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상표 사용을 허락받았지만 사용권을 등록하지 않아 분쟁이 생긴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다306691 판결로, 미등록 통상사용권자가 나중에 등록된 전용사용권자에게도 자신의 사용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사용 계약서를 받은 뒤 상표권자가 다른 사람에게 독점적인 사용권을 주고 이를 등록했다면 어떨까요? 이 사건에서는 사용을 허락한 상표권자와 새로 전용사용권을 받은 사람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습니다.
1. 먼저 허락받은 사람과 나중에 등록한 사람
원고 1은 인스턴트우동, 만두 등과 간이음식점업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상표를 출원하여 2020년 6월 23일 설정등록을 받았습니다. 지정상품은 그 상표권으로 보호받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범위를 뜻합니다.
상표권자인 원고 1은 2021년 7월 11일경 피고에게 무상의 통상사용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사용 지역은 대한민국 전 지역이었고, 최초 사용 기간은 2021년 7월 11일부터 2023년 7월 10일까지였습니다.
이후 당사자들은 사용 기간을 2031년 7월 10일까지로 늘렸습니다. 다만 피고는 통상사용권의 설정을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약속한 사용 기간이 길다는 사실과 사용권이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데, 이 차이가 분쟁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그 뒤 원고 1은 2022년 3월 17일 원고 2에게 전용사용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사용 지역은 대한민국 전 지역, 사용 기간은 2030년 6월 22일까지였습니다. 원고 2는 설정 당일 전용사용권을 등록했습니다.
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습니다. 사용 계약이 조건의 성취 등으로 종료되었다고 주장했고, 계약이 유지되더라도 피고의 통상사용권은 미등록 상태이므로 전용사용권자인 원고 2에게는 주장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두 문제를 나누어 판단했습니다.
2. 통상사용권과 전용사용권은 어떻게 다를까요?
통상사용권은 약속한 범위에서 다른 사람의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상품, 지역, 기간 등은 설정 내용에 따라 정해집니다. 상표 사용을 허락하는 계약이 있다는 것은 이러한 사용 권리를 판단하는 출발점이지만, 그 권리를 다른 권리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전용사용권자는 설정한 범위에서 지정상품에 관하여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합니다. 이 사건의 원고 2가 그 지위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먼저 허락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문제를 끝낼 수는 없었고, 두 사람의 사용 권리와 등록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대항할 수 있다’는 말은 다른 권리자에게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 그 사람의 청구에 맞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계약 상대방에게 사용 허락을 받았다는 것과, 다른 권리자가 사용 중단을 요구할 때 그 허락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은 구별됩니다.
3. 상표권자의 청구는 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원심인 특허법원은 원고 1과 피고 사이의 상표 사용 계약이 종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계약이 끝났는데도 상표를 사용했다는 원고 1의 침해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피고가 상표권자에게서 받은 사용 허락은 당사자 사이에서 계속 효력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고 1이 원심의 증거 판단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 제시한 주장도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상표권자인 원고 1의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피고와 원고 1 사이에서는 계약이 유지된다는 판단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미등록 상태만으로 계약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용사용권자인 원고 2의 청구도 배척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였습니다.
4. 미등록 사용권은 전용사용권자에게 통할까요?
대법원은 상표법 제10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통상사용권의 설정은 등록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약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더하여, 그 계약으로 받은 사용권이 등록되었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제3자는 단순히 계약서에 이름이 없는 모든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통상사용권자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사람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약속한 범위에서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받은 원고 2가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피고는 통상사용권을 받았지만 이를 등록하지 않았고, 원고 2는 전용사용권을 설정받아 등록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권리 관계에서 피고가 자신의 통상사용권을 원고 2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사용 허락을 받았다는 순서만으로 그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원심은 사용 계약이 종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 2의 청구도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이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용사용권자의 청구까지 끝낸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계약의 존속과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은 각각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5. 일부 파기환송은 무엇을 다시 판단하라는 뜻일까요?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의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장 사용 여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대한 사용 또는 사용 우려를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손해배상에 관해서는 피고의 고의나 과실, 전용사용권 침해로 인한 원고 2의 손해 발생 등도 살펴야 했다고 했습니다.
최종 주문은 원고 2에 대한 부분만 파기하여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내고, 원고 1의 상고는 기각하는 것이었습니다. 파기환송은 원심의 잘못된 판단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을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두 원고에 대한 결론을 하나로 묶어 이해하면 판결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대법원이 분명히 한 것은 미등록 통상사용권으로 원고 2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법리입니다. 침해와 손해배상액을 모두 확정한 것은 아니며, 해당 청구의 요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6. 변리사 관점에서 살펴볼 계약과 등록
실무에서는 사용권의 종류와 등록 여부를 계약 검토 단계에서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건처럼 사용 기간을 길게 정했어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효력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상품과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 지역과 기간은 어디까지인지, 등록 절차에 누가 협조할 것인지 등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사용 허락을 적는 문제와 그 사용권을 등록하는 문제를 각각 확인하면, 사업을 진행한 뒤 권리 관계를 다시 맞추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상표권자나 새 전용사용권자 입장에서도 기존 사용 계약과 등록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상표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권리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이는 법원의 결론과 별개로,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사용 권리를 계약 단계에서 정리하기 위한 실무적 점검입니다.
허락한 상표권자와의 관계에서 계약이 유지되어도, 독점 사용권을 등록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확보할 때에는 계약 내용과 등록 상태를 함께 살펴보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