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기본 구조가 비슷한 휴대용 가스버너라도 구멍의 모양과 받침부재의 차이 때문에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제5부가 2026년 7월 9일 선고한 2025허10606 판결입니다.
두 가스버너는 위에서부터 화구, 측면, 받침부재가 이어지는 3단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화구는 불이 나오는 위쪽 부분이고, 받침부재는 아래쪽 받침 부분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알려진 형태인지, 실제로 사용할 때 어느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지, 그 부분의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를 함께 살폈습니다.
심판에서는 유사하다고 본 가스버너
피고는 휴대용 가스버너에 관한 제899917호 등록디자인의 권리자였습니다. 이 디자인은 2016년 8월 25일 출원되어 2017년 3월 20일 등록되었습니다. 원고가 실제로 실시하고 있던 가스버너의 디자인은 이 사건에서 ‘확인대상디자인’이라고 불렀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디자인이 자신의 디자인권이 미치는 범위 안에 들어간다는 판단을 구했습니다. 이를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라고 합니다. 특정 제품의 디자인과 등록디자인을 비교하여 권리범위에 포함되는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년 9월 30일 2024당1907 사건에서 피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원고는 이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특허법원은 두 디자인이 동일하거나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공통점의 개수보다 중요한 공지 형상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각 부분을 따로 떼어 닮은 점과 다른 점의 개수를 세는 방식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모습이 보는 사람에게 주는 아름다움의 느낌과 인상을 비교하되, 일반 소비자의 주의를 끌기 쉬운 부분을 중요하게 살핍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더 있습니다. 등록디자인에 새로운 특징과 이미 알려진 형태가 함께 들어 있다면, 이미 알려진 형태인 ‘공지 부분’까지 한 사람만 독점하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고, 나머지 특징적인 부분의 차이가 전체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대상 물품은 모두 휴대용 가스버너로 같았습니다. 법원은 화구와 그 아래를 둘러싼 띠 모양의 측면링, 받침부재뿐 아니라 조리용기를 결합하는 쿠커 결합링, 안쪽의 프레임, 화력을 조절하는 회전고리까지 구체적으로 비교했습니다.

같은 3단 구조의 비중을 낮춘 이유
공통점은 적지 않았습니다. 두 디자인 모두 3단 구조이고 화구를 위에서 보면 원형이었습니다. 옆에서 본 화구는 가운데가 조금 솟은 완만한 돔 모양이었으며, 가스 연결부와 회전고리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받침부재의 위쪽이 아래쪽보다 넓다는 점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러한 공통점 중 상당 부분이 선행디자인에 이미 나타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3단 구조는 선행디자인 1과 4에, 원형 화구는 선행디자인 1부터 4까지 모두에 나타나 있었습니다. 비슷한 기본 구조가 이 등록디자인에서 처음 만들어진 특징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쿠커 결합링과 바닥 안쪽 프레임에는 실제 사용 상태도 고려되었습니다. 조리용기를 결합하면 쿠커 결합링은 잘 보이지 않고, 저면의 내부 프레임도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부분들의 공통점 역시 중요도를 낮게 보았습니다.
등록디자인의 사용상태도에는 조리용기를 바로 올리거나 용기 받침대를 거쳐 올려놓는 모습이 나타나 있습니다. 법원은 가스통을 연결하고 불의 세기나 점화 여부를 살필 때에는 화구에 시선이 모이지만, 조리용기를 올린 뒤에는 측면링, 받침부재와 회전고리가 계속 보인다고 보았습니다. 사용 전후에 시선이 향하는 곳을 나누어 살핀 것입니다.

통공과 받침부재가 만든 서로 다른 인상

법원이 눈여겨본 차이는 눈에 잘 띄는 부분에 있었습니다. 먼저 등록디자인의 화구 내부에는 특별한 무늬가 없었지만, 확인대상디자인에는 여러 마름모가 이어진 무늬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측면링의 통공도 달랐습니다. 통공은 재료를 관통하도록 뚫은 구멍을 말합니다. 등록디자인에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조약돌 같은 통공이 흩어져 있었고, 확인대상디자인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모양을 이룬 통공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받침부재에서 보이는 차이도 구체적이었습니다. 등록디자인의 위쪽에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통공이 일정한 간격으로 있고, 아래쪽에는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홈이 있었습니다. 확인대상디자인에는 가운데에 사다리꼴 통공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고, 아래쪽의 홈은 없었습니다.
확인대상디자인의 회전고리가 더 짧다는 점과 받침부재 아래쪽에 흰색 ‘snowline’ 문자가 표시되어 있다는 점도 차이로 파악되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글자를 하나 더 넣거나 고리를 조금 줄이면 언제나 비유사가 된다는 판단은 아닙니다. 법원은 이 차이들을 다른 특징과 함께 전체적으로 살폈습니다.
특히 측면링의 독특한 통공과 받침부재의 곡면 홈은 등록디자인의 설명에 기재된 창작 내용의 요점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그 부분의 차이는 주변적인 장식 하나가 달라진 정도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디자인의 특징을 이루는 곳에서 서로 다른 모습이 나타난 셈입니다.
두 디자인의 각 부분이 차지하는 폭의 비율은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공통점이 전체 외형의 비율에 관한 요소라는 점에서, 화구 무늬나 통공, 홈 등에서 생기는 차이보다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등록디자인은 불규칙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느낌을 주는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규칙적이고 정적이며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차이가 서로 다른 심미감을 만들기 때문에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실무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변리사 관점에서 보면, 첫째로 닮은 부분이 언제부터 알려져 있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외관이 비슷하다고 주장하거나 반박할 때에는 그 공통점이 등록디자인의 특징인지, 종전 제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던 형태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선행디자인과의 구체적인 비교가 공통점의 비중을 조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둘째로 차이점을 설명할 때에는 위치와 시각적 효과를 함께 보여 주는 편이 좋습니다. 단순히 ‘구멍 모양이 다르다’고 적는 것보다, 측면에 반복되는 통공이 불규칙한 느낌과 규칙적인 느낌을 각각 만든다는 식으로 전체 인상과 연결해야 합니다. 차이의 크기뿐 아니라 어디에 있고 어떻게 반복되는지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로 사용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가 도움이 됩니다. 제품을 내려다보는 때, 용기를 올린 때,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때에 보이는 부분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정면 사진 한 장만으로 결론을 정하기보다 여러 방향의 모습과 실제 사용 과정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무조건 비교에서 빼거나, 공지된 형태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디자인 전체의 보호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 판결의 판단 방식은 각 부분의 중요도를 조정한 다음, 주의를 끄는 특징과 전체적인 인상을 함께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결론은 두 디자인의 권리범위에 관한 것이며, 등록디자인 자체를 무효로 한 판단은 아닙니다.
휴대용 가스버너처럼 공통된 기본 구조를 가진 제품이라도 구체적인 외관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같은 3단 구조라는 큰 틀을 넘어, 통공의 배열과 받침부재의 홈처럼 소비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특징이 전체 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