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음식물처리기의 버튼, 필터커버와 뚜껑에 차이가 있어도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본 특허법원 2026. 6. 25. 선고 2025허10602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단순한 생활가전에서 전체 형태와 비례감이 왜 중요했는지, 소송에서 새 비교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지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제품을 나란히 놓고 차이점을 찾는 일과, 제품을 보고 받는 전체적인 인상이 다른지를 판단하는 일은 같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무효심판 기각과 법원의 심결 취소
피고의 등록디자인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기의 외관에 관한 것으로, 2024. 12. 16. 출원되어 2025. 1. 9. 제30-1290860호로 등록되었습니다. 원고는 먼저 공개된 디자인과 유사하거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라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등록무효심판은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권리를 없애 달라고 특허심판원에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 10. 17. 2025당426 사건에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가 심판의 결정인 심결의 취소를 구하자, 특허법원은 등록디자인에 무효 사유가 있다고 보아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이 판결의 주문은 심결 취소이며, 특정 판매 제품의 침해 여부를 판단한 사건은 아닙니다.
심판에서 내지 않은 자료도 제출할 수 있나요
피고는 원고가 소송에서 새로 낸 선행디자인 자료 때문에 심판 단계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선행디자인은 해당 디자인의 출원 전에 이미 공개된 비교 대상 디자인을 뜻합니다. 법원은 심결취소소송이 심결의 위법성을 심사하는 소송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심결에서 판단하지 않은 사유라도 그 결론을 뒷받침하거나 뒤집을 수 있다면 주장하고 증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심판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공지디자인 자료도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선행디자인 1 자체는 심결에서 다뤘던 비교대상디자인 2와 같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소송에 나온 자료가 전부 새로운 디자인이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선행디자인 1의 판매 게시글에는 2023년 9월 출시 사실이 적혀 있었고, 같은 출시 시기를 확인하는 언론보도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출원 전 공개를 인정했습니다. 일부 방향의 도면이 없어도 자료와 경험칙을 통해 비교에 필요한 디자인의 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디자인 유사 판단의 중심은 전체 형태였습니다
두 디자인의 물품은 모두 음식물처리기로서 용도와 기능이 같았습니다. 법원은 비스듬히 본 전체 모습인 사시도를 중심으로 정면도와 위에서 본 평면도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의 사시도·정면도·평면도입니다.
두 디자인은 세로로 긴 본체를 갖고, 위에서 보았을 때 양 끝은 반원형이고 그 사이가 직선으로 이어지는 트랙형을 채택했습니다. 앞면과 옆면, 옆면과 뒷면은 매끈한 곡면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상면의 폭, 긴 방향의 길이, 본체 높이는 약 1 : 2.2 : 1.7의 비율로 비례감이 매우 비슷했습니다. 윗부분은 앞쪽의 넓은 개폐부와 뒤쪽의 필터커버로 나뉘었고, 장식을 줄인 앞면 위쪽 중앙에는 원형 조작버튼이 놓여 있었습니다.
법원은 장식을 극도로 절제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에서는 외형, 비례감과 실루엣이 전체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바라볼 때 곧바로 알아보는 이러한 공통점이 지배적인 특징을 이룬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필터커버와 버튼이 달라도 결론은 같았습니다
차이도 있었습니다. 필터커버의 가느다란 홈 방향이 다르고, 등록디자인에는 필터커버 뒤쪽 손잡이가 있었습니다. 선행디자인 1에는 개폐부와 필터커버 사이에 표시조작패널이, 개폐부 한쪽에 힌지가 있었습니다. 버튼의 돌출 형태가 달랐고, 등록디자인의 세로 LED 표시창과 바닥 지지부도 선행디자인 1에는 없었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의 외관을 함께 살펴본 비교입니다.
피고는 사용 중 뚜껑과 필터커버를 자주 여닫으므로 상면부 차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도 표시조작패널이나 힌지가 쉽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제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공통된 외관과 비례감에서 오는 유사한 인상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피고는 트랙형 본체가 흔한 형상이므로 중요도를 낮춰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미 알려진 형상이라도 전체 인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외형을 선택할 여지도 많고, 같은 트랙형이라도 비례와 곡면 처리에 따라 인상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사건의 공통된 외형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하지 않다고 보더라도 쉽게 만들 수 있나요
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피고 주장대로 상면부 차이 때문에 두 디자인의 인상이 다르다고 가정하더라도, 선행디자인 1에 선행디자인 2의 상면부 형태를 결합하면 쉽게 창작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창작용이성은 그 분야의 보통 디자이너가 기존 디자인 등을 바탕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지를 묻는 별도의 등록요건입니다.
여기서 선행디자인 2 역시 음식물처리기 디자인이었습니다. 필터커버의 홈 방향, 손잡이와 단순한 상면부 구성이 제시되어 있어, 법원은 등록디자인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대조했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 선행디자인 1과 선행디자인 2의 사시도·평면도입니다.
법원은 두 선행디자인이 같은 물품이고 직립형 본체, 상면 개폐부와 필터커버, 원형 버튼 등 공통된 요소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를 추구하는 방향도 같아, 선행디자인 2를 참고해 선행디자인 1의 세부 구성을 바꿀 동기가 있고 결합에도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곡면의 둥근 정도를 조금 바꾸거나 손잡이를 중앙으로 옮기는 것은 흔한 창작수법으로 판단했습니다. 단차, 들어간 원형 버튼과 바닥 지지부는 선행디자인 2에 있었고, LED 표시창을 버튼 오른쪽에서 아래로 옮기는 정도도 쉽게 할 수 있는 변경으로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먼저 공개된 선행디자인 1과 유사하여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달리 보더라도 선행디자인 1과 2를 결합해 쉽게 창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세부 차이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유사 판단과 창작용이성 판단을 모두 통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실무에서는 차이의 크기와 근거를 함께 봅니다
변리사 관점에서 보면, 출원 전 검토에서는 버튼이나 홈의 변경만 확인하기보다 전체 윤곽, 폭과 높이의 비율, 곡면의 연결과 주요 부분의 배치가 어떤 인상을 만드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별점이 다른 기존 제품에 이미 있는 요소인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분쟁에 대비할 때에는 과거 판매 페이지, 공개 시기와 실제 외관을 보여 주는 자료를 함께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자료가 언제 공개되었는지와 그 자료로 비교할 형상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므로 각각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차이점의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생활공간에 계속 드러나는 단순한 가전제품의 외관에서 어떤 특징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 세부 변경이 그 인상을 실제로 바꾸는지, 다른 선행디자인을 결합한 정도에 그치는지를 차례로 따져 보았다는 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