생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였습니다. 다만 회사 규정이 지급요건이나 지급절차를 정하는 방식으로 지급시기를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급시기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 회사의 규정은 보상을 등록권리 제품적용 보상, 전략특허 보상, 로열티 수익 보상, 로열티 절감 보상 등으로 나누고 있었습니다. 로열티는 기술이나 권리의 사용을 허락하고 받는 대가를 말합니다.
규정에는 특허를 돈을 받고 양도하거나 사용을 허락한 경우, 권리 행사로 구체적인 이익을 얻은 경우 등 보상 유형별 지급요건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건이 생기면 직무발명 보상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등 절차를 거쳐 해당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구조를 단순한 금액 계산 방법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지급요건이 발생하고 정해진 절차를 거쳐 지급하도록 한 내용 자체가 지급시기를 정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판결은 이를 ‘불확정기한의 지급시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특정 달력 날짜를 미리 적지 않았더라도, 보상금을 언제 지급할지 규정으로 정한 것으로 보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권리를 회사에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모든 보상금의 시효를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해당 보상 유형의 지급요건과 절차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이 언제 도래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원심이 이러한 지급시기의 정함을 부정한 것은 소멸시효의 출발점에 관한 법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5. 별도 약정채권까지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다른 쟁점에서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은 법률이 인정하는 권리, 즉 법정채권입니다. 회사의 계약이나 규정에 보상기준과 지급방법을 적었다고 하여 특별한 사정 없이 법률상 권리와 별개의 약정채권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약정채권은 당사자의 약속을 근거로 생기는 권리를 뜻합니다.
정리하면, 회사 규정이 기존 보상금청구권의 지급시기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과 별개의 보상금청구권을 추가로 만든다는 점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앞의 판단을 바로잡았지만, 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두 청구는 같은 보상금 지급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관계에 있어, 하나의 청구에 관한 판단을 파기하면 다른 청구 부분도 함께 다시 심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파기환송은 아래 법원의 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돌려보내는 절차입니다.
이 판결로 연구원이 특정 금액을 지급받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시효 계산의 법적 기준을 바로잡고 재심리를 명한 것입니다. 또한 이 사건의 중심 쟁점은 보상금청구권의 성질과 시효이며, 특정 특허 청구항의 유효성이나 침해 여부를 판단한 사건은 아닙니다.
6. 변리사 관점에서 확인할 자료
실무에서는 발명 승계일과 출원일만 정리해서는 부족합니다. 당시 적용되는 직무발명 보상규정과 개정 이력, 보상 유형별 지급요건, 심의 절차를 먼저 확인하고, 실제 특허 양도·실시허락·수익 발생 자료와 연결하여 시간순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발명자 입장에서는 ‘퇴사한 지 몇 년’이나 ‘출원한 지 몇 년’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 청구 가능성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보상을 청구하는지와 그 보상의 지급시기가 언제인지가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보상금 산식뿐 아니라 지급요건, 심의 대상, 지급절차와 시점을 일관되게 정리하고 운영 기록을 남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규정의 문구와 실제 운영이 어긋나면 언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을 ‘회사 위원회가 심의하지 않으면 시효는 언제까지나 시작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구체적인 규정과 사건의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지급시기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모든 보상 유형에 공통으로 적용할 특정 기산일을 새로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마무리: 10년보다 먼저 확인할 출발점
직무발명 보상금 분쟁에서는 권리가 생긴 때와 실제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때를 구별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5다217407 판결은 회사의 지급요건과 절차를 꼼꼼히 읽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 줍니다. 발명의 성과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회사의 이익이 되었는지, 그 이익에 대한 보상을 규정이 언제 지급하도록 정했는지를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