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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세정 기능, 특허 침해일까요?

대법원 2023후11340 판결을 통해 기능적으로 기재된 청구항의 해석과 균등 판단, 출원경과의 의미를 살펴봅니다.

기능적 청구항과 균등침해 판례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정수기의 세정 기능이 같아도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후11340 판결은 ‘세정수단’이라는 기능적 표현을 어떻게 해석하고, 서로 다른 세정 방식이 균등한 기술인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다룬 사건입니다.

특허에 기능을 넓게 적으면 그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방식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는 청구범위의 단어뿐 아니라 명세서의 설명, 출원인이 심사 과정에서 한 주장, 이미 알려져 있던 기술이 함께 결론을 좌우했습니다.

사건 개요|자가세정 정수기 특허의 제1항과 제10항

특허권자는 ‘자가세정 가능한 정수기’에 관한 특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가세정은 정수기의 저장탱크를 분리하지 않고 기기 안에서 씻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이 사건에서 직접 비교한 대상은 정정된 청구항 제1항과 이를 인용하는 제10항이었습니다. 청구항은 특허로 보호받으려는 기술의 범위를 문장으로 적은 항목입니다.

상대방은 물을 전기분해하여 만든 물로 정수탱크 등을 살균하는 기술이 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기분해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물질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입니다. 비교 대상으로 특정한 기술을 판결에서는 ‘확인대상 발명’이라고 부릅니다.

상대방은 특허심판원에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자신의 기술이 상대방 특허의 보호범위 밖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심판원은 그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특허권자가 심판원의 판단인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특허법원은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원심인 특허법원 2023. 10. 12. 선고 2022허4918 판결은 두 발명이 실질적으로 같은 기술로 평가되는 균등관계에 있어 제1항·제10항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청구범위 해석과 균등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쟁점|‘세정수단’은 모든 세정 방식을 뜻할까요?

제1항에는 여과된 물을 이용하여 저장탱크를 세정하도록 연결된 세정부와 그 안의 ‘세정수단’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구범위에는 세정수단의 구체적인 기술적 구성이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무엇으로, 어떤 방식으로 씻는지보다 수행할 기능을 중심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특허의 보호범위가 원칙적으로 청구범위에 따라 정해지며,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만으로 함부로 좁히거나 넓혀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기능적 표현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좁게 해석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표현만으로 구체적인 구성을 알 수 없고,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명세서의 다른 기재에 비추어 명백히 불합리한 경우에는 제한하여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명세서는 발명의 내용과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출원 서류입니다. 넓은 문구에 들어갈 것처럼 보이는 방식이 그 설명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출원인이 의식적으로 제외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1|명세서가 설명한 것은 희석 방식이었습니다

이 특허의 발명 설명에는 세정수단 내부에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포함하고, 여과된 물에 그 물질을 희석한 다음 저장탱크로 공급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반면 전기분해로 살균물질을 새롭게 만들어 세정하는 방식에 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탱크를 깨끗하게 한다’는 결과가 같다는 것만으로 모든 세정 장치를 그 문구에 포함시키기는 어려웠습니다. 대법원은 발명의 설명이 실제로 뒷받침하는 기술적 내용부터 확인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2|원출원 때 한 설명도 중요했습니다

이 특허는 처음 출원한 발명의 일부를 나누어 출원한 뒤, 다시 그 일부를 나누어 출원한 발명이었습니다. 분할출원은 원래 출원 서류에 담긴 발명의 일부를 별도의 출원으로 나누는 절차입니다. 이 사건의 원출원일은 2009. 2. 3., 첫 분할출원일은 2010. 10. 28., 다시 분할한 이 사건 특허의 출원일은 2011. 4. 4.였습니다.

원출원 심사 과정에서 기존 정수기 세척 기술과 실질적으로 같다는 거절이유가 통지되자, 출원인은 2011. 3. 7. 두 기술이 다르다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자신의 기술은 세정물질이나 살균물질을 미리 내부에 포함하므로 세정 시간이 짧고 별도의 전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비교 기술은 전기분해로 살균물질을 새로 만들어 시간과 전력이 든다는 취지였습니다.

