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습도 범위를 정한 수치한정 특허의 진보성을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6년 7월 8일 선고 2025허10509 판결은 금속을 포함한 막을 열처리할 때 수분을 공급하는 기술을 다룬 사건입니다.
수치한정은 온도나 농도처럼 어떤 조건을 숫자의 범위로 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존 기술과 재료가 다르고 숫자의 범위도 다르면 특허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는 숫자 자체보다 재료의 반응, 기술을 결합할 이유, 그 범위에서 나타나는 효과가 결론을 좌우했습니다.
1. 특허취소 결정에 불복한 사건입니다
대상 특허는 제2640367호 ‘기판 처리 방법 및 열처리 장치’입니다. 기판은 반도체 회로 등을 만드는 바탕이 되는 판을 말합니다. 이 특허는 기판 위의 금속 함유막에 수분을 공급하고 가열하는 처리 방법과 그 시스템 등을 청구했습니다.
제3자는 기존 기술로 쉽게 발명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허취소신청을 했습니다. 특허취소신청은 등록된 특허를 취소해 달라고 특허심판원에 구하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년 6월 27일 청구항 1·2·4·5·7의 특허를 취소하는 결정을 했고, 특허권자가 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특허권자의 청구를 기각하여 해당 청구항에 관한 특허취소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이 소송에서 판단한 대상은 청구항 1·2·4·5·7입니다. 청구항은 보호받으려는 발명의 조건을 항목별로 적은 것으로, 이 판결을 청구항 3·6까지 포함한 특허 전체의 취소로 넓혀 읽어서는 안 됩니다.
2. 수분 공급이 패턴의 크기에 영향을 줍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레지스트라는 빛에 반응하는 재료를 기판에 바르고, 필요한 부분에 빛 등을 쬐어 미세한 무늬를 만듭니다. 빛 등을 쬐는 과정을 노광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의 노광 후 열처리, 즉 PEB는 노광을 마친 재료를 가열하는 단계이며, 그때의 화학반응에 따라 무늬의 폭과 균일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청구항 1은 금속 함유 레지스트 또는 금속을 포함한 마스크 재료인 메탈 하드 마스크를 도포해 만든 막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노광된 기판을 처리 챔버 안의 열처리판에 놓고 내부 기체를 빼내면서 가열하며, 열처리 전이나 도중에 수분을 공급합니다. 특히 수분 농도를 43~60%로 조절한 기체를 공급하여 막의 응집 반응을 촉진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 특허발명의 도 7: 열처리 장치의 가열부
청구항 4는 이와 같은 기술을 처리 시스템으로, 청구항 7은 시스템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이 저장된 컴퓨터 판독 가능 기억매체로 청구했습니다. 청구 형식은 달라도 핵심 공정의 조건은 실질적으로 같다는 것이 법원의 비교 출발점이었습니다.
3. 기존 공정에 다른 재료를 넣을 수 있을까요
법원이 선행발명 1이라고 부른 기존 기술은 유기물 계열인 화학 증폭형 레지스트를 사용했습니다. 노광 후 열처리에서 수분량을 제어하고 챔버 내부를 배기하는 공정이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선행발명은 해당 특허보다 앞서 알려진 비교 대상 기술을 뜻합니다.

선행발명 1의 도 4: 챔버의 배기
다른 비교 대상인 선행발명 5는 금속 함유 레지스트에 관한 기술이었습니다. 노광과 이후 가열을 거치면서 금속과 산소가 연결된 구조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노광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성질에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허권자는 선행발명 1과 자신의 발명은 사용하는 재료부터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선행발명 5의 ‘축합 반응’과 자신의 발명에서 말하는 ‘응집 반응’이 다르고, 선행발명 5의 설명이 열처리 단계의 반응에 관한 것도 아니라고 다투었습니다.
법원이 살핀 것은 이 차이를 기존 기술로 쉽게 극복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진보성은 해당 분야의 보통 기술자가 앞서 알려진 기술에서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묻는 요건입니다. 단순히 문헌에 같은 단어가 있는지보다, 실제 반응과 공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했습니다.
4. 반응의 명칭보다 실제 과정을 보았습니다
법원은 이 특허의 응집 반응을 명세서의 설명에 따라 해석했습니다. 명세서는 발명의 내용과 작용 등을 설명한 문서입니다. 그 설명상 금속에 붙어 있던 리간드가 노광으로 제거되고, 이후 물이 관여하는 반응을 거쳐 금속 산화물의 연결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리간드는 금속에 붙어 있는 원자나 분자의 무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선행발명 5에도 금속이 물과 반응하여 금속 수산화물을 거친 뒤 금속과 산소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실제 반응 경로를 근거로 두 발명의 반응이 같다고 보았습니다. ‘응집’과 ‘축합’이라는 표현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기술적 차이를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반응이 일어나는 시점에 관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선행발명 5에는 노광 후 가열이 노광된 코팅 물질의 축합을 더 진행시킨다는 설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그 기술이 수용액 상태나 노광 순간만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광 후 열처리에서의 반응도 제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5. 두 기술을 결합할 이유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선행발명 1의 핵심을 노광 후 열처리에서 수분량을 조절하여 패턴의 폭과 균일성을 제어하는 데서 찾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재료의 이름이 같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열처리 중 수분의 영향을 받아 패턴이 형성되는 다른 레지스트에도 적용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금속 함유 레지스트의 반응에 수분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선행발명 5의 설명과 당시 기술상식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선행발명 5는 유기 레지스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도 제시했습니다. 금속 함유 레지스트가 더 높은 해상도나 재료를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대한 저항성 등에서 이점을 줄 수 있다는 기술적 배경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은 기존 공정에 금속 함유 레지스트를 도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수분이 반응에 영향을 준다는 공통 원리와 재료를 바꾸어 보려는 이유가 모두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 다른 문헌의 요소를 결과만 보고 나열한 것과 구별되는 판단 근거입니다.
