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제품의 기능과 관련된 형상이나 이미 알려진 부분을 디자인 유사 판단에서 빼도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후10235 판결은 얼굴과 목을 가리는 마스크 디자인을 놓고, 개별 부분과 전체적인 인상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다룬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과 유사하여 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결론이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공지된 부분 자체에 새로 독점권을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부분이 어우러져 만드는 인상과, 기존 디자인을 쉽게 결합한 것인지가 각각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1. 마스크 디자인의 권리범위 분쟁
피고는 ‘마스크’ 디자인을 2020. 9. 29. 출원하여 같은 해 12. 3. 등록받았습니다. 등록번호는 제1085401호입니다. 원고는 자신의 마스크가 이 등록디자인의 보호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 비교 대상으로 특정한 원고의 디자인을 ‘확인대상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원고가 청구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특정 디자인이 다른 사람의 디자인권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 1. 21. 2024당1561 심판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어 특허법원 2025. 8. 14. 선고 2025허10300 판결도 그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두 디자인은 모두 얼굴을 가리는 상단과 목을 감싸는 하단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상단 양 끝은 둥글게 솟아 있었고, 귀를 거는 부분은 반달 모양이었습니다. 입과 코 부분에는 여러 통공, 즉 뚫린 구멍이 있었으며 앞으로 돌출된 ‘새부리’ 모양이 나타났습니다. 목 부분의 중앙에는 뾰족한 돌출선이 있고 양 끝에는 벨크로가 붙어 있었습니다.
차이도 있었습니다.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은 상단 측면의 기울기, 하단과 모서리의 곡선, 측면의 돌출 형태 등이 달랐습니다. 정면에서 얼굴부가 앞으로 나온 모습도 등록디자인은 타원 형태인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역삼각 형태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차이가 전체 인상을 바꿀 정도인지 살펴보았습니다.

2. 공지된 부분도 조합의 인상을 봅니다
공지된 디자인은 출원 전에 공개되어 알려진 디자인을 말합니다. 디자인을 이루는 일부 형상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면 그 부분에 독점권이 있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알려진 부분들을 제외하고 남은 부분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개별 형상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심미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유사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미감은 디자인을 보았을 때 느끼는 전체적인 미적 인상을 뜻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얼굴과 목을 가리는 구성 및 벨크로는 선행디자인 12에, 새부리 모양은 선행디자인 1과 5에, 하단 중심의 돌출선은 선행디자인 1에 부분별로 유사한 모습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부분이 알려졌다는 사실이 두 마스크의 전체 인상을 설명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특허법원은 상·하 2단 구성, 둥글게 솟은 상단 양 끝과 반월형 귀걸이, 앞으로 돌출된 입·코 부분이 함께 어우러져 ‘개구리 형상’을 연상시킨다고 보았습니다. 또 둥근 마무리와 하단 중심의 돌출선이 결합해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을 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눈에 잘 들어오는 지배적인 특징이므로, 공지된 부분의 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요도를 낮출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기울기나 모서리 등 세부 차이는 통상의 디자이너가 가할 수 있는 상업적·기능적 변형이거나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미세한 차이로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느끼는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법원도 원심 이유의 일부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두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추가적인 수평 지지대와 통공의 수·배열 차이도 주장했습니다. 등록디자인에는 총 52개의 통공이 사선으로 배열되고, 확인대상디자인에는 총 76개의 통공이 직선으로 배열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이 차이들 역시 세밀하게 관찰해야 알 수 있어 전체 심미감에 주는 차이가 미미하다고 보았습니다. 차이가 몇 개 있는지보다 그 차이를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했습니다.
3. 기능적 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외할 수 없습니다
기능적 형상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착용·고정하는 기능과 관련된 형태를 뜻합니다.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이라고 해서 디자인 비교에서 언제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그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대체 형상이 있는지에 주목했습니다.
같은 기능을 다른 형상으로도 확보할 수 있다면 특정 형상만이 기능상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그 부분이 공지 형상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지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사 판단에서 중요도를 낮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능을 위한 요소인지와 그 모양만 가능했는지는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이 법리를 ‘기능적 형상은 모두 강하게 보호된다’고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대체 형상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라는 전제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이 판결은 기능과 관련된 부분을 일괄 제외하는 대신, 물품의 특성과 전체 외관 속에서 그 부분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도록 한 것입니다.
4. 자유실시디자인은 다른 비교입니다
원고는 자신의 마스크가 자유실시디자인이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자유실시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출원 전에 공개된 디자인이나 그 결합으로 해당 분야의 보통 디자이너가 쉽게 실시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이 주장이 인정되면 등록디자인과 유사한지 따질 필요 없이 그 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행디자인 12에는 반월형 귀걸이와 코·입 부분의 새부리 형상이 없었습니다. 코와 입 부분에는 절개된 구멍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구김이 간 재질의 울퉁불퉁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특허법원은 이 때문에 확인대상디자인의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과는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선행디자인 1에는 새부리 형상과 하단 중심 돌출선이 있었지만 얼굴과 목을 보호하는 부분이 일체형이고 귀걸이부는 안쪽에 있었습니다. 선행디자인 5에는 정면의 개 발자국 무늬가 있고 목을 보호하는 하단 부분이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들 역시 확인대상디자인과 서로 다른 인상을 준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인대상디자인의 특징은 여러 구성요소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생긴 것이었습니다. 선행디자인 12에 선행디자인 1과 5를 단순히 결합한다고 해서 개구리 형상과 정돈된 미감이 쉽게 얻어지지는 않는다고 특허법원은 보았습니다. 대법원도 자유실시디자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자신의 디자인을 쉽게 실시할 수 있다는 주장과 등록디자인 자체를 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주장도 구분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등록디자인의 창작비용이성, 즉 쉽게 창작할 수 없는 성질을 다투는 주장은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 주장을 상고심에서 처음 했다는 점에서도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5. 실무에서는 전체 인상과 방어 근거를 함께 정리하세요
변리사 관점에서 디자인을 비교할 때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공지된 부분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결합했는지, 그 조합이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뿐 아니라 구매·거래할 때 보이는 외관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능 때문에 특정 형태를 선택했다고 설명하려면, 같은 기능을 다른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소한 선이나 구멍을 바꾼 것만으로 분쟁 위험이 줄었다고 단정하기보다, 변경 후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검토는 제품 개발과 디자인 출원 단계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자유실시디자인을 주장할 때에는 출원 전 공개 자료와 확인대상디자인을 구체적으로 대응시켜야 합니다. 선행 자료에서 일부 특징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조합도 쉽게 얻어진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등록디자인 자체의 유효성을 다투려는 경우에는 권리범위 판단과 다른 쟁점이므로 절차와 주장 근거를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마무리
이 판결의 핵심은 공지된 부분이나 기능과 관련된 형상을 기계적으로 빼고 디자인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여러 요소가 결합해 만드는 전체적인 인상을 살피고, 세부 차이가 그 인상을 바꾸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기능적 형상의 대체 가능성과 자유실시디자인 여부도 각각의 기준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이 사건은 특정 마스크 디자인의 보호범위를 확인한 사건입니다. 제품의 겉모습을 조금 달리했거나 이미 알려진 요소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기보다, 완성된 외관과 선행디자인을 함께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