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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포장과 부정경쟁의 기준

우유 포장과 ‘아침에’ 상품명 시리즈를 둘러싼 2025나10205 판결에서 주지성, 성과 보호와 공공영역의 경계를 살펴봅니다.

우유 포장 보호 기준을 설명하는 글의 대표 이미지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우유 포장에 초록색과 흰색을 쓰고 ‘아침에’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펴본 특허법원 2026. 1. 22. 선고 2025나10205 판결을 소개하겠습니다. 익숙한 색상과 제품 이름이 겹칠 때, 법은 어떤 부분까지 한 업체의 몫으로 보호할까요?

1. 무엇을 막아 달라고 한 사건일까요

원고는 주스와 두유 등에 사용하는 ‘아침에○○’ 시리즈와 자사의 우유 포장을 보호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피고는 ‘아침에 우유’라는 표장을 사용하고, 초록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포장용기에 우유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표장은 글자나 그림처럼 상품을 구별하는 데 사용하는 표시를 말합니다.

원고는 피고의 표장과 포장 사용을 금지하고 관련 제품을 폐기하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습니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표장 사용에 관한 상표권 침해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 혼동·명성 손상 청구를 취하했습니다.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 더 이상 판단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남은 것은 표장 사용에 관한 성과 무단사용 주장과 포장용기 사용에 관한 부정경쟁행위 주장입니다. 성과 무단사용은 다른 사람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결과를 공정한 거래 관행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가져다 쓰는 행위를 뜻합니다.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 ‘아침에○○’는 누구의 성과일까요

원고는 ‘아침에○○’라는 시리즈 전체가 자신의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아침에 주스’나 ‘아침에 두유’를 보면 아침에 마시는 주스나 두유라는 상품의 성질이 곧바로 떠오른다고 보았습니다. 누구의 상품인지 구별하게 하는 힘, 즉 식별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등록상표가 있다는 사정도 시리즈 전체를 독점할 근거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일부 상표는 다른 식별력 있는 구성 때문에 등록되었고, 일부는 실제 사용을 통해 식별력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정 상표가 보호된다는 것과 ‘아침에’에 여러 상품 이름을 붙이는 방식 전부가 보호된다는 것은 범위가 다릅니다.

다른 업체들이 여러 식음료에 ‘아침에’를 포함한 표장을 사용해 온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또 ‘아침에주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은 판매기간이 길거나 판매량이 많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두유’의 매출과 일 판매량은 여러 해에 걸쳐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아침에○○’라는 표장 자체를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색상도 출처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포장용기는 물건을 담는 역할을 하지만, 소비자가 그 모습만 보고 특정 업체의 상품을 떠올린다면 상품표지로 보호될 수 있습니다. 상품표지는 상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려 주는 표시입니다. 오랫동안 같은 특징을 계속 사용하거나 지속적으로 광고하여, 그 특징이 특정 출처를 나타낼 만큼 뚜렷해졌는지가 중요합니다.

원고는 우선 초록색과 흰색의 조합을 차별적 특징으로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붕 상단은 초록색, 몸체 위쪽은 흰색, 아래쪽은 녹색이라는 구성이었습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그 색 조합에 붉은색 원형 로고까지 더한 특징도 주장했습니다.

원고의 우유 포장 4종과 피고의 우유 포장 3종 비교
원고의 우유 포장 4종과 피고의 우유 포장 3종 비교

원고 제1~4포장용기와 피고 제1~3포장용기

따라서 이 사건은 두 우유 팩을 나란히 놓고 닮았는지만 따지는 문제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에 앞서 원고가 공통된 특징으로 묶어 주장한 색상과 로고가 소비자에게 원고의 상품을 알리는 표지로 자리 잡았는지를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4. 포장의 변화와 업계 사용을 보았습니다

법원이 먼저 주목한 것은 원고 포장들 사이의 차이였습니다. 제품마다 흰색이 차지하는 비율, 녹색의 진하기와 면적, 녹색 부분의 모양, 흰색이 섞인 정도가 달랐습니다. 붉은 원형 로고도 있는 제품과 없는 제품이 있었고, 위치·모양·크기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에 따른 변화도 있었습니다. 특히 원고가 주로 내세운 현재의 제1포장용기는 피고 상품이 출시되기 불과 1년 전인 2021년부터 사용되었습니다. 그 전 포장과 비교하면 우유 왕관 모양이 더해지고, 몸체 위쪽에 붉은 원형 로고가 배치되며 햇빛 모양이 사라지는 등 전체적인 변화가 컸습니다. 오랫동안 제품을 판매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주장하는 포장 특징까지 오랫동안 계속 사용했다고 볼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원고 주력 우유 포장의 변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원고 주력 우유 포장의 변화

원고 제1포장용기의 변경 과정

다른 우유 제품에도 흰색과 초록색 조합이 널리 쓰이고 있었습니다. 붉은색 원형 로고로 상호나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는 방식 역시 흔했습니다. 원고만 독점적으로 사용해 온 특징이라고 보기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다른 우유 제품의 흰색·초록색 배색 및 붉은색 원형 로고 사례
다른 우유 제품의 흰색·초록색 배색 및 붉은색 원형 로고 사례

우유 제품의 색상 조합과 붉은색 원형 로고 사용 사례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주장한 특징이 소비자에게 특정 출처의 상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표지를 보호하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 따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5. 성과 무단사용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상품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 (다)목에 따른 포장 관련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주장 역시 해당 포장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표지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데, 그 전제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장에 관한 성과 무단사용, 즉 (파)목 주장에서도 보호 대상의 범위가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초록색·흰색 조합과 붉은 원형 로고 같은 특징이 우유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공공영역은 특정 업체에 독점시키기보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 두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러한 공통 요소를 원고에게 독점적 이익을 줄 만한 성과로 평가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성과 무단사용 규정이 있다고 하여, 다른 권리로 보호받기 어려운 표현이나 색상 조합이 언제나 별도의 독점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6. 포장 보호는 대상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변리사 관점에서 이 판결은 무엇을 보호받으려는지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특정 로고 자체인지, 어느 시기의 포장 전체인지, 여러 제품군에 공통된 색상 구성인지에 따라 필요한 설명과 자료가 달라집니다. 브랜드가 알려졌다는 자료와 특정 색상 구성이 출처를 알린다는 자료도 구분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포장이 바뀌었다면 시기별 실물 사진과 사용기간을 정리하고, 광고와 판매 자료가 어느 모습의 포장에 관한 것인지 연결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여러 제품을 함께 내세우려면 그 제품들에 공통된 특징이 실제로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되었는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는 실무상 준비 방향이며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고정된 증명 목록은 아닙니다.

한편 업계에서 흔히 쓰는 색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업체의 실제 로고나 등록상표까지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판결 역시 상표등록을 무효로 한 사건이 아닙니다. 우유 포장의 부정경쟁 여부를 검토할 때에는 비슷해 보이는 인상에 더하여, 주장하는 특징의 범위와 사용의 역사, 소비자의 인식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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