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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대 특허, 심판의 조건

대법원 2024후10436 판결을 통해 권리 대 권리 간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확인의 이익과 특허법 제98조의 이용관계를 살펴봅니다.

특허 대 특허, 심판의 조건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상대방도 특허를 가지고 있을 때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4후10436 판결은 두 특허 사이의 이용관계와 심판을 청구할 이익을 다룬 사건입니다.

특허가 있다는 말만으로 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기술이 내 특허와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심판의 본안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판결에서는 기술의 특정, 실제 사용 여부, 두 특허의 관계를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은 무엇을 확인하나요?

권리범위확인심판은 구체적인 기술이 특정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들어가는지 특허심판원에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특허권자가 상대방의 기술이 자신의 특허권 범위에 들어간다고 주장하며 청구하는 경우를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라고 합니다.

이때 비교 대상으로 정리하여 제출한 기술을 확인대상 발명이라고 부릅니다. 특허권의 보호범위를 정하는 청구항과 비교할 수 있도록, 어떤 부품이 어떻게 연결되어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사건 개요: 거푸집과 작업대의 연결 구조

원고들은 2022. 4. 29. 상대방 회사를 상대로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비교의 기준은 자신의 특허 전체가 아니라, 2019년 정정심결로 정정된 청구범위 제1항이었습니다. 정정은 등록된 특허의 청구범위 등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바로잡는 절차입니다.

확인대상 발명에는 건물 외벽의 거푸집, 작업대, 안전레일, 웰라, 연결구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거푸집은 콘크리트를 원하는 모양으로 굳히는 틀이며, 웰라는 이 사건에서 거푸집이 고정된 작업대와 일체로 결합된 부재를 뜻합니다.

연결구는 웰라와 안전레일을 이어 주었습니다. 웰라가 안전레일에 대해 올라갈 때 건물 외벽에서 더 멀어지도록 두 부재 사이의 간격을 벌리는 구조였습니다. 연결구의 위쪽은 웰라와 상대 회전이 없도록 결합되고, 아래쪽은 안전레일의 브레이스와 미끄러지듯 이동할 수 있도록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이 확인대상 발명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실제 사용하는 기술은 자신의 나중에 등록된 특허발명과 같으므로, 이 심판은 등록된 권리끼리 충돌하는 부적법한 청구라고 다투었습니다. 원고들은 상대방이 확인대상 발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기술이 자신의 먼저 등록된 특허발명을 이용하는 관계라고 맞섰습니다.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특허심판원은 2023. 5. 9. 확인대상 발명이 상대방의 실제 기술과 다르고, 원고의 정정된 제1항과 비교할 만큼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보아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본격적인 권리범위 판단에 들어가기 전에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입니다.

원고들이 심결 취소소송을 제기하자, 특허법원은 2024. 4. 4. 선고 2023허11944 판결에서 반대로 판단했습니다. 확인대상 발명은 실제 기술과 같고 충분히 특정되어 있으므로, 각하한 심결을 취소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이 인정한 점: 명칭보다 구조와 결합관계

대법원은 확인대상 발명이 충분히 특정되었다는 결론을 인정했습니다. 비교 대상의 모든 구성을 빠짐없이 적을 필요는 없고, 특허발명의 구성요소에 대응하는 부분을 기재하여 차이점을 판단할 수 있으면 된다는 취지입니다.

실제 사용하는 기술과의 동일성도 인정했습니다. 확인대상 발명에서 브레이스와 연결구라고 부른 부품이 상대방 자료에서는 각각 SR-브레이스와 SR-커넥터로 표현되어 있었지만, 기본적인 구조와 결합관계는 같았습니다. 확인대상 발명의 설명서에 붙은 도 2와 도 3도 상대방 카탈로그의 도면과 사실상 같았습니다.

즉, 이름이 조금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서로 다른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상대방이 실제로 그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사실적인 관점에서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왜 파기환송했을까요?

남은 문제는 확인의 이익이었습니다. 확인의 이익이란 해당 심판으로 법적인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를 뜻하는 절차상 요건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기술을 특정하고 실제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그 요건을 모두 검토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등록된 특허권자가 나중에 등록된 특허발명을 확인대상으로 삼아 자기 권리범위에 들어간다고 주장하는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등록무효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미 등록된 권리의 효력을 부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발명이 특허법 제98조의 이용관계에 있어, 나중에 등록된 특허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고도 권리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됩니다. 이용관계는 뒤의 발명이 앞선 특허발명의 기술을 포함하여 이용하는 관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단순히 두 기술이 닮았다는 주장만으로 이 관계가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자신의 후등록 특허를 근거로 다투었고, 원고들은 이용관계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특허법원은 확인대상 발명이 상대방 후등록 특허의 구체적인 실시 형태인지, 원고의 정정된 제1항과 이용관계에 있는지를 더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법원이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설명과 증명을 요구한 뒤 확인의 이익을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확인의 이익은 법원이 스스로 확인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법원이 모든 사실과 증거를 직접 찾아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이미 제출된 자료에 의문을 가질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대법원은 필요한 심리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에서 상대방 기술의 특허침해나 두 발명의 이용관계가 최종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변리사 관점: 특허번호와 실제 제품을 함께 보세요

실무에서는 세 가지 비교를 구별해 준비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확인대상 발명이 내 특허의 해당 청구항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지 확인합니다. 둘째, 그렇게 정리한 기술이 상대방이 실제 사용하는 기술과 같은지 제품 자료와 도면으로 뒷받침합니다.

셋째, 상대방이 특허권자라면 실제 제품과 그 특허의 관계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 특허번호만 제시하거나, 반대로 내 특허와 비슷하다고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후등록 특허의 구체적인 실시 형태와 이용관계를 각각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특허가 정정되었다면 처음 등록될 때의 문구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처럼 판단 기준이 정정된 제1항인 경우에는 그 청구항의 구성과 상대방 기술을 맞추어 보아야 쟁점을 정확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심판의 문턱과 권리범위 판단을 구별하세요

이 판결은 기술의 이름보다 실제 구조를 보아야 한다는 점과, 상대방의 후등록 특허가 등장하면 심판의 적법성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특허 대 특허의 분쟁에서는 등록 사실, 실제 사용하는 기술, 이용관계를 차례로 확인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4후1043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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