출원인은 원출원의 청구범위도 내부에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포함하는 필터나 도징시스템을 갖춘 세정수단으로 한정했습니다. 도징시스템은 정해진 양의 물질을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이처럼 심사 과정에서는 전기분해 방식과의 차이를 근거로 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던 것입니다.

대법원은 출원인이 같고, 이 사건 특허가 원출원에 기재된 범위 안에서 분할되었으며, 위 의견을 낸 뒤에 다시 분할출원되었다는 사정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그러므로 원출원의 심사 경과도 이 사건 청구범위 해석에 참작할 수 있고, 전기분해 방식은 의식적으로 제외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의 세정수단을, 내부에 포함된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여과된 물에 희석하여 저장탱크에 공급하는 수단으로 해석했습니다. 모든 분할출원에 원출원의 주장이 기계적으로 적용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사건의 출원 관계와 주장 내용, 시점 등을 종합한 판단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3|같은 목적만으로 균등한 발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청구범위와 구성이 글자 그대로 일치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같은 기술이라면 보호범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 균등 판단이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가 같고, 실질적으로 같은 작용효과가 있으며, 해당 분야의 보통 기술자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변경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과제 해결원리’는 발명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방식입니다. 이를 단순히 ‘탱크를 자동으로 씻는다’는 목적 수준으로 넓게 잡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대법원은 특허가 기존 기술에 비해 실제로 무엇을 더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출원 당시 이미 알려진 자료에는 정수기의 여과된 물로 저수조를 자동 살균하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살균장치에 공급할 물을 일부 필터에만 통과시켜 나머지 필터의 수명 단축을 막는 기술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일부 필터를 통과한 물로 자가세정한다는 생각만을 이 특허만의 핵심으로 넓게 파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법원은 이 특허가 그러한 기존 기술에 세정물질이나 살균물질을 내부에 포함하는 세정수단을 결합한 것이어서, 기술발전에 기여한 정도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과제 해결원리도 청구범위의 구체적인 기재에 가까운 수준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단을 특허 자체를 무효로 선언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두 방식의 차이가 결론을 바꾸었습니다

특허발명은 일부 필터를 통과한 물에 내부의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희석하여 저장탱크를 씻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확인대상 발명은 일부 필터를 거친 물을 전극 살균기에서 전기분해하여 생성한 물로 정수탱크를 씻는 방식이었습니다. 미리 포함된 물질을 희석하는 것과 전기분해로 생성하는 것은 이 사건에서 같은 해결원리로 볼 수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확인대상 발명이 제1항의 구성과 동일하거나 균등한 구성 및 그 결합관계를 그대로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제1항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고, 제1항을 인용하여 조건을 더한 종속항인 제10항의 권리범위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직접 판단 대상이 된 청구항은 이 두 항입니다.

주문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환송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파기환송은 기존 판결을 깨뜨리고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돌려보내는 결정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그 대법원 판단이며, 손해배상액을 정하거나 해당 특허 전체의 무효를 선언한 판결은 아닙니다.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

첫째, 기능을 넓게 표현하는 것만으로 넓은 보호범위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출원 단계에서는 어떤 구조와 방식으로 그 기능을 구현하는지, 보호받으려는 다양한 구현 방식이 발명의 설명에 충분히 담겨 있는지 함께 검토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거절이유에 대응하면서 제출하는 의견은 나중의 권리범위 해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존 기술과 차이를 강조할 때에는 어떤 방식을 제외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지, 관련 분할출원과 설명이 일관되는지도 점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다른 제품의 특허 침해 가능성을 검토할 때에는 기능이나 목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으셔야 합니다. 청구항별 구성을 비교하고, 명세서와 심사 경과, 출원 당시 알려진 기술을 함께 살펴 실제 해결 방식이 같은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마무리|기능의 이름보다 기술의 내용을 보셔야 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세정’이라는 공통된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작동 방식을 한데 묶을 수 있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은 명세서가 뒷받침하는 내용과 출원인이 설명한 차이, 기존 기술에 대한 기여를 바탕으로 보호범위를 판단했습니다. 특허를 작성할 때에도, 다른 기술과 비교할 때에도 기능을 실제로 구현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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