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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후 폐기한 제품도 특허 권리범위확인의 대상이 될까요?

특허법원 2025허10277 판결을 통해 확인대상발명의 특정, 시험용 제품의 생산과 폐기 후 확인의 이익을 구분해 살펴봅니다.

자료 1 — 시험 후 폐기한 제품도 특허 권리범위확인의 대상이 될까요?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시험에 사용한 제품을 나중에 폐기했다면 특허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피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5. 7. 17. 선고 2025허10277 판결은 담수용 수조의 구조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공사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시험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다룬 사건입니다.

실무에서는 “판매한 적이 없고 시험만 했습니다” 또는 “그 제품은 이미 없앴습니다”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제품의 사용 목적뿐 아니라 제작·설치 과정, 공사 계약과의 관계, 앞으로 다시 실시할 가능성을 함께 살폈습니다.

1. 담수용 수조를 둘러싼 특허 분쟁

문제가 된 특허의 명칭은 ‘담수용 수조 및 이를 이용하는 하수 우회공법’이며, 등록번호는 제2031735호입니다. 하수관을 보수할 때 하수를 지상으로 우회시키고, 다시 하류의 관로로 흘려보내는 과정에 사용하는 수조에 관한 기술입니다.

특허권자들은 상대방이 청계천 관로 보수공사에 설치한 수조와 하수 우회 시설물이 특허의 청구항 1과 2의 보호범위에 들어간다며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청구항은 특허로 보호받으려는 기술을 문장으로 정한 항목입니다.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특허권자가 상대방 기술이 자신의 특허권 범위에 속하는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이 절차에서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상대방 기술을 ‘확인대상발명’이라고 합니다. 특허심판원은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아 2025. 1. 14. 심판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각하란 내용상 옳고 그름에 들어가기 전에 절차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특허권자들은 이 심결, 즉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취소해 달라고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읽을 때는 “상대방 기술이 보호범위에 속하는가”와 그 판단에 앞선 “심판을 진행할 요건을 갖추었는가”를 구분해야 합니다.

2. 확인대상발명은 얼마나 구체적이어야 할까요?

쟁점이 된 표현은 특허발명의 ‘개방돌출부’와 확인대상발명의 ‘개방연장부’였습니다. 수조 본체 위로 일정한 높이를 확보하여 추락사고를 막는 구조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상대방은 연장부가 본체와 한 몸인지 별개인지, 본체에서 돌출된 형태인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단어 하나만 떼어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와 도면을 함께 보았을 때 특허와 비교할 수 있고 다른 대상과 구별할 수 있다면, 일부 표현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는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특허발명의 청구항 1은 개방부를 가진 본체와 그 개구부에서 연장되는 개방돌출부를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청구항이 본체의 윗면 중 일부만 열려 있는 구조로 한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발명의 설명에 나온 한 가지 모습만으로 청구항의 의미를 좁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 여기서 중요했습니다.

자료 2 — 시험 후 폐기한 제품도 특허 권리범위확인의 대상이 될까요?
자료 2 — 시험 후 폐기한 제품도 특허 권리범위확인의 대상이 될까요?

특허발명의 도 6과 도 7입니다. 수조 본체와 그 위로 연장된 개방돌출부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확인대상발명은 현장 사진과 설명을 종합하면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수조 앞쪽의 작업자 투입구, 뒤쪽의 보행자 통행로, 운반용 고리의 위치를 함께 살폈습니다. 서로 다른 사진이 같은 방향에서 수조의 윗부분을 보여준다는 점까지 확인하여, 본체 전체의 위쪽으로 연장된 직육면체 구조라고 보았습니다.

자료 3 — 시험 후 폐기한 제품도 특허 권리범위확인의 대상이 될까요?
자료 3 — 시험 후 폐기한 제품도 특허 권리범위확인의 대상이 될까요?

확인대상발명의 사진 7과 사진 8입니다. 개방연장부, 결합본체부, 작업자 투입구와 운반용 고리의 위치가 구조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양쪽 구조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었으므로 확인대상발명은 충분히 특정되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특정되었다”는 말은 판단할 대상이 명확해졌다는 뜻입니다. 그것만으로 두 기술이 동일하거나 상대방 기술이 특허권 범위에 속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3. 시험만 했어도 ‘실시’가 될 수 있는 이유

상대방은 안전성 확인을 위한 통수시험, 즉 물을 흘려보내는 시험을 했을 뿐 실제로 목적에 맞게 사용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시험 후 수조를 폐기했으므로 판단할 대상도 더 이상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원은 먼저 물건에 관한 발명의 ‘실시’를 설명했습니다. 특허법상 실시는 사용이나 판매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물건의 생산, 사용, 양도 등은 각각 독립적인 실시 행위입니다. 따라서 판매까지 하지 않았더라도 그 물건을 만들어 설치한 행위가 생산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2023. 5. 30. 서울시의 관로 보수공사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2. 9. 수조와 우회관 등을 설치했습니다. 이어 2023. 12. 14.부터 2024. 1. 15.까지 통수시험을 했습니다. 법원은 이 일련의 과정 중 수조와 우회관 등을 제작하여 설치한 행위가 특허법상 생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모든 시험이 특허권의 효력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법에는 연구 또는 시험을 위한 실시에 관한 예외가 있지만, 법원은 이번 통수시험을 공사 계약 체결 후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시험은 그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시험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판단은 수조 제작·설치와 통수시험이 구체적인 공사 계약의 이행 과정에 있었던 사정을 전제로 합니다. 연구개발 과정의 시험을 모두 같은 결론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4. 폐기했다고 심판의 필요성이 사라질까요?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상대방이 수조를 폐기하여 더 이상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주장대로 나중에 폐기했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실시한 사실이 있고 장래에 다시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인의 이익이란 그 대상에 관하여 권리범위를 판단받을 현실적인 필요성을 말합니다.

결국 특허법원은 심판청구를 각하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심판청구 자체는 청구항 1과 2에 관한 것이지만, 판결은 주로 청구항 1의 구성과 대비하여 대상의 특정 여부를 살피고 실시 사실과 확인의 이익을 판단했습니다. 청구항 1·2의 보호범위에 실제로 속하는지나 손해배상 책임까지 확정한 판결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5. 변리사 관점에서 보는 실무상 시사점

권리자 입장에서는 상대방 제품의 이름이나 외관 사진 한 장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쟁점이 되는 구조를 설명서에 구체적으로 적고, 사진의 촬영 방향과 부품의 위치가 서로 연결되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통행로와 운반용 고리처럼 주변 정보도 수조의 형상을 판단하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도 “시험품이었다”거나 “현재는 없다”는 설명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제 제작·설치했는지, 시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이미 체결한 사업 계약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이후 같은 구조를 다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자료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절차 요건과 기술 비교의 결론을 나누어 준비해야 합니다. 확인대상발명이 명확하다는 주장과 그 발명이 특허의 보호범위에 속한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단계의 문제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 출발점인 대상의 특정과 실시 사실을 충실한 자료로 설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마무리

특허 권리범위확인에서는 현재 제품이 남아 있는지만 볼 수 없습니다. 비교할 기술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지, 제작·설치가 이루어졌는지, 시험이 어떤 사업 활동과 연결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시험과 폐기라는 짧은 설명 뒤에 있는 실제 행위와 증거가 판단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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