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설치를 마치면 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디자인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5. 8. 14. 선고 2025허10295 판결은 난간용 파이프의 옆면과 내부 구조가 전체적인 인상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다룬 사건입니다.
두 제품이 모두 길쭉하고 표면에 돌출부가 있으면 같은 디자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매하거나 설치할 때 보이는 모습, 이미 알려진 모양,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구조까지 함께 살펴보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 개요: 난간용 파이프의 권리범위 분쟁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난간의 기둥과 기둥 사이에서 회전하도록 설치하는 파이프에 관한 것입니다. 2022년 11월 11일 출원되어 2023년 7월 7일 등록되었고, 등록번호는 제1223697호입니다.
디자인권자는 상대방의 파이프가 자신의 디자인권 보호범위에 들어간다며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특정 제품의 디자인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포함되는지를 특허심판원에 확인받는 절차입니다. 비교를 위해 특정한 상대방 디자인을 ‘확인대상디자인’이라고 합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년 2월 20일 2023당3587 심결에서 디자인권자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등록디자인이 참신하므로 유사한 디자인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넓게 보아야 하고, 두 디자인의 주된 창작적 특징이 같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상대방 회사가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허법원은 두 디자인의 전체적인 인상이 다르다고 판단하여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특허심판원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사건입니다.
무엇을 비교했을까요?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
두 디자인의 대상 물품이 모두 난간용 파이프라는 점에는 다툼이 없었습니다. 쟁점은 같은 종류의 물품에 표현된 형상과 모양이 서로 유사한지였습니다.

두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옆으로 긴 봉 형태이고, 둘레에 돌출부와 오목한 부분이 반복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옆면에서 보면 등록디자인의 돌출부는 6개이고 확인대상디자인의 돌출부는 8개입니다. 확인대상디자인에는 중앙을 향하는 4개의 막대 모양 고정핀이 있고, 그 중앙에는 빈 공간이 남아 있습니다.
돌출부 사이의 연결 방식도 달랐습니다. 등록디자인은 중간 부분에서 두 단계로 각이 지는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하나의 깊은 곡선으로 매끈하게 이어집니다. 돌출부 끝의 모양과 구멍 유무, 정면에 나타나는 선의 배열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닮은 부분이 모두 독점되는 것은 아닙니다
디자인 유사성은 각 부분의 차이를 따로 세어 결정하지 않습니다. 외관을 전체적으로 비교하여 보는 사람이 받는 심미감, 즉 시각적인 인상이 비슷한지 판단합니다. 다만 이미 공개되어 알려진 부분인 ‘공지 부분’은 권리범위를 정할 때 중요도를 낮게 평가합니다.
법원은 긴 다각형 봉 형태, 둘레의 돌출부와 오목한 부분, 삼각형에 가까운 돌출부, 정면에서 수평선으로 보이는 모습 등이 여러 선행디자인에 나타나 있다고 보았습니다. 선행디자인은 등록디자인보다 앞서 알려진 비교 자료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선행디자인 3의 난간용 포스트에는 꼭짓점처럼 튀어나온 부분과 안쪽으로 오목한 면이 반복되는 형태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공통점을 모두 등록디자인만의 새로운 특징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공지 부분을 비교에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면서 그 비중을 조정한 것입니다.
디자인권자는 돌출부의 높이가 기본 원형 반지름의 절반 정도라는 점 등을 들어 독창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미 알려진 형태에서 돌출부의 높이를 바꾼 사정만으로 기존에 없던 참신한 디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2: 옆면과 내부 구조가 다른 인상을 만들었습니다
법원이 특히 주목한 것은 확인대상디자인 내부의 4개 고정핀이었습니다. 바깥쪽의 곡선과 달리 두꺼운 직선으로 보이고, 속이 빈 파이프 안쪽으로 면을 이루며 이어져 시선을 끌었습니다. 등록디자인에는 이런 구조가 없었습니다.
6개의 돌출부와 8개의 돌출부도 단순한 개수 차이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등록디자인은 두 단계로 각이 진 부분 때문에 완만하게 휘어지는 느낌을 주지만, 확인대상디자인은 돌출부가 더 촘촘하고 깊은 곡선이 이어져 튀어나오고 들어간 부분이 반복되는 느낌을 준다고 보았습니다.
정면에서는 등록디자인의 좁고 넓은 간격의 수평선들이 반복되는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돌출부에 따른 선이 나타나 더 간결하고 단조로운 인상을 주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차이를 종합하여 두 디자인이 서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3: 설치 후 가려져도 거래할 때 보입니다
디자인권자는 파이프의 옆면이 난간 기둥에 가려져 사용 중에는 잘 보이지 않으므로 중요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디자인을 사용하는 때뿐 아니라 거래하는 때의 외관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난간용 파이프의 옆면은 제품을 거래할 때 눈에 잘 띄고, 파이프를 기둥에 연결하는 등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설치가 끝난 뒤 일부가 가려진다는 이유만으로 그 부분을 요부, 즉 시선과 주의를 끄는 중요한 부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4: 기능이 있는 형상도 살펴봐야 합니다
디자인권자는 내부 고정핀이 파이프를 고정하기 위한 기능적 형상이므로 그 중요도를 낮게 보아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기능에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디자인상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 기능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그 모양이어야 하는지, 다른 모양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의 4개 막대가 면으로 이어지는 형상을 파이프 고정 기능에 반드시 필요한 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 구조가 만들어 내는 시각적 차이를 유사성 판단에 반영했습니다.
판결의 결론: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특허법원은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과 전체적인 심미감에서 차이가 있어 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반대 결론을 내린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이 판결이 등록디자인 자체를 무효로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원고는 등록디자인에 무효 사유가 있다는 주장과 기존 디자인으로 쉽게 실시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주장도 했지만, 법원은 두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는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리고 나머지 주장은 더 살피지 않았습니다.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
첫째, 제품을 설치한 뒤의 사진만으로 디자인을 비교하면 중요한 차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거래 전 제품 사진, 각 방향의 도면, 조립·설치 단계에서 관찰되는 모습까지 함께 정리해 두시면 어떤 부분이 눈에 잘 띄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 기능을 위한 구조라고 주장하려면 그 말에 그치지 않고 대체할 수 있는 형상이 있는지도 검토하셔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고정 역할을 하는 부분도 두꺼운 직선과 내부 면을 이루어 제품의 전체 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셋째, 상대 제품과 닮은 부분을 찾는 작업과 그 부분이 원래부터 알려져 있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함께 하셔야 합니다. 공지된 형상은 포함하여 전체를 보되, 해당 등록디자인이 실제로 새롭게 보여 준 특징과 구분해야 권리범위를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돌출부의 수만 바꾸거나 내부에 구조를 하나 더 넣으면 언제나 디자인권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결론은 옆면·내부 구조·정면의 선 배열이 함께 만들어 낸 인상과 선행디자인의 내용을 종합한 결과입니다.
마무리
난간용 파이프 사건은 ‘사용할 때 보이지 않는다’거나 ‘기능을 위한 부분이다’라는 설명만으로 디자인 비교를 끝낼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실제 거래와 설치 과정에서 관찰되는 모습, 공지 부분의 비중, 구체적인 차이가 만드는 전체 인상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