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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 상표, 함께 썼다고 공동재산일까요

‘바다의 아들’ 상표를 둘러싼 특허법원 2026. 4. 23. 선고 2024허15479 판결을 살펴봅니다. 동업 사업체에서 상표를 사용한 사실과 그 상표에 관한 권리가 공동사업에 넘어간 사실을 구별한 사건입니다.

동업 상표, 함께 썼다고 공동재산일까요 — 도판 1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함께 장사하면서 쓴 이름과 로고는 동업이 끝나면 누구에게 남을까요? 오늘은 ‘바다의 아들’ 상표를 둘러싼 특허법원 2026. 4. 23. 선고 2024허15479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동업 사업체에서 상표를 사용한 사실과 그 상표에 관한 권리가 공동사업에 넘어간 사실을 구별한 사건입니다.

1. 영업을 넘겨받았다는 원고가 등록무효를 구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원고, 피고, 그리고 피고의 동업 상대였던 C씨가 등장합니다. C씨는 수산업을 영위했고, 피고와는 2021년 10월경 동업을 논의하여 2022년 1월경부터 함께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업은 여기서 두 사람이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피고는 2023년 3월 27일 ‘바다의 아들’ 그림·문자 상표를 출원했고, 2024년 3월 4일 제2162332호로 등록받았습니다. 원고는 C씨로부터 선사용상표를 포함한 영업 일체를 양수했다고 주장하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선사용상표는 등록상표에 앞서 사용된 비교 대상 상표를 말합니다.

등록무효심판은 등록에 법률상 문제가 있으므로 그 효력을 없애 달라고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원고는 피고가 C씨와의 관계를 통해 알게 된 상표를 자기 명의로 출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자신이 개발한 상표를 C씨에게 사용하도록 허락했을 뿐 공동사업 재산으로 내놓지는 않았다고 다투었습니다.

2. 상표가 유사하다는 점은 인정되었습니다

동업 상표, 함께 썼다고 공동재산일까요 — 도판 2
동업 상표, 함께 썼다고 공동재산일까요 — 도판 2

등록상표 제2162332호

동업 상표, 함께 썼다고 공동재산일까요 — 도판 3
동업 상표, 함께 썼다고 공동재산일까요 — 도판 3

선사용상표

등록상표와 선사용상표에는 젊은 남성이 큰 물고기를 들고 있고 옆에 해산물이 담긴 망이 놓인 그림과 ‘바다의 아들’이라는 문자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그림과 문자가 같고 문자의 위치만 다르므로, 겉모습과 불리는 소리, 떠오르는 의미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등록상표의 지정상품 중 보존처리한 어패류 도매업, 인터넷 종합쇼핑몰업 등과 선사용상표가 사용된 상품·업종도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지정상품은 상표등록으로 보호받으려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범위를 뜻합니다.

그렇지만 상표와 상품이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등록무효가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다음 질문, 즉 피고가 출원한 상표가 과연 C씨의 상표였는지가 결론을 좌우했습니다.

3. 계약관계로 알게 된 ‘타인의 상표’여야 합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는 동업·고용이나 업무상 거래 등의 관계를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같거나 유사한 상표를 같거나 유사한 상품에 출원한 경우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 규정입니다. 관계를 통해 알게 된 남의 상표를 신뢰에 어긋나게 자기 명의로 확보하는 일을 막으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함께 일했다는 사실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당사자 내부 관계와 계약 내용, 상표를 개발·선정·사용한 경위, 사용을 통제하거나 상품의 성질·품질을 관리한 사람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와 그 상표의 정당한 권리자가 누구인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는 뜻입니다.

4. 누가 어떤 목적으로 상표를 만들었는지 살폈습니다

원고는 C씨가 상표를 직접 개발·선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피고가 2021년 12월 9일 디자인 업체에 캐리커처와 글자 디자인을 의뢰하고 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의뢰 내용도 구체적이었습니다. 피고는 통영에서 수산물 직거래 사업을 하려는 청년이라는 점과 ‘바다의 아들’이라는 쇼핑몰 이름을 제시했습니다. 자신을 브랜드화한다는 취지, 소비자에게 전하려는 인상, 수산업 복장과 해산물 망을 활용한 그림의 구상도 전달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피고가 그림과 문자 모두를 구체적으로 설계하여 상표를 완성했다고 보았습니다.

