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늘 우리 삶을 밀고 나가며 새로운 방식을 제시합니다. 그 변화 속에서 공간의 가치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효율적인 집 구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의 타워처럼 쌓아 올린’ 가전은 작은 혁명을 만들어 냈습니다. LG전자의 워시타워(WashTower)는 그런 혁신의 대표적인 이름입니다.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이 이름을, 누구의 이름으로 볼 수 있을까?”

브랜드는 기술만큼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소비자는 이름을 통해 제품을 기억하고, 기업은 이름을 통해 시장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합니다. 그러나 제품의 기능을 바로 설명하는 이름이라면, 누군가가 독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늘 논쟁이 있습니다.
2025년 11월 12일, 유럽연합 일반법원은 그러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던 “WASHTOWER” 상표 분쟁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단지 한 상표가 무효가 되었음을 넘어, 기술과 이름, 그리고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차분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사건 개요와 판결이 전하는 메시지
네덜란드의 Washtower IP BV는 2019년 “WASHTOWER”라는 단어와 방패, 황소, 덩굴 등이 그려진 도형을 결합한 복합상표를 등록했습니다. 지정 상품은 “세탁기·건조기용 캐비닛”, 즉 오늘날 말하는 워시타워 구조의 가구였습니다.
LG전자는 이 상표가 지나치게 설명적이라고 보았고, 2020년 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EUIPO(유럽 지식재산청)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항소심 역시 상표 유효 판단을 유지했습니다.LG전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24년 일반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끝에, 마침내 2025년 법원은 LG전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이 본 핵심은 명확했습니다.“WASHTOWER는 세탁기·건조기 캐비닛의 용도와 형태를 직접 설명하는 단어다.”
‘Wash’는 세탁을 뜻하고, ‘Tower’는 수직 구조를 의미합니다. 두 단어를 결합한 “WASHTOWER”라는 표현은 소비자가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상상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설명적이었고, 그 설명성은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이어지기 어려웠습니다.여기에 복잡해 보이는 도형 요소들은 장식적일 뿐, “설명적 단어가 가진 성격을 뒤집을 만큼의 힘은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상표 전체가 설명적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EUIPO의 결정을 취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법리는 이렇게 말한다 — 설명성과 식별력의 경계
유럽연합 상표법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습니다.상품의 용도나 특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단어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 요건이 아니라, 시장 내 공정한 경쟁을 지키기 위한 철학적 기반이기도 합니다.LG전자 워시타워 사건은 이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매우 명확히 보여줍니다.
문자의 의미가 곧바로 소비자에게 제품의 기능을 전달한다면, 그 표지는 설명적입니다. 그리고 설명적 표지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시장에 새로운 업체들이 진입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다양하고 나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도형 요소의 역할”이었습니다. 복합상표는 문자와 도형이 결합할 때 전체적으로 식별력을 갖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도형은 단지 장식에 가까웠고, 구성 요소의 의미를 바꿀 만한 상징성이나 창의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기에 전체 상표는 결국 설명적이라는 결론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판결이 주는 산업적·전략적 의미
기업에게 이름은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이름이 설명적일수록, 그것은 ‘독점할 수 없는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판결은 그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 LG전자는 이 판결로 유럽 시장에서 ‘워시타워’라는 표현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에 큰 자유도를 부여합니다.
또한 이 사건은 상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설명성과 식별성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보여줍니다. 기업이 브랜드명을 고민할 때 단순히 기능을 설명하는 이름에서 벗어나, 감성이나 새로운 상징을 담은 표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게도 이 사건은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의 상표가 설명적이라면 무효심판을 통해 시장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동시에 자사 제품의 네이밍 전략도 국제 기준에 맞춰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합상표를 설계할 때도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장식을 넣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도형과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이 판결 이후의 흐름과 LG전자의 다음 움직임
일반법원의 판단은 EUIPO에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이후 무효 절차가 진행되면 “WASHTOWER” 상표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상표권자가 상고를 선택할 여지는 있습니다.한편, 이번 판결은 EU 외 국가에서도 설명적 상표를 판단할 때 참고 사례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LG전자가 제품 이름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검토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한편, LG전자는 IFA 2025에서 AI 기반 세탁·건조 솔루션을 선보이며 기술 혁신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LG전자가 새로운 기술에 맞춘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전개할지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전문성
상표는 기업이 시장과 소통하는 가장 앞단에 서 있는 언어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과정에서 이름이 지닌 역할은 절대적으로 큽니다. 이번 워시타워 사건처럼 설명적 이름, 복합상표, 국제적 분쟁이 얽힌 문제에서는 법률적 분석과 전략적 사고가 함께 요구됩니다.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는 브랜드 네이밍부터 상표 출원, 무효심판, 국제 소송 대응까지 전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기술과 법률의 교차 지점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보다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IP 솔루션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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