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특허 정정을 무효로 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6. 8. 26. 선고 2025허10641 판결은 특허 제품을 공급받아 수출하는 업체의 정정무효심판 청구 자격과, 심판 참가인의 소송상 지위를 다룬 사건입니다.
특허권자와 거래하고 있고 특허의 존속에 사업상 관심이 있다면, 그 특허와 관련된 모든 심판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 법원은 거래관계 자체보다 정정이 유지될 때 어떤 법률상 불이익을 받는지를 살폈습니다.
특허무효와 정정무효는 무엇이 다를까요?
특허무효심판은 등록된 특허 자체에 무효 사유가 있는지 다투는 절차입니다. 정정무효심판은 명세서나 도면을 고친 정정에 법에서 정한 요건 위반이 있는지 다투는 절차입니다. 명세서는 발명을 설명한 서류이고, 청구범위는 특허로 보호받으려는 기술을 문장으로 정한 부분입니다. 특허심판원이 내리는 판단을 심결이라고 합니다.
특허를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취급됩니다. 반면 정정을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되면 그 정정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취급됩니다. 권리범위를 좁힌 정정을 없애면, 그 정정 전의 더 넓은 청구범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필러 수출업체는 왜 정정을 되돌리려 했을까요?
대상 특허는 바임이 보유한 ‘망상구조를 갖는 고분자 미세입자의 제조방법’에 관한 등록특허 제1725279호입니다. 망상구조는 그물처럼 연결된 구조를 뜻합니다. 이 사건은 필러라는 제품 자체의 효과를 평가한 사건이 아니라, 그 제조방법 특허를 둘러싼 절차상 분쟁입니다.
특허권자는 별도의 정정심판에서 미세입자의 직경을 20~150㎛로, 제조 수율을 80% 이상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수율은 제조 과정에서 목표한 결과물을 얻는 비율을 뜻합니다. 이 추가 조건은 청구항 1·7에 들어갔고, 이들을 인용하는 청구항 2·3·5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정정은 이러한 2차 정정입니다.
그런데 관련 등록무효 분쟁에서 2차 정정 후 발명이 명세서 기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후 특허 제품을 공급받아 해외에 수출하던 업체가 2차 정정을 무효로 해 달라고 청구했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그 심판에 참가했던 다른 회사가 정정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했습니다.
법원은 청구인의 법률상 불이익을 확인했습니다
법원은 정정무효심판을 청구할 이해관계인을, 정정이 그대로 유지되면 법률상 불이익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고 정정을 무효로 하는 데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단순히 특허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수출업체는 정정이 확정된 뒤인 2024년 8월경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수출했습니다. 법원은 이 업체가 정정 후 발명에 관하여 통상실시허락을 받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통상실시권은 허락받은 범위에서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 업체에게는 다른 업체의 실시를 금지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정이 없어져 특허의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새로 넓어지는 부분은 정정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원래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던 영역이었습니다. 오히려 실시허락의 대상 범위가 넓어지면서 실시료 등 부담이나 제약이 늘어날 위험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런 구조에서 수출업체가 정정의 유지 때문에 법률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출업체는 특허의 존속 여부가 거래조건,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등에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에서 주장한 사정들을 간접적인 사실상 이익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로 보았습니다. 정정이 무효가 된다고 곧바로 정정 전 특허의 유효성이나 수출 제품의 특허 실시 여부까지 확정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권리범위가 다시 넓어지면 제3자도 영향을 받습니다
법원은 정정으로 좁아진 청구범위를 믿고 사업을 하던 제3자의 사정도 고려했습니다. 그 정정을 나중에 소급하여 없애면, 정정 후 범위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정정 전 범위에는 들어가는 기술을 사용하던 경쟁업체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처럼 정정 전의 더 넓은 특허권을 회복하려는 청구인과 특허권자의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하는 경우, 양쪽이 다투는 구조를 전제로 한 심판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이 청구 자격을 엄격하게 판단한 이유였습니다.
심판 참가인이 혼자 소송을 낼 수도 있나요?
이 사건에서 취소소송을 낸 회사는 정정무효심판의 주된 당사자가 아니라 참가인이었습니다. 참가란 심판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한쪽 당사자를 돕기 위하여 절차에 참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회사는 별도의 등록무효 분쟁을 진행하고 있었고, 정정의 무효 여부에 따라 그 분쟁에서 판단할 명세서 내용이 달라지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원은 심판의 참가인도 특허법에 따라 독자적으로 심결취소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허권자가 이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소 취하서를 냈지만, 법원은 그 제출에 소송을 끝내는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심판에서의 참가 지위와 이후 취소소송에서의 당사자 지위를 구분한 것입니다.
판결의 결론과 실무상 시사점
특허법원은 수출업체가 이 사건 정정무효심판을 청구할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아 그 심판청구를 각하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각하는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내용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그 결과 법원은 정정무효를 인정했던 특허심판원의 2025. 11. 25. 자 2025당227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변리사 관점에서는 먼저 원하는 결과가 특허 자체의 소멸인지, 특정 정정의 제거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정정 전후 청구범위를 비교하고, 정정이 유지될 때 청구인에게 생기는 구체적인 법률상 불이익을 정리해야 합니다. 거래계약이나 실시허락이 있다는 사실과 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있다는 결론은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이 판결을 모든 통상실시권자의 무효심판 청구를 막은 판결로 이해해서도 안 됩니다. 법원은 정정무효로 권리범위가 오히려 좁아지는 경우에는 통상실시권자에게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익이 인정될 여지도 설명했습니다. 무엇을 무효로 하려는지, 그 결과 권리범위와 부담이 어느 방향으로 바뀌는지가 중요합니다.
정정은 문구를 고치는 일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와 경쟁업체의 법적 위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정정무효심판을 검토할 때에는 정정의 문제점과 함께, 그 문제를 다툴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분쟁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