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여러 회사가 함께 제품을 개발한 뒤, 한 회사만 디자인을 출원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4후11606 판결은 휴대폰 보호필름 부착장치용 가압 롤러의 공동창작과 디자인등록 무효를 다룬 사건입니다.
제작을 맡긴 사람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공동창작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도면을 최종 작성하거나 제품을 실제 제작한 쪽만 창작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판결은 누가 제품의 구체적인 형태를 생각해 내고, 그 형태가 완성되도록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폈습니다.
1. 함께 개선한 가압 롤러, 단독출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의 대상은 ‘휴대폰 보호필름 부착장치용 가압 롤러’라는 물품의 등록디자인입니다. 휴대폰에 보호필름을 붙이는 장치에 쓰이는 롤러로, 단순한 원기둥 하나가 아니라 몸체 아래에 두 종류의 롤러가 배치된 형태였습니다.
2018년경 한 전자회사는 서비스센터에서 쓰던 보호필름 부착장치를 휴대폰 양산용으로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이 회사의 담당 직원은 여러 협력업체와 함께 개선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판결에서는 이 전자회사가 원고보조참가인으로 등장합니다. 보조참가인은 한쪽 당사자의 승소를 돕기 위해 소송에 참여한 제3자를 뜻합니다.
협력업체 중 한 곳은 2018. 3. 9.경 담당 직원으로부터 기존 장치의 안착지그와 롤러 도면을 받았습니다. 안착지그는 작업할 물품을 정해진 위치에 놓고 지지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이 업체는 2018. 4. 6.경부터 개선작업에 참여하여 해당 디자인이 반영된 수동 부착장치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협력업체는 해당 디자인을 단독으로 출원하여 등록받았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공동출원 규정을 위반한 등록이라고 주장하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등록무효심판은 이미 등록된 디자인에 법률상 무효 사유가 있는지를 특허심판원에서 다투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특허법원은 2024. 11. 21. 선고 2023허12268 판결에서 그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심결은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말합니다. 디자인권자인 피고들이 상고하면서, 대법원에서 공동창작자의 판단 기준이 문제 되었습니다.
2. 공동창작자는 단순히 일을 맡긴 사람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디자인을 물품의 형상·모양·색채 등이 눈을 통해 미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미감은 형태를 보면서 느끼는 미적 인상을 뜻합니다. 공동창작자인지를 판단할 때도 이러한 시각적 형태의 창작에 대한 기여를 살펴야 합니다.
기본적인 과제나 아이디어를 전달하거나, 디자이너를 일반적으로 관리하거나, 지시받은 대로 보조하거나, 비용을 대고 제작을 의뢰한 정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디자인의 창작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구체적인 형태에 관한 새로운 착상을 제시·보완하거나, 스케치·모형·시안 검토를 통해 그 착상을 디자인으로 구체화하거나, 미감에 영향을 주는 형태와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하여 창작을 가능하게 했다면 공동창작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실질적인 기여와 상호 협력 관계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3. 법원이 주목한 세 가지 형태
이 사건에서 법원이 살펴본 것은 막연히 ‘더 좋은 장치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아니었습니다. 등록디자인의 전체적인 미감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다음 세 가지 형태가 누구의 기여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첫째는 몸체부 하단에 두 종류의 롤러를 함께 배치한 형태입니다. 평롤러는 원기둥이고, 입체롤러는 아령처럼 양 끝이 두껍고 가운데가 얇았습니다. 두 롤러의 형상과 배치가 결합하여 장치의 외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둘째는 입체롤러의 굵기가 두 번 바뀌는 2단 단차 형태입니다. 단차는 높이나 굵기가 단계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셋째는 몸체 측면의 일부가 제거되어 안쪽으로 들어간 함몰부 형태입니다. 대법원은 이 세 가지 형태가 모두 등록디자인의 전체적인 미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단순히 장치가 잘 작동하도록 도왔는지만을 본 것이 아닙니다. 그 도움의 내용이 실제로 어떤 시각적 형태를 만들어 냈고, 그 형태가 디자인의 인상에서 어느 정도 중요했는지가 연결되어 판단되었습니다.
4. 도면·시제품·수정 요청이 실질적 기여를 보여 주었습니다
전자회사의 담당 직원은 위 세 가지 형태를 구체적으로 착상하고, 도면 등을 통해 디자인으로 구체화했습니다. 또한 그 디자인이 반영된 시제품을 검증하면서 협력업체 직원에게 여러 차례 수정·보완을 요청하는 등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지도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창작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로 보았습니다. 담당 직원이 단순히 일정을 관리하거나 완성품을 받아 확인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중요한 형태를 구체화하고 다듬는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협력업체 소속 직원과 전자회사 담당 직원이 공동으로 창작한 디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핵심은 회사의 직함이나 제작비 부담 여부가 아니라, 완성된 디자인의 구체적 형태에 실제로 무엇을 기여했는지에 있었습니다.
5. 공동창작 디자인의 단독출원은 왜 무효였나요?
디자인을 함께 창작한 사람을 확인하는 문제와,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연결되지만 같은 질문은 아닙니다. 창작자가 가진 권리가 적법하게 다른 사람이나 회사에 이전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권리를 넘겨받는 것을 승계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구 디자인보호법 제39조에 따라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공유자 모두가 공동으로 출원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는 다른 공유자로부터 지분을 승계하거나 동의를 받지도 않은 채 단독으로 출원하여 등록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등록에 구 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1항 제2호와 제39조에 따른 무효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의 이유 설명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공동출원 위반으로 무효 사유를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을 ‘외주 개발이면 언제나 공동출원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중요한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기여와 공동창작 관계가 인정되었고, 단독출원을 정당화할 권리관계도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6. 변리사 관점: 회의 기록에 형태의 변화도 남기세요
실무에서는 완성된 도면의 작성자 이름만으로 창작자를 판단하기보다, 형태가 결정된 과정을 함께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최초 스케치, 도면의 수정 이력, 시제품 검토 의견, 형태 변경을 요청한 메일 등을 정리하면 누가 어떤 부분을 제안하고 구체화했는지 설명하기가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사용하기 편하게 개선해 주세요’라는 요청과 ‘양 끝의 굵기를 이렇게 바꾸고 측면의 이 부분을 안쪽으로 넣어 주세요’라는 구체적인 제안은 내용이 다릅니다. 이는 설명을 위한 가상 예시이며, 실제 판단에서는 제안의 구체성뿐 아니라 그 형태가 디자인의 미감에 미친 영향과 협력 과정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출원 전에는 창작에 기여한 사람과 회사의 관계, 권리 승계 자료, 공동출원 여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을 의뢰한 회사가 모든 권리를 자동으로 갖는다고 생각하거나, 실제 제작한 회사가 단독으로 출원할 수 있다고 단정하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누가 만들었는지보다 어떻게 기여했는지
디자인 공동창작 분쟁에서는 프로젝트에 붙은 이름보다 구체적인 형태가 만들어진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 판결처럼 도면과 시제품 검증, 수정·보완 요청이 창작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함께 개발한 디자인이라면 출원 전에 그 기여와 권리관계를 차분히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