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같은 선행기술을 근거로 특허를 거절하더라도, 발명을 비교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면 출원인에게 다시 의견을 낼 기회를 주어야 하는지를 다룬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6. 2. 12. 선고 2025허10293 판결입니다.
특허 심사에서 거절 이유를 받으면 출원인은 기술의 차이를 설명하고 청구항을 수정하며 대응합니다. 그런데 심판 단계에서 비교 대상이 바뀌었다면 어떨까요? 인용한 문헌의 번호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주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는 바로 그 대응 기회가 문제 되었습니다.
1. 사건 개요: 시각 효과를 가진 다중층 코팅
출원발명의 명칭은 ‘시각 효과를 가진 다중층 코팅’입니다. 여러 코팅층을 조합하여 색상과 반짝임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기술입니다. 출원번호는 제10-2018-7013759호이고, 법원이 구체적으로 살펴본 대상은 2023년 7월 3일 보정된 청구항 1입니다. 청구항은 특허로 보호받으려는 기술의 범위를 문장으로 정한 항목을 뜻합니다.
청구항 1은 적어도 세 종류의 층을 포함합니다. 고 선명도 겔 코트 층, 투명 겔 코트와 시각 효과 안료를 포함하는 시각 효과 층, 겔 코트와 단순 안료를 포함하는 색상 층입니다. 겔 코트는 여기서는 표면에 코팅층을 만드는 수지 재료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시각 효과 안료는 반짝임 같은 효과를 내고, 단순 안료는 기본 색상을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 선명도 겔 코트 층에는 불포화 폴리에스테르와 점도를 조절하는 틱소트로픽제가 포함되며, 그 첨가제의 크기·표면과 선명도 조건도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 byko 차트라는 측정용 차트의 흰색 부분에서 적어도 94의 선명도 및/또는 검은색 부분에서 26 미만의 선명도를 갖도록 한정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세 겹으로 칠한다’는 발명으로 이해하면 청구항의 범위를 놓치게 됩니다.
비교에 사용된 선행발명 1은 일본 공개특허공보 특개평08-239614호의 잉크 조성물과 수지 성형품 등에 관한 기술입니다. 선행발명은 출원발명보다 먼저 공개되어 특허요건을 판단할 때 비교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아래 두 개념도를 보시면 코팅층과 그 코팅의 대상이 되는 재료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구분은 뒤에서 살펴볼 ‘색상 층’과 ‘백층’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청구항 1 발명의 개념도입니다.

선행발명 1의 개념도입니다. 백층은 영어 back layer를 가리키며, 이 사건에서 흰색 층이라는 뜻으로 이해하시면 안 됩니다.

심사관은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를 거절했습니다. 진보성이란 해당 분야의 통상적인 기술자가 기존 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지를 보는 요건입니다. 출원인이 거절결정에 불복하여 특허심판원에 판단을 구했지만, 특허심판원도 2024년 12월 30일 2024원91 심결로 그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심결은 특허심판원이 심판 사건에 내리는 결론입니다.
특허심판원은 청구항 1의 진보성이 부정되므로 나머지 청구항을 더 살펴보지 않고 출원 전체를 거절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출원인은 이 심결을 취소해 달라고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한 소송이 아니라, 거절결정을 유지한 심결의 적법성을 다툰 사건입니다.
2. 핵심 쟁점: 문헌은 같아도 비교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심사 단계와 심판 단계는 모두 선행발명 1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청구항의 각 층을 선행발명의 어느 부분에 대응시키는지가 달랐습니다.
심사 단계에서는 ‘시각 효과 층’을 선행발명의 ‘중간층’과, ‘색상 층’을 ‘백층’과 비교했습니다. 심판 단계에서는 ‘시각 효과 층’을 ‘잉크조성물 층’과, ‘색상 층’을 ‘중간층’과 비교했습니다. 고 선명도 겔 코트 층을 겔 코트층에 대응시킨 점은 같았습니다.
