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다른 업체가 만든 제품을 받아 모양을 일부 수정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디자인을 출원해도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2후10401 판결은 휴대전화 보호필름 부착장치에 쓰이는 입체롤러의 창작 기여와 무권리자 출원을 다룬 사건입니다.
제품을 실측하여 도면을 만들고 실제로 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어떤 형태를 새롭게 만들었는지와, 기존 창작자로부터 권리를 넘겨받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1. 다른 업체의 롤러를 받아 수정·제작했습니다
한 회사가 2018년 초 여러 업체에 휴대전화 보호필름 부착장치 개발사업을 제안했습니다. 판결에서 ‘소외 1 회사’로 표시된 이 회사를 편의상 발주 회사라고 부르겠습니다. ‘소외 2 회사’는 공동개발사업자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자체 개발 의사를 밝히고 시험평가 참여를 요청한 업체입니다.
소외 2 회사는 관련 자료를 받고 발주 회사의 담당자에게 컨설팅과 검증을 받으면서 롤러를 포함한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휴대전화 화면의 가장자리 형태에 맞추어 여러 종류의 입체롤러를 제작했고, 2018년 12월 무렵 대상디자인들이 반영된 롤러를 납품했습니다.

대상디자인들은 전체적으로 아령처럼 양 끝이 두껍고 가운데가 가늘며, 가운데에서 양 끝 방향으로 두께가 두 번 바뀌는 형태였습니다. 이러한 단계적인 높이·두께 차이를 ‘단차’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양 끝의 2단 단차가 중요한 형태적 특징이었습니다.
발주 회사는 품질 개선을 요구하다가 2019년 2월 무렵 기존 입체롤러를 원고에게 전달하고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원고는 롤러를 실측하여 도면을 완성하고 2019년 5월 무렵 제품을 제작했습니다. 이어 2019. 11. 12. 해당 디자인을 출원하여 2020. 2. 24. 등록받았습니다.
그 등록에 무효 사유가 있는지가 소송에서 다투어졌습니다. 디자인 등록무효심판은 이미 등록된 디자인에 법률상 무효 사유가 있는지 특허심판원에서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대법원은 특허법원 2022. 6. 10. 선고 2021허5358 판결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심리했습니다. 상고는 원심 판결의 법률적 잘못을 대법원에 다투는 절차입니다.
2. 무권리자 출원은 누가 등록받을 권리를 가졌는지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이나 그 권리를 넘겨받은 사람에게 디자인등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리를 적법하게 넘겨받는 것을 ‘승계’라고 합니다. 그 권리 없이 출원한 사람을 이 사건에서는 ‘무권리자’라고 합니다.
여기서 창작은 제품을 제작하는 행위와 구별됩니다. 디자인은 물품의 형상·모양·색채 등이 눈을 통해 일으키는 미적 인상을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창작에 기여했는지를 판단할 때도 제품의 시각적 형태를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 무엇을 보탰는지 살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디자인을 조금 변형했더라도, 해당 분야의 통상적인 디자이너가 흔히 선택할 정도의 변경이고 미적 인상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디자인 창작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모든 수정이 새로운 창작자의 지위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3. 경사·폭·외피의 차이가 왜 창작 기여로 인정되지 않았나요?

원고의 등록디자인에는 기존 대상디자인들과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단차와 두 번째 단차 사이의 경사는 조금 더 완만해졌고, 그 구간의 폭은 길어졌습니다. 측면 외피도 조금 더 두꺼워졌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지 않고, 차이가 생긴 이유와 전체 형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폈습니다.
기존 대상디자인들 사이에도 해당 구간의 경사와 폭에는 작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측면 외피의 두께는 금속 막대를 감싸는 재질의 두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변경이 통상적인 디자이너가 흔히 취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았습니다.
변경 후에도 전체적인 아령 형상과 양 끝의 2단 단차는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대법원은 그 변경이 시각을 통해 일으키는 미적 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사와 폭, 외피가 조금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등록디자인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웠던 것입니다.
대상디자인들은 소외 2 회사 직원과 발주 회사 직원이 입체롤러를 논의하면서 창작한 것이므로, 원고를 그 창작자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마지막으로 도면을 완성하고 제품을 제작했다는 사정과, 디자인의 중요한 형태를 창작했다는 사정은 구별되었습니다.
4. 제작 의뢰와 권리 승계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원고가 대상디자인들의 창작자나 그 승계인에게서 디자인등록을 받을 권리를 넘겨받았다고 볼 자료도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실질적인 창작 기여가 인정되지 않고 권리 승계도 확인되지 않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무권리자 출원에 따른 무효 사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명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무효 사유를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의 결론을 단순히 ‘두 디자인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정리하면, 등록받을 권리의 귀속이라는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5. 이미 공개된 디자인인지와 무권리자 출원은 다른 쟁점입니다
원고는 대상디자인이 공개적으로 실시되었는지에 관한 문제도 다투었습니다. ‘공지’는 일반에 알려진 상태를, ‘공연실시’는 비밀이 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사용·판매하는 등 디자인을 실시한 것을 뜻합니다.
대법원은 출원인에게 디자인등록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무효 사유와, 대상디자인이 출원 전에 공지되거나 공연히 실시되었는지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권리를 가진 사람이 출원했는지와, 디자인이 이미 알려져 있었는지는 각각 다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 디자인이 공개되었는지를 다투는 것만으로 무권리자 출원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창작 기여와 권리 승계가 인정되는지가 별도로 중요했습니다.
6. 변리사 관점: 업체를 바꿀 때 형태와 권리를 함께 정리하세요
실무에서는 기존 제품을 다른 업체에 전달하여 개선·제작을 맡길 때, 납품 권한과 디자인 출원 권한을 함께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을 전달하거나 제작비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을 권리까지 이전되었다고 생각하면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먼저 기존 형태를 누가 착상하고 구체화했는지, 새 업체가 어느 부분을 어떤 이유로 바꾸었는지 기록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도면의 수정 이력, 시제품 비교, 형태 변경 요청과 검토 의견을 연결하면 창작 기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형상 변경의 크기만으로 권리 유무를 단정하기보다 미적 인상에 미친 영향도 살펴야 합니다.
다음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을 권리를 누구에게서 어떤 범위로 넘겨받았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외주 계약에서 제품 제작, 도면 사용, 디자인 권리의 이전과 출원 주체를 분명히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발주 회사가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 디자인 권리를 적법하게 처분할 수 있다는 사실도 구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부품의 치수를 조금 조정한 경우와 새로운 외관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경우는 검토할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설명을 위한 가상 예시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변경의 성격, 전체적인 미적 인상, 창작 과정과 권리 승계 자료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마무리: 수정한 흔적만으로 출원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 판결은 제품을 받아 실측하고 일부 형태를 바꾸어 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을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출원 전에는 자신이 디자인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기존 권리를 적법하게 넘겨받았는지를 각각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