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디자인등록이 무효가 되면 진행 중이던 권리범위확인 소송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6년 7월 22일 선고 2024허15950 판결은 화장용 롤러 스펀지 디자인에 관한 사건으로, 권리가 사라진 뒤에도 그 범위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남아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1. 화장용 롤러 스펀지의 권리범위를 다투었습니다
대상은 2022년 1월 18일 출원되어 2023년 1월 4일 등록된 디자인 제1198560호입니다.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는 스펀지를 분리하여 교체하고 회전시키며 사용하는 물품입니다. 등록도면에서는 점선 부분을 제외하고 실선으로 표시한 부분을 보호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등록디자인 제1198560호의 도면 1.1~1.3
따라서 손잡이를 포함한 제품 전체와 실선으로 표현된 등록 부분을 구분하여 보아야 합니다. 등록도면에는 여러 방향의 모습과 참고도면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의 결론을 좌우한 것은 구체적인 형상의 차이보다 별도로 진행된 등록무효 절차의 결과였습니다.

등록디자인의 도면 1.4~1.7 및 참고도면 1.1
원고는 2023년 11월 7일 자신이 실시하는 디자인이 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심판에서 특정한 디자인이 등록된 디자인권의 보호범위 밖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그 특정한 대상을 확인대상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심판에서 특정된 확인대상디자인
2. 권리범위확인과 등록무효는 별도로 진행되었습니다
권리범위확인은 특정 디자인이 등록된 권리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지를 묻는 절차입니다. 등록무효심판은 그 등록 자체에 무효사유가 있는지를 다툽니다. 이 사건 원고는 두 절차를 함께 진행했으며, 서로 다른 절차의 결과가 이후 소송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허심판원은 2024년 11월 20일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과 유사하여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이유로 권리범위확인 심판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같은 날 별도로 진행된 무효심판에서도 무효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각 심결의 취소를 구했습니다.
별도 무효소송인 2024허15943 사건에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특허법원은 2025년 11월 19일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무효심판의 기각심결을 취소했습니다. 그 판결이 확정된 뒤 사건은 특허심판원으로 돌아갔고, 다시 내려진 등록무효 심결이 2026년 5월 29일 확정되었습니다.
3. 권리의 소멸로 확인을 구할 이익도 없어졌습니다
법원은 권리범위확인심판의 목적이 현존하는 디자인권의 범위를 확정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한때 적법하게 발생한 권리라도 그 권리가 소멸한 뒤에는 권리범위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어진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확인할 권리가 존재하는지가 전제가 된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등록무효 심결이 확정됨에 따라 디자인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었습니다. 단순히 앞으로의 권리기간이 끝난 상황과 달리, 등록무효의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기존 권리범위확인 심결과 진행 중인 소송의 의미를 함께 살폈습니다.
법원은 대상 심결이 결과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디자인권을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 되어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권리가 소멸한 결과, 원고가 그 심결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도 없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심결의 문제와 소송을 계속할 이익은 구별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4. 이번 소송의 결론은 각하였습니다
소의 이익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현실적인 법률상 필요를 뜻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권리범위확인의 대상인 디자인권이 없어져, 그 범위를 다룬 심결의 취소를 구할 필요도 사라졌다고 본 것입니다. 소송이 시작되었더라도 이후의 사정으로 이익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청구의 내용이 옳은지를 본격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절차를 끝내는 판단입니다. 원고의 디자인이 비유사하다는 주장을 본안에서 배척하여 청구를 기각한 것과는 다릅니다.
따라서 이 판결을 법원이 두 디자인의 외관을 새로 비교하여 유사하다고 판단한 사례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소송에서는 관련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과 그에 따른 권리 소멸이 핵심이었습니다. 처음 다투던 쟁점과 최종적으로 소송을 끝낸 이유가 달라진 사건입니다.
5.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주문은 원고의 소를 각하하면서도 소송비용을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했습니다. 법원은 비용 부담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99조를 적용했습니다. 소가 각하되었다는 사실만 보고 소송비용도 당연히 원고가 부담한다고 이해하면 이 사건의 주문을 잘못 읽게 됩니다.
소송의 종료 방식과 비용 부담은 각각 구분하여 살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각하는 원고의 주장이 실질적으로 틀렸다는 판단이 아니라 소의 이익이 없어졌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법원은 그와 별도로 비용의 부담 주체를 피고로 정한 것입니다.
6. 실무에서는 병행 절차의 결과를 연결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입니다. 같은 디자인을 둘러싸고 등록무효와 권리범위확인 절차가 함께 진행되면, 각 사건의 현재 상태와 결론을 연결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절차에서 권리가 무효가 된 결과가 진행 중인 소송의 필요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리범위 밖이라는 주장을 준비하는 동안 별도 무효심결이 확정되었다면, 기존 외관 비교 주장만 계속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권리의 존속 상태와 소송을 계속할 법률상 필요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는 디자인의 유사성 분석과 구별되는 절차상 검토 사항입니다.
또한 판결을 읽을 때에는 심결취소, 청구기각, 소각하 중 어떤 결론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름이 비슷한 절차라도 판단 대상과 효과가 다릅니다. 이 사건은 별도 무효절차의 결론을, 권리범위확인 소송의 본안 판단으로 혼동하지 않아야 하는 사례입니다.
이 판결은 디자인 분쟁에서 무엇이 더 닮았는지에 대한 판단만큼, 지금도 확인할 권리와 소송의 필요가 남아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병행 중인 절차의 결과를 제때 연결하여 이해해야 사건의 결론과 비용 부담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