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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용취소와 건강기능식품

원기소 불사용취소 판결에서 지정상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거래통념상 동일성, 사용 증거를 살펴봅니다.

불사용취소와 건강기능식품의 상품 동일성 분석 이미지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건강기능식품에 사용한 상표가 ‘배설촉진제’와 ‘변비완화용 약제’라는 지정상품에 사용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5. 9. 11. 선고 2025허10297 판결은 원기소 상표의 불사용취소 사건에서 상품 이름과 실제 거래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상표는 실제로 판매했는데 등록증에 적힌 상품과 다르다는 이유로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식품 관련 법률상 분류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상표의 사용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두 분류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핀 점이 중요합니다.

1. 원기소 상표는 왜 취소심판을 받았을까요

문제 된 등록상표는 한글 ‘원기소’와 영문 ‘Wonkiso’가 결합된 상표등록 제917272호입니다. 2010년 2월 24일 출원되어 2012년 2월 28일 등록결정을 받았고, 같은 해 4월 27일 등록되었습니다. 지정상품은 등록으로 보호받을 상품을 뜻하며, 이 상표에는 제5류의 여러 상품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원기소 Wonkiso 등록상표 제917272호
원기소 Wonkiso 등록상표 제917272호

이 사건 등록상표: 원기소 / Wonkiso(상표등록 제917272호)

상표권자의 전용사용권자는 ‘원기소 장건강 플러스 멀티바이오틱스’를 판매했습니다. 전용사용권자는 정해진 범위에서 등록상표를 독점하여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이나 회사입니다. 이 사건 제품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원료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이었습니다.

과거 원기소 제품과 사건의 멀티바이오틱스 제품
과거 원기소 제품과 사건의 멀티바이오틱스 제품

판결에서 살핀 제품 사진: 과거 원기소 제품과 이 사건 상품

상대방은 2023년 12월 27일 불사용을 이유로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년 2월 6일 사용이 주장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가 사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취소심판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상표권자는 이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비슷한 상품이 아니라 동일한 상품이어야 합니다

불사용취소는 등록한 상표를 정당한 이유 없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경우 그 등록을 취소하는 제도입니다.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는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통상사용권자 중 누구도 지정상품에 대하여 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등록상표를 사용했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등록증의 지정상품 그 자체, 또는 거래사회의 통념상 그 상품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상품에 실제로 사용했어야 합니다. 지정상품과 단지 유사한 상품에 사용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법원이 제시한 기준입니다.

거래통념상 동일성이란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에 비추어 같은 상품으로 볼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법원은 품질과 용도뿐 아니라 형상, 사용방법, 유통경로, 공급자와 수요자 등 상품의 특성과 실제 거래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정상품의 의미가 다투어지면 등록결정 당시를 기준으로 해석합니다.

이 사건에서 전용사용권자가 등록상표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표장을 제품에 사용했다는 사실은 다툼이 없었습니다. 법원이 집중한 문제는 건강기능식품인 실제 제품이 지정상품인 ‘배설촉진제’ 또는 ‘변비완화용 약제’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법원에서는 ‘의료용 식이요법식품’에 대한 사용은 주장되지 않았습니다.

3. ‘약제’라는 이름만으로 의약품에 한정할까요

상대방은 지정상품이 약사법상 의약품으로 한정되므로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는 해당 상품에 대한 사용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제품 포장에도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표시가 있었습니다.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대신, 그 사실이 상표의 지정상품 해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쟁점이 된 것입니다.

제품 포장의 건강기능식품 표시
제품 포장의 건강기능식품 표시

이 사건 상품 포장의 건강기능식품 표시

법원은 이 사건 지정상품이 변비를 완화하는 기능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모두 포함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배설촉진제’는 인체의 배설을 촉진하거나 원활하게 하는 물질을, ‘변비완화용 약제’는 변비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이는 약제를 뜻한다고 보았습니다.