6. 43~60%라는 숫자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선행발명 1은 23℃에서 상대습도 45~55%의 공기에 해당하는 수분량을 제시했습니다. 이 범위는 이 사건의 43~60% 안에 들어갑니다. 다만 법원은 레지스트의 화학적 성질이 다르므로 범위가 포함된다는 사실만으로 기술적 구성이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먼저 설명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수치범위를 정한 이유와 효과를 살폈습니다. 이 특허의 명세서는 습도가 높으면 응집 반응이 촉진되어 선폭이 커지고, 낮으면 반응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아 선폭이 작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43~60%라는 범위는 선폭을 적절하고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설명에 비추어 해당 범위 안에서 성질이 다른 효과나 현저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습도를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조절하여 원하는 치수를 얻는 수치한정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숫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과, 그 숫자가 쉽게 찾기 어려운 기술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는 서로 다릅니다.

선행발명 1의 습도에 따른 해상도·형상 비교
선행발명 1에서도 습도가 너무 낮으면 필요한 반응이나 산의 확산이 충분하지 않아 미세 무늬가 잘 형성되지 않고, 너무 높으면 반응이 과도해져 패턴이 나빠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료와 반응의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수분량을 적정하게 유지하여 패턴을 제어하려는 이유는 공통된다고 본 것입니다.
금속 함유 레지스트도 물이 관여하는 반응으로 패턴이 형성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으므로, 습도가 선폭과 균일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이에 따라 단순한 반복실험으로 적절한 습도 범위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결론은 수치범위가 겹친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라 이러한 결합과 효과의 검토를 거쳐 나온 것입니다.
7. 별도 용기와 다른 청구 형식은 어땠을까요
청구항 2에는 추가 조건이 있었습니다. 열처리 전에, 열처리 챔버와 다른 내부를 닫을 수 있는 용기 안에서 기판에 수분을 공급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른 청구항의 조건을 물려받아 조건을 더한 종속항이므로, 법원은 이 추가 부분도 따로 살폈습니다.
선행발명 6에는 노광한 레지스트막을 습도 약 50%의 대기 중에 두어 수분을 흡수시킨 다음 열처리하는 공정이 있었습니다. 다만 수분 흡수가 어느 장소에서 이루어지는지는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열처리 전 수분 공급이라는 공정의 결합과 그 장소의 채택을 나누어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내부를 닫을 수 있는 장소나 용기를 필요로 하고, 반도체 공정은 통상 각 공정이 별도 챔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분 흡수 공정을 열처리 챔버와 다른 밀폐 가능한 용기에서 실시하는 것은 쉽게 채택할 수 있는 설계변경이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청구항 1·4·7은 선행발명 1과 5의 결합으로, 청구항 2·5는 선행발명 1·5·6의 결합으로 진보성이 부정되었습니다. 청구항 4·7은 청구항 1과, 청구항 5는 청구항 2와 청구 형식만 다르고 실질적인 기술 내용은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 이유로 특허권자의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8. 실무에서는 수치의 이유와 비교 조건을 함께
여기서부터는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입니다. 수치한정 특허를 검토할 때에는 먼저 숫자뿐 아니라 재료, 공정 단계, 공급 방식 등 함께 청구된 조건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습도라도 어떤 재료를 어느 단계에서 처리하는지에 따라 비교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범위를 정한 쪽에서는 왜 그 범위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범위 안팎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른 조건을 바꾸지 않고도 차이가 나타나는지, 기존 기술로 예상할 수 있는 개선인지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 사건의 판단 구조에서 생각해 볼 사항이며, 모든 수치한정발명에 같은 효과 입증 요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 기술을 결합하여 진보성을 다투는 쪽에서는 자료가 여러 개 있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료를 바꾸어 볼 이유, 같은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 결합을 어렵게 하는 사정의 유무를 구체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재료의 대체 가능성과 수분의 역할이 중요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청구항을 방법, 시스템, 기억매체로 나누어 작성할 때에도 각 형식에 별도의 기술적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표현 형식이 달라도 실질 내용이 같아 같은 진보성 판단이 이어졌습니다. 여러 형식으로 청구했다는 사정만으로 각각 다른 평가가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판결은 ‘43~60%로 정한 특허는 보호받기 어렵다’는 숫자에 관한 일반 법칙을 제시한 사건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재료와 반응, 선행기술의 설명 및 기술상식에 비추어 그 범위를 쉽게 찾을 수 있는지를 판단한 사건입니다. 다른 재료나 다른 효과를 가진 발명은 그 조건과 근거에 따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수치한정 특허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숫자의 차이를 발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료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반응의 실질과 결합 동기, 효과의 예측 가능성까지 검토하여 특허취소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범위를 정한 이유와 그 범위가 갖는 구체적인 기술적 의미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