이는 비교표의 이름만 바꾼 문제가 아닙니다. 출원인은 원래 ‘백층은 코팅의 일부인 색상 층과 다르다’는 점을 중심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런데 심결에서는 백층 대신 중간층을 색상 층으로 보았고, 시각 효과 층의 비교 대상도 바뀌었습니다. 어떤 차이를 설명하고 무엇을 청구항에 더 적어 넣어야 할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실질적으로 대응할 기회가 있었는지 봅니다
특허법원은 심판에서 기존 거절 이유와 다른 사유로 거절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려면, 먼저 그 사유에 대해 출원인이 의견을 낼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주된 취지가 이미 통지된 이유와 같다면 매번 새로 통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단 기준은 비교 방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는지가 아닙니다. 그 변화로 공통점과 차이점에 관한 판단이 달라지고, 출원인의 반박 논리나 보정 방향에도 중요한 차이가 생겼는지가 핵심입니다. 보정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명세서나 청구항 등의 내용을 수정하는 절차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대응 방향에 중요한 차이가 생겼다고 보았습니다. 심사 단계에서 비교한 중간층은 형광 도료나 펄 가루처럼 시각 효과를 주는 성분을 전제로 했습니다. 반면 심결이 색상 층에 대응시킨 중간층은 단순히 색을 부여하는 안료를 전제로 했습니다. 같은 ‘중간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비교의 전제가 된 기술 내용과 기능이 달랐던 것입니다.
또 출원인이 처음부터 ‘시각 효과 층과 잉크조성물 층이 같다’는 거절 논리를 통지받았다면, 잉크조성물 층에 시각 효과 안료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었습니다. 시각 효과 안료의 입자 크기 등으로 청구항을 더 한정하는 보정도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다른 대응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특정 보정을 했다면 반드시 등록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피고 측은 심결의 진보성 부정 논리뿐 아니라 종전 거절결정의 논리도 타당하므로 결과적으로 심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실체적인 결론이 타당하다는 주장만으로, 의견제출 기회를 보장하는 강행규정을 어긴 절차상 잘못을 치유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강행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 규정을 뜻합니다.
4. 부가 판단: 색상 층과 백층을 같게 볼 수 있었을까요?
법원은 절차상 위법만으로도 심결을 취소해야 한다고 본 뒤, 종전 거절결정의 진보성 부정 논리도 부가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이 추가 판단과 심결을 취소한 절차상 이유는 구분하여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청구항 1의 색상 층은 다중층 코팅을 구성하면서 기본 색상을 제공하는 층입니다. 반면 선행발명의 백층은 코팅 자체의 한 층이 아니라, 코팅되는 대상인 섬유 강화 제품이나 인공 대리석 성형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선행발명의 구체적인 실시예에서는 백층에 인공 대리석 성분 40%와 충전재 3% 등이 포함되고, 점도는 300P, 도포량은 10kg/㎡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조성과 조건을 코팅층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료 일부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물품을 이루는 부분과 표면 코팅층을 곧바로 같은 구성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선행발명의 목적은 수지 성형품에 선명한 착색이나 무늬를 구현하는 잉크조성물을 제공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런 기술에서 백층의 조성을 바꾸어 별도의 색상 코팅층으로 만들 동기나 이유가 부족하다는 점도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출원발명을 미리 알고 거꾸로 맞추는 사후적 고찰 없이는 그 차이를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출원인의 모든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닙니다. 시각 효과 층의 두께가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청구항 1이 그 두께를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결을 읽을 때에는 인정된 차이와 인정되지 않은 차이를 함께 살펴보셔야 합니다.
결국 법원은 2024원91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이 판결의 주문은 심결 취소이며, 모든 청구항에 대해 특허 등록을 명한 것이 아닙니다. 부가적인 진보성 판단 역시 청구항 1과 선행발명 1을 종전 거절결정의 방식으로 비교한 논리에 관한 판단입니다.
5.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
실무에서는 인용 문헌의 번호만 확인하지 마시고, 청구항의 각 구성요소가 그 문헌의 어느 부분과 비교되었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의견제출통지, 거절결정, 심결의 비교표를 나란히 놓으면 문헌이 그대로여도 거절 논리가 바뀌었는지 파악하기 쉽습니다.
절차상 문제를 주장할 때에는 ‘비교가 바뀌었다’는 지적에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변경된 이유를 미리 알았다면 어떤 자료로 반박하고, 어떤 청구항 보정을 검토했을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대응 기회를 잃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다만 실제 보정의 가능 범위는 최초 명세서의 기재와 해당 절차의 요건에 따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기술적 차이를 설명할 때에도 재료 이름이나 수치의 나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이 코팅층인지 코팅 대상 물품인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선행기술을 바꿀 이유가 있는지까지 연결하여 설명해야 합니다. 명세서의 실시예에 적힌 차이와 청구항에 실제로 한정된 차이도 구별하셔야 합니다.
마무리: 거절 이유를 알고 대응할 기회가 중요합니다
2025허10293 판결은 같은 문헌을 인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거절 이유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술을 비교하는 방식이 달라져 반박과 보정의 방향까지 바뀐다면, 출원인이 그 새로운 이유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얻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특허 거절결정에 대응할 때에는 기술 내용과 함께 그 기술을 어떤 논리로 평가했는지도 꼼꼼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