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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식별력, 설명과 암시의 차이

Simpleat 판결을 통해 상품의 품질 설명과 상표의 암시적 의미를 구별하는 판단 기준을 살펴봅니다.

Simpleat 상표의 식별력 분석 이미지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간편식을 떠올리게 하는 ‘Simpleat(심플잇)’ 상표의 식별력을 살펴본 특허법원 2024. 10. 17. 선고 2024허11507 판결을 소개하겠습니다. 상품의 특징을 직접 설명하는 이름과, 그 특징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이름은 어떻게 구별할까요? 제품 포장의 설명문구와 구매 후기도 함께 쟁점이 되었습니다.

1. 무효심결을 법원이 취소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대상은 등록 제1665940호 ‘Simpleat’ 상표입니다. 상표를 사용할 상품으로 정해 둔 지정상품에는 곡물가공식품, 효모, 장류, 조미료, 소스, 빵, 과자 등 제30류 상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등록상표는 2019. 4. 22. 출원되어 2020. 11. 25. 등록되었습니다.

등록상표 Simpleat의 색상과 서체
등록상표 Simpleat의 색상과 서체

등록상표 제1665940호 Simpleat

피고는 이 상표가 ‘간편하게 먹다’라는 뜻을 바로 나타내고, 상품의 출처를 구별하는 힘도 없다는 이유 등으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등록무효심판은 이미 등록된 상표에 등록을 허용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지 다투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4. 3. 8. 2023당2735 심결에서 상품의 성질을 설명하는 표장이고 식별력도 없다고 보아 등록을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상표권자인 원고가 이 심결을 다투자 특허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주장된 보통명칭, 상품의 성질을 나타내는 표장, 그 밖의 식별력 부족 및 품질오인에 관한 무효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상표를 무효로 한 심판원의 판단이 법원에서 유지되지 않은 것입니다.

2. 단어를 나누기보다 전체를 보았습니다

식별력은 소비자가 그 이름이나 표시를 보고 누구의 상품인지 구별할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상품을 설명할 때 누구나 써야 하는 표현을 한 업체만 독점하게 하면 거래가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표법은 상품의 품질·용도·사용방법 등을 보통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의 등록을 제한합니다.

다만 두 단어를 결합한 상표라면 각각의 단어 뜻을 따로 번역하는 데서 판단을 끝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결합된 전체 모습과 의미, 지정상품과의 관계 및 거래사회의 실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품의 특징을 어느 정도 떠올리게 하더라도, 전체로 보아 그 특징을 단순히 설명하는 표현으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표는 앞의 ‘Simpl’이 밝은 주황색 흘림체이고 뒤의 ‘eat’은 어두운 붉은색 정자체이며, 띄어쓰기 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두 부분의 크기 비중도 거의 비슷하고, 우리말로는 짧은 세 음절인 ‘심플잇’으로 발음되었습니다. 법원은 개별 단어로 보이는 ‘simple’과 ‘eat’의 독립적인 식별력이 약하다는 점까지 고려하여, 소비자가 ‘심플잇’ 전체로 부르고 뜻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았습니다.

3. 간편식의 연상과 직접 설명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Simpleat’을 ‘Simple’과 ‘Eat’을 합친 뒤 가운데 ‘e’ 하나를 생략하여 만든 조어로 보았습니다. 조어는 기존 사전의 단어를 그대로 쓴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 낸 말을 뜻합니다. 이 사건의 결합은 사전적인 의미가 없고, 문법적으로도 흔히 접하는 영어 표현과 달랐습니다.

소비자가 두 영어 단어의 뜻을 연결한 다음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겠구나’ 하고 추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런 연상 과정을 거쳐 간편식을 간접적으로 떠올리는 것과, 상표를 접하자마자 간편식이라는 상품의 성질을 직감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실제 지정상품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판단 대상은 제품의 편리함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과의 관계에서 소비자가 ‘Simpleat’이라는 상표 전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였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 상표가 상품의 품질·용도·형상·사용방법을 보통으로 설명한 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포장 문구와 구매 후기를 구별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포장이나 홈페이지에 간편한 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구매자들도 간편하게 먹는다는 취지의 후기를 남겼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상표 자체가 간편식을 뜻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자료였습니다.

법원은 포장에 설명문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상표 자체가 상품의 성질을 바로 전달한다고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표가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내용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알려 주려고 별도의 문구를 붙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브랜드 이름의 뜻과 그 옆에 적힌 상품 설명의 역할을 나누어 살핀 것입니다.

후기에 대해서도 비슷한 구별을 하였습니다. 제품을 실제로 사서 먹어 본 사람이 ‘간편하게 먹는 음식’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구체적인 구매 경험에 기초한 것입니다. 그러한 평가가 있다고 해서, 일반 소비자가 상표를 보는 순간 그 이름을 간편식이라는 뜻으로 곧바로 이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이 부분은 증거를 읽는 방식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후기는 제품의 특성을 보여 줄 수 있지만, 그 내용이 곧바로 상표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어떤 자료가 무엇을 증명하는지 구체적으로 나누어 평가했습니다.

5. 보통명칭과 품질오인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심플잇’이 곡물스낵식품의 보통명칭이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보통명칭은 특정 업체의 브랜드가 아니라 그 상품 자체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름입니다. 법원은 등록결정일인 2020. 10. 30. 당시 ‘심플잇’이 곡물스낵식품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인식되거나 사용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밖의 식별력 부족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띄어쓰기를 없애고 가운데 글자를 생략한 결합에 단순한 단어 조합을 넘어선 특이성과 창작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simpleat’, ‘simple eat’, ‘심플잇’이 지정상품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간편식을 뜻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였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품질오인은 상표 때문에 소비자가 상품에 본래 없는 성질이 있다고 잘못 알게 되는 문제입니다. 피고는 장류·효모·조미료·소스 등에 이 상표를 쓰면 간편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상표에서 간편식이라는 의미가 곧바로 읽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상품의 본래 성질이 간편하게 먹는 식품과 모순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아 이 주장도 배척했습니다.

6. 상표와 상품 설명을 따로 점검해 보세요

변리사 관점에서는 이름을 이루는 단어의 사전 뜻뿐 아니라, 결합한 전체가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까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상품에 사용할 이름인지, 전체로 부르기 쉬운지, 업계에서 같은 표현을 상품의 일반적인 이름이나 설명으로 쓰는지도 함께 살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를 준비할 때에도 브랜드 이름이 표시된 방식, 상품 특성을 알려 주는 설명문구, 실제 구매 후의 평가를 구별해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제품을 써 본 사람이 느낀 장점과, 이름을 처음 본 소비자가 즉시 받아들이는 의미는 같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 사건의 증거 평가에서 얻을 수 있는 실무상 시사점입니다.

다만 철자 하나를 빼거나 문법에 맞지 않게 결합하면 언제나 등록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원은 이 상표의 전체 구성, 발음과 의미, 지정상품 및 사용 실태를 함께 보았습니다. ‘simple’이나 ‘eat’ 각각을 따로 독점할 수 있는지 또는 다른 업체의 사용이 침해인지까지 판단한 사건도 아닙니다.

상표 식별력을 검토할 때에는 상품의 특징이 떠오른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을 끝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상표 전체가 상품을 직접 설명하는지, 한 단계의 생각을 거쳐 특징을 암시하는지, 그리고 그 구별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무엇인지까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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