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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무효 확정과 권리범위확인 소송

특허법원 2025허10577 판결을 통해 특허무효 확정이 권리범위확인 소송의 소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특허무효 확정과 사다리 권리범위 소송 해설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특허무효가 확정된 뒤에도 상대방 제품이 특허의 보호범위에 들어가는지 계속 다툴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은 2026년 7월 8일 선고한 2025허10577 판결에서 엘리베이터 점검용 사다리의 권리범위확인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소송을 계속할 요건이 없어 청구 내용 자체를 판단하지 않은 것입니다. 핵심은 사다리의 구조 비교에 앞서, 소송으로 판단받을 법률상 필요가 남아 있는지였습니다.

사다리 특허 제1항이 분쟁의 대상이었습니다

원고는 2024년 1월 24일 등록된 특허 제2630862호의 특허권자였습니다. 발명의 이름은 ‘엘리베이터 점검용 사다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제1항 발명이었습니다. 청구항은 보호받으려는 기술적 구성을 정한 단위로, 같은 특허 안에서도 청구항별 내용과 판단 범위를 구분해야 합니다.

제1항은 벽면에 고정하는 프레임, 사다리와 연결되어 회전하는 이격프레임, 걸림홈과 걸림돌기, 비스듬한 긴 힌지공과 힌지축 등을 포함합니다. 힌지는 부품이 회전하도록 연결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용해 사다리를 벽면에 붙여 접거나 떨어뜨려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아래 사진은 원고가 비교 대상으로 특정한 피고 제품입니다.

원고가 특정한 피고 사다리의 펼친 상태와 접힌 상태: 도 1·2
원고가 특정한 피고 사다리의 펼친 상태와 접힌 상태: 도 1·2

원고가 비교 대상으로 특정한 피고 사다리의 펼친 상태(도 1)와 접힌 상태(도 2)입니다.

원고는 2025년 1월 6일 피고의 사다리가 제1항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며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특허권자가 특정 제품이나 기술이 자신의 특허 보호범위에 들어간다는 확인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원고는 같은 해 9월 2일 설명서와 도면을 보정하여 비교할 제품의 구체적인 모습을 정했습니다. 이를 ‘확인대상발명’이라고 합니다.

사진은 원고가 특정한 제품 구조를 보여줍니다

원고의 설명서에는 피고가 제조·판매한 제품을 직접 구매해 사진으로 제시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연결부 사진에는 고정대(20), 이격프레임(30), 걸림홈(40), 힌지공(50), 힌지축(60), 걸림돌기(70)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원고는 이 부분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움직이는지를 설명했습니다.

고정대와 이격프레임의 연결 구조: 도 3·4
고정대와 이격프레임의 연결 구조: 도 3·4

확인대상발명의 고정대와 이격프레임 연결부를 보여주는 도 3과 도 4입니다.

원고는 사다리를 접을 때 힌지축이 움직이고 걸림돌기가 걸림홈에 결합하면서 사다리가 벽면에 밀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도 6은 그렇게 접힌 상태를 보여줍니다. 제품을 특정하는 설명과 사진은 무엇을 비교하려는지를 분명하게 하는 자료입니다.

원고가 설명한 벽면 밀착 접힘 상태: 도 6
원고가 설명한 벽면 밀착 접힘 상태: 도 6

원고가 확인대상발명을 벽면에 밀착하여 접은 상태로 설명한 도 6입니다.

다만 설명서에 적힌 ‘제1항의 필수 구성요소를 전부 포함한다’는 취지는 원고의 주장입니다. 법원이 사진을 보고 그 주장을 인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판결은 제품이 권리범위에 들어가는지를 새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소송을 계속할 요건이 남아 있는지를 판단했습니다.

심판원은 신규성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허심판원은 권리범위확인심판인 2025당36 사건에서 제1항 발명이 선행발명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신규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신규성은 이미 알려진 기술과 구별되는 새로운 발명인지에 관한 요건입니다. 심판원은 이를 이유로 제1항 발명의 권리범위를 인정하지 않고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심판원의 판단인 이 심결을 취소해 달라며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이 오늘 살펴보는 2025허10577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 소송과 별도로, 제1항 특허 자체의 유효성을 다투는 절차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별도 무효심결이 먼저 확정됐습니다

피고는 2025년 6월 21일 제1항의 특허등록을 무효로 해 달라는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당1806 사건에서 같은 해 9월 24일 제1항 발명에 신규성과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진보성은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발명인지에 관한 요건입니다.

원고는 그 무효심결도 별도 소송으로 다투었지만, 특허법원은 2026년 5월 13일 2025허10578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 판결과 무효심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고 설명합니다. 2025허10578은 오늘 사건의 원심이 아니라, 제1항 특허의 무효를 다룬 별도 사건입니다.

무효 확정 뒤에는 소의 이익이 없어집니다

법원은 권리범위확인심판이 현재 존재하는 특허권의 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특허권이 소멸하면 그 범위를 확인받을 이익도 없어집니다. 여기서 ‘소의 이익’은 소송을 통해 판단받고 해결할 법률상 필요를 뜻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제1항의 무효심결이 확정되어 그 제1항에 관한 특허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었습니다. 나중 시점부터 권리가 사라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권리가 없었던 것으로 취급되는 소급 효과가 문제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선 권리범위확인 심결도 결과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특허권을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 됩니다. 법원은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권리가 소급하여 소멸한 이상 그 심결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 역시 없어졌다고 보았습니다. 심결에 문제가 있다는 논의만으로 소송을 계속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법원은 2025허10577 사건의 소를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소송요건이 없어 청구 내용의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는 결론입니다. 반면 기각은 청구 내용을 판단한 뒤 받아들이지 않는 결론입니다. 앞선 심판청구의 기각과 이번 소송의 각하는 이유와 판단 단계가 다릅니다.

실무에서는 두 절차의 진행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변리사 관점에서 보면, 권리범위 분쟁에서는 제품 비교와 함께 특허의 유효 상태도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 제품에 어떤 부품이 있는지에 집중하더라도, 판단의 바탕이 되는 특허권이 소멸하면 소송의 전제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효심판, 무효심결 취소소송, 권리범위확인심판과 그 심결 취소소송을 구분해 관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번호가 비슷하거나 같은 제품을 다루더라도 각 절차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다릅니다. 관련 사건의 결론이 나왔을 때에는 확정 여부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보셔야 합니다.

판단 범위도 청구항별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무효 확정과 소의 이익 상실이 문제 된 것은 제1항입니다. 이를 특허의 나머지 청구항까지 모두 무효가 되었다는 의미로 넓혀 읽어서는 안 됩니다. 사진과 설명서의 주장 역시 법원이 실제로 판단한 내용과 구분해 읽으셔야 합니다.

이 사건은 구조가 비슷한지를 따지는 것만으로 권리범위 분쟁의 결론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무엇이 보호되는지와 함께, 지금 그 권리가 존재하는지, 그 판단을 소송으로 구할 필요가 남아 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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