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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진보성과 사후적 판단의 함정

대법원 2025후10169 판결을 통해 정정 청구항의 진보성과 사후적 고찰 금지, 명세서 기재요건의 차이를 살펴봅니다.

특허 진보성과 사후적 판단의 함정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곡면 커버 보호필름 관련 특허의 진보성을 다룬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후10169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완성된 기술을 보면 “이 정도는 쉽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의 진보성은 결과를 알고 난 뒤의 인상이 아니라,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정정된 발명이 기존 기술로부터 쉽게 도출되는지, 그리고 명세서에 발명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설명되어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두 쟁점이 어떻게 다른지, 법원이 실제로 어떤 청구항을 판단했는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곡면 보호필름 특허의 등록무효 분쟁

대상 발명의 명칭은 “곡면 커버 보호필름, 이의 부착장치 및 이의 부착방법”입니다. 원고는 피고가 보유한 특허에 대하여 진보성이 없고 명세서의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등록무효심판은 이미 등록된 특허에 무효 사유가 있는지를 특허심판원에서 다투는 절차입니다.

특허심판원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원고는 그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허법원은 2025. 2. 13. 선고 2021허4638 판결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은 2025. 9. 25.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판단 대상이 정정된 발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청구항은 특허로 보호받으려는 기술적 구성을 문장으로 정한 항목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특허심판원 2023정(취소판결)2호 정정심결에 따라 고쳐진 청구항을 기준으로 진보성을 판단했습니다.

특허 진보성은 언제의 눈으로 볼까요?

진보성은 해당 기술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요건입니다. 통상의 기술자는 그 분야에서 보통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가진 기술자를 뜻합니다. 판단에 쓰이는 선행기술은 비교 대상이 되는 기존 기술입니다.

대법원은 먼저 증거와 기록을 바탕으로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대상 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수준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다음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그 차이를 극복하고 쉽게 발명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 기술과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진보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구성요소 일부가 이미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진보성이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핵심은 남아 있는 차이를 당시 기술자가 쉽게 해결할 수 있었는지에 있습니다.

정답을 먼저 아는 사후적 고찰의 위험

대법원은 대상 발명의 명세서에 공개된 기술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었다고 사후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명세서는 발명의 내용과 구현 방법 등을 설명하는 특허 서류입니다. 이를 정답지처럼 읽은 뒤 과거 자료를 재배열하면, 실제 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놓칠 수 있습니다.

이해를 위한 가상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발명이 기존 장치 A와 부품 B를 특정한 방식으로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결과를 본 뒤에는 A와 B가 각각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검토할 질문은 “둘 다 존재했는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출원 당시 기술자가 그 연결 방식에 쉽게 도달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이 예시는 실제 사건의 구성을 설명한 것은 아닙니다. 사건을 검토할 때에는 완성된 발명을 출발점으로 필요한 자료를 끼워 맞추고 있지 않은지, 출원 당시의 자료에서 차이점을 극복할 근거가 확인되는지를 구분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은 정정 청구항을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특허법원은 제1항 정정발명을 선행발명 6 및 선행발명 1과 각각 비교하여 차이점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어 선행발명 6·8에 의한 경우와 선행발명 1·4·5·8에 의한 경우를 검토했지만, 통상의 기술자가 그 차이점들을 쉽게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제1항 정정발명과 이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인용하는 제3항·제4항·제5항·제7항 정정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종속항은 다른 청구항의 구성을 포함하면서 추가적인 사항을 정한 청구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판단한 청구항 번호와 정정된 문언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명 중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그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청구범위 해석이나 진보성 판단 등에 관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심의 모든 설명을 그대로 승인했다는 의미로 확대해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이 판단은 위 정정 청구항과 사건에서 검토한 선행발명에 관한 것입니다. 곡면 보호필름이라는 제품군 전체에 진보성이 인정되었다거나, 시중의 모든 유사 제품이 특허를 침해한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이 사건은 특허의 등록무효 여부를 다룬 사건입니다.

“쉽게 발명”과 “쉽게 실시”는 다릅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의 명세서 기재요건이었습니다. 이는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발명에 관한 설명이 명확하고 상세하게 적혀 있어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쉽게 말해, 특허 서류를 읽고 발명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설명되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특허법원은 이 사건 정정발명의 설명이 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도 관련 법리와 증거를 검토한 뒤, 원심 판단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진보성과 기재요건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진보성은 출원 당시의 기존 기술에서 그 발명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를 묻습니다. 기재요건은 발명에 관한 설명을 읽은 기술자가 이를 구현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발명을 읽고 쉽게 실시할 수 있다고 해서, 발명을 알기 전에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변리사 관점의 실무상 시사점

첫째, 정정된 특허를 검토할 때에는 비교표의 기준부터 맞추어야 합니다. 정정 전 청구항으로 만든 분석을 그대로 사용하면 실제 판단 대상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정정 후 제1항에 어떤 구성이 포함되는지 확인하고, 종속항이 어느 청구항을 인용하는지도 함께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무효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선행자료의 개수보다 차이점을 연결하는 설명이 중요합니다. 각 자료에서 어떤 구성이 확인되고, 출원 당시 기술수준을 기준으로 왜 해당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반대로 특허권자 쪽에서는 단순히 “다릅니다”라고 말하기보다 그 차이를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진보성 대응과 명세서 기재요건 대응은 나누어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 기술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자료와 발명의 구현 가능성을 설명하는 자료는 역할이 다릅니다. 출원 단계에서도 해결하려는 문제, 구체적인 구성, 작동 방식이 서로 이어지도록 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허 진보성의 기준점은 출원 당시입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발명을 알고 난 뒤의 시선으로 과거의 기술수준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특허를 검토할 때에는 판단 대상 청구항을 정확히 정하고, 선행기술과의 차이를 확인한 뒤, 그 차이를 당시 기술자가 쉽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를 차례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순서를 지켜야 특허의 진보성과 설명의 충실성을 각각 제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대상 판결: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후10169 판결

원심 판결: 특허법원 2025. 2. 13. 선고 2021허463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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