동업 이전의 사업 준비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피고는 2020년 11월경 친환경양식 기초과정을 수료했고, 2021년에는 다른 상호로 굴을 판매하고 스마트스토어에 수산물 전자상거래업을 등록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C씨와 동업을 준비하기 전부터 독자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상표를 만든 2021년 12월에는 이미 동업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법원은 제작 시점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무렵 피고가 자신의 비용으로 영업장을 임차하고 수중펌프·고압호스·전자저울 등을 구입한 점, 자기 명함 제작을 맡기면서 C씨의 명함도 추가로 요청한 점까지 연결하여 살폈습니다.

5. 사업체의 사용과 권리의 출자는 구별했습니다

C씨의 사업에서 상표가 사용된 것은 사실입니다. C씨는 2022년 2월경부터 판매 상품의 포장상자에 해당 상표가 표시된 자신의 명함을 넣어 발송했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직송가게도 개설했고, 피고가 일정 기간 C씨 사업체의 국민연금 피보험자로 가입되어 있던 사실도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사정만으로 상표에 관한 권리가 C씨에게 넘어갔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피고가 동업에서도 C씨와 동등한 지위에서 주체적으로 임하려 했던 사정에 비추어, 자신이 개발한 상표에 관한 권리를 아무런 대가 없이 C씨에게 이전했으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출자란 돈·물건·권리 등을 공동사업을 위해 내놓는 것을 말합니다. 조합재산은 공동사업 관계에서 함께 보유하는 재산을 가리킵니다. 어떤 상표를 공동사업에서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것과 그 상표에 관한 권리 자체를 공동재산으로 내놓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후자까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동업 후의 사정도 고려했습니다. 캐리커처의 저작재산권은 2022년 1월 1일 제작자로부터 피고에게 양도되었습니다. 저작재산권은 그림을 복제·배포하는 등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사실은 피고와 그림 사이의 권리관계를 보여주는 사정으로 검토되었습니다.

C씨가 별도로 낸 상표출원은 2023년 11월 29일 심사관에게 거절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출원 경과도 동업 이후의 사정으로 살폈습니다. 이 사건에서 직접 판단한 무효 사유는 제34조 제1항 제20호이고, C씨의 별도 출원에 대한 거절결정과는 구분하여 읽어야 합니다.

동업을 마무리할 때의 대화도 등장합니다. 피고는 처음부터 자신의 개인 브랜드로 키우려던 이름을 가져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C씨는 이에 단호하게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대화까지 다른 사정과 함께 고려했으며, 대화 한 번만으로 권리 이전이나 포기가 결정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6. 등록무효심판 기각을 유지한 이유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증거만으로 피고가 개발·선정한 상표를 동업재산으로 출자했다거나 그 권리가 C씨에게 귀속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출원한 경우라고 볼 수 없어, 제34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허심판원은 이미 등록무효심판 청구를 기각한 상태였습니다. 특허법원은 그 심결이 적법하다고 보아,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의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상표의 유사성은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주장한 권리 귀속과 무효 사유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7. 실무에서는 소유·사용·종료 조건을 나누어 정하세요

다음은 이 판결을 바탕으로 한 실무적 제안입니다. 동업을 시작할 때 기존 이름과 로고를 누가 만들었는지, 제작비를 누가 부담했는지뿐 아니라 그 권리를 공동사업에 이전할지, 사용만 허락할지를 문서로 구분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디자인 의뢰서와 결제내역은 개발 경위를, 양도·사용허락 합의는 이후의 권리관계를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동업계약에는 출원·등록 명의, 사용 가능한 상품과 채널, 사업 종료 후 이름과 로고의 사용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업체 명의로 운영한 쇼핑몰이나 명함에 상표가 표시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 이전 합의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분쟁이 생기기 쉽습니다.

로고 그림의 저작재산권과 상표에 관한 권리도 따로 점검해야 합니다. 그림을 이용할 권리를 넘겨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품·서비스의 상표권 문제까지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판결 역시 저작재산권 양도 사실 하나가 아니라 개발 과정과 사업 준비, 동업 전후의 사정을 함께 검토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동업 상표가 언제나 최초 개발자의 개인재산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함께 사용했다는 사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합의로 누구에게 권리를 귀속시켰는지를 증거로 살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동업 중의 사용 방법과 동업이 끝난 뒤의 권리관계를 처음부터 나누어 정해 두면, 사업 이름을 둘러싼 불필요한 다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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