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디지털 도어락의 테두리와 곡면, 숫자 배열, 지문인식부에 차이가 있어도 디자인등록이 무효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6년 5월 28일 선고 2025허10521 판결은 개별적인 차이를 넘어, 이미 알려진 디자인들을 결합하여 그 외관을 쉽게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1. 디지털 도어락 등록이 무효가 된 경위
등록권리자는 2022년 12월 26일 디지털 도어락 디자인을 출원하여 2023년 7월 27일 제1226158호로 등록받았습니다. 출원은 등록을 신청하는 절차입니다. 이 디자인은 세로로 긴 몸체에 숫자 입력면을 두고, 양옆의 돌출된 테두리와 손잡이 부분, 상단의 지문인식부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2024년 9월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등록무효심판은 이미 등록된 디자인에 법이 정한 무효 사유가 있는지 특허심판원에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5년 7월 28일, 기존 디자인들의 결합으로 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내렸습니다.
권리자는 이 심결을 취소해 달라고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권리자의 청구를 기각하여 심결의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다른 제품의 판매가 디자인권 침해인지를 판단한 사건이 아니라, 등록디자인 자체가 등록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다룬 사건입니다.
2.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할까요
핵심은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2항의 창작용이성이었습니다. 창작용이성이란 해당 분야의 보통 디자이너가 이미 알려진 디자인을 바탕으로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여기서 보통 디자이너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분야의 일반적인 지식과 창작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합니다.
법원은 기존 형태를 거의 그대로 옮기거나, 다른 미감적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기능적 변경에 그치는 경우 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감은 외관을 보았을 때 느끼는 시각적 인상을 뜻합니다. 여러 기존 형태를 결합한 경우에도 물품의 관계, 외관상의 관련성, 결합의 쉬운 정도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권리자는 도어락이나 가구 손잡이는 잡아당겨야 하고 비밀번호 입력면도 필요하므로, 길쭉한 몸체 등 공통 부분의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테두리, 부드럽게 이어지는 입력면, 숫자 배열과 지문인식부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점은 독자적인 인상을 만든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법원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나눈 뒤, 그 차이가 새로운 외관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창작적 노력을 요구하는지를 검토했습니다. 단순히 두 디자인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설명과, 기존 디자인에서 쉽게 도출할 수 없다는 설명은 서로 다른 문제였던 것입니다.
3. 전자키에 가구 손잡이를 결합한 이유
판단의 출발점은 선행디자인 1인 터치형 전자키였습니다. 선행디자인은 해당 등록디자인보다 앞서 알려진 디자인을 말합니다. 이 전자키는 2020년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되었고, 2022년 사용자 설명서에도 실려 배포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디자인과 등록디자인의 전체 구성을 먼저 비교했습니다.
두 디자인은 모두 세로로 긴 형태이고 상단·중단·하단으로 나뉘며, 가장 넓은 중단에 숫자가 세로 한 줄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아래에는 비상전원부가 있고, 좌우에는 튀어나온 테두리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파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등록디자인에는 이와 다른 테두리의 구분과 상하 대칭 등이 나타났습니다.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의 전체 형상
그 테두리 차이를 살필 때 법원은 선행디자인 3인 가구용 손잡이를 함께 검토했습니다. 2019년에 공고된 이 디자인의 좌우 측면에는 두 개의 테두리 돌출부가 상하 대칭으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관련 도어 손잡이와 전자키 분야에도 위아래가 두껍고 가운데가 얇거나, 상하가 대칭인 디자인들이 다수 존재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선행디자인 1에 선행디자인 3을 결합하고, 해당 분야에서 흔히 쓰는 방법으로 테두리를 바꾸면 그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정 테두리 모양이 다르다는 점만으로는 이 사건의 창작용이성을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의 테두리 돌출부
두 디자인을 함께 보는 이유도 제시했습니다. 터치형 전자키와 가구용 손잡이는 수납장이나 책장의 문·서랍 등에 쓰이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품이었습니다. 길쭉한 직사각형 몸체와 상·중·하단 구성, 중단의 터치패드라는 외관도 관련되어 있어, 한쪽의 특징을 다른 쪽에 결합하기 쉽다고 판단했습니다.
4. 곡면·숫자·지문인식부는 어떻게 보았나요
부드러운 전면 곡선도 검토했습니다. 기존 전자키 역시 상단과 중단이 곡선으로 이어져 있었고, 곡선이 휘어진 정도의 차이가 미감의 차이를 만든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아래쪽 연결 부위를 위쪽처럼 완만하게 바꾸는 것도, 이 분야에서 흔한 상하 대칭 표현을 적용한 정도라고 보았습니다.
숫자 배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등록디자인과 기존 전자키는 숫자가 세로 한 줄로 놓인 점은 같지만 시작 숫자와 표시 내용 등이 달랐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숫자를 몇 개 쓸지, 어느 숫자로 시작할지, 특수문자를 넣을지와 같은 변경은 특별한 미감적 가치를 만들기 어려운 기능적 변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문인식부에서는 그림뿐 아니라 디자인의 설명도 중요했습니다. 선행디자인 3의 도면에 지문인식부가 직접 나타나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설명에 전면 또는 상단에 내장된 터치패드나 지문인식부로 서랍·문을 연다는 내용이 있어, 법원은 상단에 지문인식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선행디자인 1과 3의 상단부 구성
이를 조금 파인 형태로 만들지, 표면에 둘지, 정사각형 등 알려진 모양을 선택할지는 흔한 표현방법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기존 전자키의 상단에 그 지문인식부를 결합하면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바닥의 비상전원부도 사용자 시선 아래에 있고 전체 인상에 주는 차이가 작아, 기능적 변형에 그친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선행디자인 1에 선행디자인 3을 결합하고 통상적인 변경을 적용하면 등록디자인을 쉽게 창작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각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체 외관이 어떤 조합과 변경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검토한 결과였습니다.
5. 출원과 분쟁 대응에서 살펴볼 점
변리사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의 차이점을 표시하는 작업 다음에 그 차이의 의미를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곡선을 더 부드럽게 하거나 부품을 하나 추가한 사실만 강조하면, 알려진 모양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바꾼 것이라는 반론이 남습니다. 그 변화가 전체 외관에 어떤 새로운 인상을 주는지 연결하여 설명해야 합니다.
선행자료를 찾을 때도 제품 이름이 같은 자료에만 한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도어락을 검토하면서 가구용 손잡이가 중요한 결합 근거가 되었습니다. 쓰임새와 외관이 가까운 제품군까지 살피고, 그 자료에 어떤 형태와 배치가 이미 제시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접근이 도움이 됩니다.
등록을 준비한다면 전체 형상과 각 부분의 관계가 도면에 일관되게 드러나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쟁에서는 상대방이 제시한 여러 디자인을 왜 결합하기 쉬운지 또는 어려운지, 그 결합으로도 남는 외관상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이때 기능의 추가와 외관상의 창작적 변화는 구별하여 설명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 판결은 도어락의 작은 차이는 언제나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형태와 관련 선행자료를 토대로, 통상적인 결합·변경을 넘는 창작적 특징이 있는지를 판단한 사례입니다. 디자인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다른지와 함께, 그 차이가 왜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지를 설명할 근거를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