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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간접침해와 해외 생산의 경계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을 통해 백신 원액의 해외 생산과 직접·간접침해, 국내 연구·시험용 생산의 예외를 구별합니다.

백신 원액 수출과 해외 생산·연구시험의 특허 쟁점을 설명하는 원문 표지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국내에서 만든 원액을 해외로 보내 그곳에서 제품을 완성하면 국내 특허권을 침해할까요? 오늘은 백신 원액 수출과 연구·시험용 백신 생산을 구분한 대법원 2025년 5월 15일 선고 2025다202970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원액 수출과 완성백신 생산

원고들은 폐렴구균 조성물에 관한 특허권자와 전용실시권자였습니다. 전용실시권자는 정해진 범위에서 특허발명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권리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2017년 3월 21일 정정된 청구항 제1항이 판단 대상이었습니다.

청구항은 특허로 보호받을 내용을 적은 부분입니다. 제1항은 폐렴구균 백신으로 사용하기 위한 13가 면역원성 조성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13가는 폐렴구균의 13개 혈청형, 즉 구별되는 균 유형을 뜻하며, 면역원성은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피고는 국내에서 13종의 개별 접합체 원액을 생산해 러시아 회사에 수출했습니다. 접합체는 다당류와 단백질을 결합한 물질입니다. 러시아 회사는 각 원액을 혼합하여 13가 조성물을 완성했습니다. 국내에서 만든 것은 개별 원액이고, 이를 혼합한 조성물의 완성은 해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와 별도로 피고는 국내에서 완성백신을 네 차례 생산해 러시아 회사에 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원고들은 원액 생산·수출과 국내 완성백신 생산을 문제 삼았습니다. 두 행위는 제품의 상태와 사용 목적이 달라 각각 판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핵심 쟁점: 무엇을 어디에서 완성했나요?

국내 특허권은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효력을 갖습니다. 이를 속지주의라고 합니다. 직접침해를 판단할 때에는 청구항의 구성요소와 그 결합관계가 제품에 포함되는지도 살펴봅니다. 부품을 만들었다는 사실과 특허발명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구분하는 이유입니다.

법원은 이 조성물이 반드시 사람에게 바로 투약할 수 있는 최종 형태일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제형화, 즉 사용에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 백신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13개 혈청형 모두에 면역원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주사제로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침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침해: 마지막 혼합이 사소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 마지막 공정이 남아 있어도 국내 생산을 침해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요 구성이 모두 갖춰졌고, 한 주체에게 수출되어 극히 사소한 가공이나 조립만 거치도록 예정되었으며, 이미 특허발명의 효과를 구현할 상태라면 국내에서 실시제품을 생산한 것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이 예외는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이 사건의 혼합은 그런 간단한 마지막 단계가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원액의 투입량, 혼합비율과 혼합순서, 산성·알칼리성 정도를 나타내는 pH, 온도, 저어 주는 속도와 시간 등이 면역원성 구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혼합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13가 면역원성이 구현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개별 원액을 모두 생산했다는 사실만으로 제1항 발명의 효과를 구현할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대법원은 원액 생산의 직접침해를 부정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간접침해: 완성품 생산 장소도 중요합니다

간접침해는 완성품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등 법이 정한 행위를 침해로 취급하는 제도입니다. 특허권을 실효성 있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권리 범위를 부당하게 넓혀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서 말하는 생산은 국내에서의 생산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완성품 생산이 국외에서 이루어지면, 그 전 단계가 국내에서 이루어졌더라도 이 규정에 따른 간접침해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개별 원액은 모두 수출되어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간접침해도 부정했습니다. 원액 수출의 직접침해와 간접침해가 모두 부정되었지만, 각각의 판단 이유는 달랐습니다.

연구·시험 예외: 국내 완성백신은 별도 판단

국내에서 생산한 네 차례 완성백신은 제1항 발명의 보호범위에 속했습니다. 이 부분은 구성요소가 부족해서 침해가 부정된 사안이 아닙니다. 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의 연구·시험 예외가 적용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특허발명을 연구하거나 시험하려는 실시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특허권자 등의 독점적 이익을 불합리하게 훼손하지 않아야 합니다. 연구·시험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모든 생산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는 2018년 11월 7일부터 2020년 5월 27일까지 네 차례 백신을 생산했습니다. 제1·2·4차 백신은 러시아에서 비임상시험 또는 임상시험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비임상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과 구별되는 시험입니다. 제3차 백신은 제조기술이 제대로 이전되었는지 확인하는 분석시험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피고는 백신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연구·시험용이며 판매용이나 유통용이 아니라고 표시했습니다. 네 차례 백신이 실제 판매·유통용으로 제공되었다거나, 그 밖의 완성백신을 생산했다고 볼 자료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한 대법원은 해당 생산이 연구·시험을 위한 것이고 원고들의 독점적 이익을 불합리하게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 완성백신 생산에도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았습니다.

부정경쟁 주장과 대법원의 결론

원고들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부정경쟁 주장도 했습니다. 원심은 개별 접합체 생산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하고, 설령 보호할 성과라고 보더라도 부당한 무단 사용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도 받아들였습니다.

원심은 특허법원 2024년 12월 3일 선고 2023나10914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이 사건 생산행위에 관한 판단이며, 특허 자체를 무효로 선언한 판결은 아닙니다.

변리사 관점: 공정과 사용 목적을 기록하세요

해외 생산을 검토하는 기업이라면 공정이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에만 기대기보다, 국내 단계에서 청구항의 어느 구성과 효과가 구현되는지 점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공정의 실제 중요성을 보여 주는 제조조건과 품질 자료, 생산 장소와 수출 경로의 기록도 도움이 됩니다.

연구·시험용 생산은 시험계획과 실제 사용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제공 목적, 수량, 수령인, 용도 표시와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관리하시고, 판매·유통 물량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판결의 사실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실무상 조언이며, 각 사안의 허용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원액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 조성물의 침해를 판단할 수 없고, 국내 완성품 생산도 실제 연구·시험 목적과 권리자의 이익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해외에서 무엇을 더 해야 제품이 완성되는지, 국내 제품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가 판단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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