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셔츠와 튜브탑 치마가 결합된 원피스의 디자인 유사 판단과 창작성을 다룬 특허법원 2025. 4. 10. 선고 2024허13978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전체 구성이 닮아 보여도 칼라, 가슴라인, 소매의 차이가 어떤 인상을 만드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원피스 디자인 등록을 무효로 해 달라는 분쟁
피고의 등록디자인 제1194176호는 물품의 명칭이 ‘원피스’이며, 2022. 11. 15. 출원되어 2022. 12. 2. 등록되었습니다. 흰색 긴팔 셔츠와 튜브탑 스타일의 치마를 겹쳐 입은 듯한 형태입니다. 튜브탑은 어깨가 드러나고 윗부분이 몸에 붙는 형태의 여성복을 말합니다.
원고는 이 디자인이 기존 디자인과 유사하거나 기존 디자인을 조합하여 쉽게 만들 수 있다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등록무효심판은 이미 등록된 권리에 무효 사유가 있는지를 특허심판원에 심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4. 6. 18. 2023당2402호 심판청구를 기각했고, 원고는 그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심결은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뜻합니다.
소송에서 선행디자인 1은 2022. 2. 14. 온라인 쇼핑몰에 게재된 원피스였습니다. 선행디자인 2와 3은 각각 2020. 8. 19. 및 2021. 5. 22. 온라인 쇼핑몰에 게재된 블라우스였습니다. 여기서 선행디자인은 등록디자인보다 앞서 공개된 비교 자료를 말합니다. 판결은 심판 단계의 비교대상디자인들과 이번 소송의 선행디자인들을 구별하고 있으므로, 같은 번호의 자료라고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등록디자인 제1194176호와 선행디자인 1의 전체 형상
2. 유사한지와 쉽게 창작할 수 있는지는 별개입니다
법원은 두 가지 질문을 나누어 검토했습니다. 첫째는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비슷한 아름다움이나 인상을 느끼는지입니다. 둘째는 차이가 있더라도 해당 분야의 보통 디자이너가 선행디자인들을 변경하거나 결합하여 등록디자인을 쉽게 만들 수 있는지입니다.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창작성 문제까지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 제3호의 유사 여부와 같은 조 제2항의 쉬운 창작 여부를 각각 판단했습니다. 부분마다 차이가 있는지 세는 데서 끝내지 않고, 그 차이가 전체 인상과 창작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것입니다.
3. 닮은 기본 구성의 비중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은 모두 원피스였습니다. 흰색 긴팔 셔츠와 튜브탑 치마가 가슴 윗부분에서 결합하고,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셔츠의 목둘레에 칼라가 열린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칼라는 옷의 목둘레에 달린 깃을 의미합니다.
다만 법원은 여성 원피스에 이미 다양한 디자인이 존재하고, 유행과 기본 구조의 한계 안에서 목둘레·소매·주름·장식 등을 바꾸어 디자인해 온 사정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디자인의 유사 범위를 좁게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위 공통 구성도 출원 전부터 흔히 사용된 형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흔한 부분을 아예 지워 놓고 비교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공통점까지 포함하여 전체를 관찰하면서, 소비자가 눈여겨볼 구체적인 형태의 차이에 주목했습니다.
4. 칼라·가슴라인·소매가 만든 다른 인상
목둘레에서 등록디자인의 칼라는 상대적으로 좁고, 앞부분이 단추 없이 열린 채 치마 부분과 연결되었습니다. 뒤쪽은 중앙 지퍼 양옆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선행디자인 1은 칼라가 더 넓고, 앞부분에 단추 하나를 여밀 수 있으며, 뒤쪽 칼라가 지퍼나 갈라짐 없이 이어졌습니다.
가슴 상단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등록디자인은 가슴 중앙의 골이 얕고, 양쪽 겨드랑이까지 일자에 가까운 완만한 곡선이 이어졌습니다. 선행디자인 1은 중앙이 더 깊게 파이고 양옆으로 가파르게 올라갔다가 끝부분에서 다시 내려가는 원호 형태였습니다.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의 목둘레·가슴 상단 라인
소매산, 즉 어깨에 붙는 소매 윗부분의 주름도 달랐습니다. 등록디자인은 가운데가 접혀 바깥으로 돌출되고, 손목까지 내려온 주름이 소매 끝에서 Y자 모양으로 모였습니다. 소매 끝은 짧고 단추 하나로 여미는 형태였습니다. 선행디자인 1은 여러 주름으로 소매 전체가 둥글고 풍성해지며, 더 긴 소매 끝에 단추 세 개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부분들이 구매하거나 착용할 때 수시로 관찰되어 시선을 끄는 ‘요부’, 즉 인상 형성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았습니다. 각 차이가 함께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다른 심미감을 형성하므로, 두 디자인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5. 블라우스 소매를 붙이면 쉽게 만들 수 있을까요
원고는 선행디자인 1의 소매를 선행디자인 2 또는 3의 블라우스 소매로 바꾸면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어깨 쪽에 돌출부가 있고 주름이 모인다는 공통점만으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2·3의 상의 및 소매 비교
등록디자인은 소매 바깥선이 반듯하고 안쪽 주름이 길이 방향으로 겹쳐져, 정면에서 안쪽 주름이 비교적 덜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선행디자인 2·3은 안쪽 주름의 가운데가 볼록해지고 휘어진 주름선이 바깥선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실루엣 차이가 착용할 때 더욱 부각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소매 길이를 늘리거나 다른 소매를 붙이는 것만으로는 같은 느낌을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주름의 개수와 간격, 접는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창작 수준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칼라와 가슴 상단 라인의 차이도 남았습니다. 원고는 블라우스들을 결합하여 칼라 차이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별달리 주장·증명하지 못했고, 블라우스에는 튜브탑 가슴 상단 라인과 같은 구조 자체가 없었습니다. 일부를 고친 다음 다른 디자인의 일부를 골라 다시 변형·결합하는 과정도 이 사건에서는 흔한 창작수법으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6. 디자인 실무에서는 차이의 작용까지 설명해야 합니다
변리사 관점에서 이 판결은 ‘단추가 다르다’, ‘주름이 다르다’는 목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그 차이가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위치에 있는지, 옷의 윤곽과 착용 시 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디자인에서 흔한 구성과 새로 조화를 이룬 부분을 함께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록무효를 주장할 때에도 비슷한 부품을 여러 자료에서 찾는 데서 그치기 어렵습니다. 각각의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바꾸고 결합해야 하며, 그 과정이 해당 분야에서 왜 쉬운지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반대로 권리자는 주름의 접힘과 윤곽처럼 평면 사진만으로 놓치기 쉬운 특징도 설명 자료로 정리해 둘 수 있습니다.
법원은 선행디자인과의 유사성과 쉬운 창작이라는 두 무효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셔츠와 튜브탑이라는 기본 구성의 공통점뿐 아니라, 칼라·가슴라인·소매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구체적인 전체 인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