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광천김’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둘러싼 대법원 2026년 8월 12일 선고 2023후10736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지역 이름을 붙인 상품은 어떤 조건에서 상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 판결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함께, 상인들의 활동으로 쌓인 명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줍니다.
사건 개요: 광천김 등록무효를 다툰 이유
피고 영어조합법인은 2014년 7월 29일 ‘조미구이 김’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광천김’ 표장을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받았습니다. 지정상품은 등록된 표장을 사용할 상품의 범위를 뜻하고, 표장은 상품을 구별하기 위한 문자나 도형 등의 표시를 말합니다.

원고는 이 표장의 등록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쟁점은 광천김이 법에서 정한 지리적 표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 법인이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받을 자격을 갖추었는지였습니다. 등록무효심판은 등록 당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표 등의 등록 효력을 다투는 절차입니다.
특허법원은 2023년 6월 30일 선고한 2022허5713 판결에서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가 상고하여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지역 이름과 지리적 표시의 차이
이 사건에는 2016년 전부 개정 전의 구 상표법이 적용되었습니다. 해당 법은 상품의 산지나 널리 알려진 지리적 명칭만으로 이루어진 상표 등에 대하여 일반적인 상표등록을 제한하면서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등록을 허용했습니다.
지리적 표시는 상품의 특정 품질,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비롯된 경우에, 그 지역에서 생산·제조 또는 가공된 상품임을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이름에 지역명이 들어 있다는 사정에 더하여, 상품의 특성과 지역 사이에 실질적인 연결이 있어야 합니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은 이와 같은 표시를 사용하는 생산자 등의 법인에 등록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지역 상품에 대한 신용을 함께 유지하고, 그 상품을 선택하는 거래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취지가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명성도 지역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품질, 명성, 그 밖의 특성 중 적어도 하나가 특정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실질적인 연관성을 가지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리적 환경에는 기후·토양·지형 같은 자연환경적 요인과 전통적인 생산방법 같은 인적 요인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지역의 토양이나 기후가 상품의 품질을 만들었다는 설명만이 판단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서 이어 온 생산·유통 활동과 그 과정에서 형성한 상품의 명성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명성이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 비롯되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지역에서 비롯된 상품의 명성을 판단할 때, 그 지역 내 상품의 역사와 전통, 생산방법의 전통적 계승, 다른 지역 상품과 구별되는 특성, 소비자의 인식과 인지도, 유사 상품과의 가격 차이, 공신력 있는 제3자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광천김의 명성은 어떤 사정으로 인정되었을까요?
원심은 이 표장을 등록할 당시 광천읍이 조미구이 김의 산지로서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 바탕에는 광천읍이 재래김을 유통·판매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온 사정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광천읍 상인들이 축제를 개최하는 등 조미김을 지역특산물로 홍보한 활동과, 홍성군이 조미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한 활동이 더해졌습니다. 원심은 이와 같은 활동을 광천읍의 지리적 환경 중 인적 요인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조미구이 김의 명성이 광천읍에서 본질적으로 비롯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에, 광천김 표장이 지리적 표시의 정의에 들어맞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이 판단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2: 조합의 구성도 확인해야 합니다
구 상표법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받을 수 있는 자를, 해당 지리적 표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의 생산·제조 또는 가공을 업으로 하는 자만으로 구성된 법인으로 한정했습니다. 지역의 명성을 인정받는 것과 그 표시를 등록할 법인의 자격을 갖추는 것은 각각 확인해야 할 요건입니다.
피고의 정관은 설립 목적을 광천읍에서 생산되는 광천김의 자율적 생산, 품질 향상, 출하 조정, 공동판매 촉진 등으로 정했습니다. 조합원의 자격도 광천김의 생산·제조 또는 가공에 종사하면서 광천읍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규정했습니다. 정관은 법인의 목적과 구성·운영에 관한 기본 규칙입니다.
원심은 이 정관과 함께 등록 당시 조합원이 34개 업체였다는 점, 설립 이후의 활동, 관련 법률이 영어조합법인에 법인격을 부여한 취지를 종합했습니다. 그 결과 피고를 필요한 생산자 등으로만 구성된 법인으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명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피고가 등록받을 자격을 갖추었다는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
지역 상품의 단체표장 등록을 준비하신다면 상품의 특성과 지역 사이의 연결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이어 온 생산·유통의 역사, 공동 홍보와 축제, 산업 지원, 소비자의 인식 등을 기록해 두시면 지역에서 형성된 명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광고 자료가 많거나 상품이 유명하다는 사실만으로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합니다. 각 자료가 보여 주는 명성이 어느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통해 쌓였는지 연결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이 제시한 요소들은 종합 판단의 기준이므로 하나의 자료만으로 결론을 미리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법인의 정관과 실제 구성·활동도 함께 살펴보셔야 합니다. 구성원이 해당 상품의 생산·제조·가공을 업으로 하는지, 정관에서 정한 자격이 실제 운영에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해 두시면 법인의 등록 자격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 지역의 신용을 설명할 자료가 중요합니다
이 판결은 광천김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무효 여부를 판단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조미구이 김의 명성이 광천읍의 인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는 판단과, 피고 법인의 등록 자격에 관한 결론을 받아들였습니다.
지역 브랜드를 보호하려면 상품의 이름뿐 아니라 그 이름에 담긴 지역의 역사와 공동 활동, 그리고 생산자 단체의 구성을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광천김 판결은 지역의 신용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실과 자료를 살펴보아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