판결은 ‘약제’가 약사법에서 별도로 정의한 용어가 아니라는 점, 지정상품이 대한민국약전에 실린 물품이 아니라는 점, 의약품으로 판매되다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된 거래 사례 등을 살폈습니다. 상품명에 ‘약제’가 들어간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그 범위를 약사법상의 의약품에 한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법원은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이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정의된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원료·성분의 기능성으로 정의되는 측면과 질병의 치료 등 사용목적으로 정의되는 측면이 다르므로, 행정상 분류의 차이를 그대로 상표 지정상품의 경계로 옮길 수 없다고 본 취지입니다. 이는 이 사건 상품의 범위를 해석한 판단입니다.

4. 등록결정 당시의 분류와 거래를 함께 살폈습니다

법원은 2012년 등록결정 당시 적용되던 고시가 제5류 상품의 예로 식이요법이나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식품 보충제를 들고 있었던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후의 고시와 시행규칙에 변비치료용 식이섬유, 프로바이오틱 보충제, 건강기능식품 등이 제5류 상품으로 명시된 사정도 함께 살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유리한 자료도 검토했습니다. 당시 유산균 관련 건강기능식품을 다른 류로 등록한 사례가 있었고, 상품해설서는 문제의 지정상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자료를 지정상품 해석의 참고사항으로 보았으며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상품을 비교한 결과도 중요했습니다. 지정상품과 이 사건 제품은 모두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었습니다. 법원은 관련 생산설비 허가를 받은 제조사가 공급한다는 점,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판매된다는 점, 배변 관련 불편을 해소하려는 수요자가 찾는다는 점 등을 종합했습니다.

그 결과 품질·용도·유통경로 및 공급자와 수요자에 비추어 거래통념상 동일한 상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의약품 판매를 전제로 한 무허가 판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판단을 건강기능식품의 모든 판매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허가 면제나 적법성 확인으로 넓혀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5. 법원은 취소심결을 취소했습니다

특허법원은 전용사용권자가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를 정당하게 사용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불사용에 따른 등록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반대 결론을 내린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여기서 법원의 결론은 원기소 제품의 사용을 근거로 이 사건 불사용취소사유를 부정했다는 것입니다. 등록상표의 모든 지정상품이 모든 건강기능식품과 동일하다거나, 다른 상표와의 침해 문제까지 해결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정상품의 구체적인 문구와 실제 제품의 기능·거래가 연결되었기 때문에 나온 결론입니다.

상표권자는 상대방 등의 묵시적 통상사용권에 따른 사용도 주장했지만, 법원은 전용사용권자의 사용만으로 결론을 낼 수 있어 그 주장을 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사용허락의 성립 여부에 관한 일반적인 결론을 이 판결에서 끌어낼 때에는 이 범위를 구별해야 합니다.

6. 실무에서는 상품과 사용 증거를 함께 정리하세요

실무적으로는 등록증의 지정상품 명칭과 실제 판매 제품의 설명을 나란히 놓고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품명이나 허가 유형만 비교하기보다 성분·기능·용도·판매경로·구매자에 관한 자료를 연결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제품 포장, 인터넷 판매 자료, 품목제조신고와 상품분류 자료 등이 판단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사용 증거는 상표가 보이는 사진만 따로 모으기보다 언제, 누가, 어떤 상품에 표시하여 국내에서 판매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정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판매 내역과 제품 자료가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사용한 상표는 확인되어도 지정상품에 대한 사용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에는 기존 지정상품이 충분한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동일성이 인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출시하는 건강기능식품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품의 기능이나 거래 방식이 달라진 경우에는 그 차이를 반영한 지정상품과 추가 출원의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원기소 판결은 불사용취소에서 등록증의 단어와 실제 시장의 상품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분류 명칭 하나로 결론을 정하기보다 등록결정 당시의 의미와 구체적인 사용 사실을 차근차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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