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유명한 관광지 이름을 상표로 사용할 때,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회사의 상표라고 볼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5. 11. 27. 선고 2025허10345, 2025허10346·2025허10347(병합) 판결은 ‘코벤트 가든’이라는 지명과 부동산 서비스의 출처를 어떻게 구별할지 다룬 사건입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고 온라인에서도 자주 보이는 이름이라면 강한 브랜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이름을 ‘장소’로 기억하는지, ‘어느 회사의 서비스’로 기억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이 판결은 그 차이가 상표등록 거절 사유의 판단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 줍니다.
1. 사건 개요: 부동산 서비스에 출원한 세 상표
출원인은 2020. 9. 9. ‘코벤트가든’, ‘COVENT GARDEN’, 그리고 도형과 영문이 결합된 세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지정상품은 상표를 사용할 상품·서비스를 정한 것으로, 이 사건에서는 제36류의 건물관리업, 건물임대업, 부동산분양업, 부동산투자업 등 부동산 관련 서비스였습니다.

제1·2·3 출원상표에 맞서 비교된 선사용상표는 ‘Covent garden’이었습니다. 선사용상표란 상대방이 먼저 사용해 온 상표를 말합니다. 그 사용상품은 상점·사무실·상업용·주거용 부동산 임대업과 부동산 관리업이었습니다.
영국 회사가 등록에 이의를 제기한 뒤, 심사관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를 이유로 등록을 거절했습니다. 특허심판원도 2025. 2. 28. 출원인의 불복 심판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심판원의 판단인 ‘심결’에 불복한 출원인이 그 취소를 구한 것이 이번 소송입니다.
2. 핵심 쟁점: 이름이 닮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할까요?
법원은 세 출원상표와 선사용상표가 모두 ‘코벤트 가든’으로 불리므로, 외관에 차이가 있어도 표장이 동일·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표장은 문자나 도형처럼 상표를 이루는 표시를 뜻합니다. 부동산 관련 서비스가 동일·유사하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거절 근거인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는 유사성만으로 적용되는 조항이 아닙니다. 출원 당시 선사용상표가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품·서비스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어야 하고, 출원인에게 그 상표를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사정도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부정한 목적은 다른 사람의 상표에 쌓인 명성이나 신용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 등을 말합니다. 법원은 상표의 인지도와 창작성, 상품의 관계, 당사자 사이의 관계와 사업 준비 등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2020. 9. 9. 출원 당시 영국의 수요자가 선사용상표를 특정 회사의 출처로 인식했는지, 그리고 출원인에게 그 신용을 이용하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관광지의 유명세와 상표 인지도는 다릅니다
코벤트 가든은 런던의 오래된 청과물 시장과 쇼핑센터로 알려진 지역입니다. 지하철역 이름, 관광 안내 표지판, 건물 주소에도 그 지명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같은 이름이 관광지나 소개 사이트에 반복해서 등장해도, 사람들은 이를 특정 회사의 상표보다 지역의 이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영국 회사가 그 지역 부동산을 보유하고 임대·관리한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보유한 부지는 지역 전체의 약 30~40%였고, 다른 부동산 임대업자와 관광정보 사이트도 존재했습니다. 같은 이름을 접할 때마다 하나의 회사만 떠올린다고 보기 어려웠던 이유입니다.
많은 임대수익과 광고비도 그 자체로 결론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법원은 임대수익이 상표가 사용된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광고의 구체적인 내용과 횟수는 어떠한지, 지명 홍보와 구별하여 상표 자체가 얼마나 알려졌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관광지의 가치를 높이는 홍보가 임대사업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홍보를 본 사람이 그 지역 이름을 곧바로 임대회사의 상표로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이 구별한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영국 회사의 홈페이지 사용례입니다. 법원은 홈페이지와 SNS의 내용이 주로 쇼핑, 먹거리, 볼거리 등 관광정보였다는 점을 살폈습니다. 표시가 화면에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표시가 부동산 임대·관리 서비스의 출처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구별한 것입니다.
임대차 계약서, 연차보고서, 서비스 광고 브로셔에 사용된 자료도 있었지만, 그 표시가 지역 지도나 전경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서비스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자료 중 가장 빠른 사용 시점과 출원일 사이의 기간이 약 3년이었다는 사정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또한 실제로 사용된 도안화된 표장들과 이 사건에서 비교한 문자 형태의 선사용상표를 구별했습니다. 실사용표장을 어느 정도 회사의 출처로 인식한 소비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문자 형태의 선사용상표까지 특정인의 출처로 알려졌다고 곧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4. 부정한 목적도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은 표장과 서비스가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두 표시가 모두 유명한 지명과 같아 창작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선사용상표가 해당 서비스에 관하여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워, 출원인이 그 이미지나 고객흡인력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출원인의 복합 스트리트몰에 사용된 상점 모형과 차·꽃 조형물도 다툼의 대상이었습니다. 피고는 이 모습이 영국의 코벤트 가든과 닮았다는 사정을 들어 출원인이 선사용상표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유명한 거리의 모습을 참고했다는 사정만으로 특정 부동산 회사나 그 상표까지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일부 상점 이름은 코벤트 가든 입점 상점과 관련이 없었고, 일부는 다른 임대업자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조형물 설치 주체와 상대방 사진이 게시된 시점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결국 특허법원은 이 사건 세 출원상표가 위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특허심판원의 2023원1159·2023원1160·2023원1161 심결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이는 해당 거절 사유에 관한 판단입니다. 모든 지명 상표의 등록 가능성을 일괄적으로 인정하거나, 출원인이 지명 자체를 독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5.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
첫째, 지명을 포함한 브랜드를 보호하려면 ‘얼마나 많이 노출했는지’와 함께 ‘어떤 의미로 인식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지역 홍보 자료만 모으기보다, 해당 표시가 누구의 어떤 서비스에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약서·광고물·거래자료를 연결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둘째, 매출이나 광고비는 대상과 기간을 나누어 정리해야 합니다. 회사 전체의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표장의 인지도가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어느 표장을, 어느 서비스에, 언제부터 사용했는지가 드러나야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 출원상표와 실제 영업에 쓰는 표장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영문 대소문자, 도형 결합, 다른 회사명과의 병기 등 실제 사용 모습이 달라지면 소비자가 무엇을 출처표시로 받아들였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다른 상표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한 목적을 결론 내리거나, 반대로 지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등록·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 검토한 거절 사유와 별개로, 출원하려는 표장과 서비스에 맞는 등록 요건과 타인의 권리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마무리: 장소를 알리는 이름과 출처를 알리는 이름
코벤트 가든 판결은 ‘유명한 이름’과 ‘특정인의 상표로 알려진 이름’을 구별했습니다. 상표 실무에서는 이름이 얼마나 익숙한지에 더하여, 사람들이 그 이름을 보고 무엇을 떠올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명을 활용한 브랜드일수록 실제 사용 방식과 출처 인식에 관한 자료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판례 정보: 특허법원 2025. 11. 27. 선고 2025허10345, 2025허10346·2025허10347(병합)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