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의 김용덕 변리사 입니다.
오늘은 법적 규제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던 상표도 불사용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특허법원 2025. 4. 17. 선고 2024허15431 판결은 ‘DoctorsNow’ 상표와 관련하여,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뒤에도 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사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다룬 사건입니다.
상표권자 입장에서는 “얼마 전까지 사업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제부터 다시 3년을 기다려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법원은 규제가 있었다는 사실만 보지 않고, 심판청구 전 3년 전체와 그중 실제로 상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기간을 함께 살폈습니다.
1. DoctorsNow 상표는 왜 취소되었을까요?
이 사건 상표는 2014. 1. 14. 출원되어 2015. 3. 5. 등록된 상표서비스표등록 제54614호입니다. 상표의 사용 분야로 의약 관련 상품과 여러 서비스업이 지정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제44류의 원격의료서비스업과 원격치의료서비스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지정상품·지정서비스업은 등록상표를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할 것인지 정해 둔 범위입니다.

이 사건의 등록상표 ‘DoctorsNow’입니다. 이번 분쟁은 이름이 다른 상표와 비슷한지가 아니라, 등록 후 사용하지 않은 사정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상대방은 2022. 11. 28. 상표등록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상표권자나 사용을 허락받은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국내에서 3년 이상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를 ‘상표 불사용취소심판’이라고 합니다. 등록만 해 둔 채 사용하지 않는 상표를 정리하여 다른 사람의 상표 선택 기회도 확보하려는 제도입니다.
특허심판원은 2024. 10. 18. 2022당3319 심결에서 상표등록을 취소했습니다. 상표권자는 그 판단을 취소해 달라고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심결은 특허심판원이 내리는 판단을 뜻하며, 이 사건 법원 소송은 그 판단이 적법했는지를 다투는 절차였습니다.
2. 법적 규제도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가 됩니다
상표를 쓰지 않았다고 언제나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표법은 불사용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법원은 질병이나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뿐 아니라, 법률상 규제·판매금지·국가의 수입제한 등으로 지정상품이 국내에서 일반적이고 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상표권자가 책임질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 때문에 상표를 사용하지 못했는지입니다. 단순히 사업을 미루고 싶었다는 사정과 법률 때문에 영업 자체가 어려웠다는 사정은 구별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살펴본 기간은 심판청구 전 3년인 2019. 11. 28.부터 2022. 11. 27.까지였습니다. 이 기간에 등록상표가 지정상품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툼이 없거나 인정되었습니다. 상표권자는 그중 원격의료서비스업과 원격치의료서비스업에 관하여, 법률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지 않았던 사정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의 주된 검토 대상은 위 두 서비스업에 관한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였습니다. 나머지 지정상품에 관하여도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었습니다. 의료 관련 모든 상품의 사용 가능성을 같은 이유로 판단한 사건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3. 규제가 풀린 뒤의 사용 가능성이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적어도 2020. 12. 15.부터는 비대면 진료에 관한 법률적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되어, 이 사건 상표를 위 서비스업에 사용하는 데 별다른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인 기간 동안,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실제 시장 상황도 판단 자료가 되었습니다. 법원이 살펴본 신문기사에는 비대면 진료 이용 환자가 증가했고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20여 개에 이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심판청구 전 3년의 기간 안에 관련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상표권자는 의료인으로서 코로나19 대응에 바빴고, 비대면 진료 제도가 완비된 뒤 상표를 사용할 생각이어서 당시 사용 준비나 사용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개인의 주관적인 사정으로 보았습니다. 법적 제한이 풀리고 서비스 이용도 늘어나던 상황에서, 그 사정만으로 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여기서 구별할 점은 ‘완성된 제도가 나오기를 기다린 선택’과 ‘객관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던 장애’입니다. 법원은 제도의 정비를 더 기다리고 싶었다는 생각을, 규제로 인하여 상표 사용이 불가능했던 사정과 같게 보지 않았습니다.
4. 규제가 풀린 날부터 다시 3년을 셀까요?
상표권자는 또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2020. 12. 15.부터 심판청구일인 2022. 11. 28.까지는 아직 3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불사용취소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심판청구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 3년 전체를 기준으로, 그 전부 또는 실질적으로 상당한 기간에 상표를 사용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사정이 객관적으로 있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중 일부 기간에 사용이 제한되었더라도, 나머지 상당한 기간에는 사용할 수 있었는데 사용하지 않았다면 3년 전체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남은 기간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사정이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은 규제가 풀리면 언제나 새로운 3년의 유예기간이 생긴다는 이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규제가 잠깐이라도 풀리면 모든 상표가 즉시 취소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실제 장애의 내용과 지속 기간, 규제 완화 이후의 사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결국 특허법원은 상표권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기각은 청구 내용을 검토했지만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등록상표의 불사용에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상표등록을 취소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은 적법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5. 변리사 관점에서 보는 상표 관리의 시사점
첫째, 규제 산업의 상표는 규제의 존재뿐 아니라 변화 시점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에 어떤 제한이 있었는지, 언제부터 어떤 조건으로 사용이 가능해졌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업종 전체가 어려웠다는 설명만으로는 개별 지정상품의 상표 사용 장애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실제 사용 자료와 사용하지 못한 이유에 관한 자료를 나누어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사용을 주장한다면 해당 상표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언제 사용되었는지 연결되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정당한 이유를 주장한다면 적용 법령이나 행정조치, 그 조치가 자신의 사업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과 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사업 준비가 늦어졌다는 내부 사정만으로 상표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은 사용 준비 자체가 없었던 사정도 드러난 사례입니다. 준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상표 사용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등록 후의 권리 관리와 실제 사업 진행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표권 분쟁이 걱정되어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다룬 다른 판례와 함께 읽으면, 개인적인 판단과 객관적인 사용 장애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
규제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던 사업이라도, 규제가 완화된 뒤의 사정까지 살펴야 합니다. DoctorsNow 판결은 상표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를 한 시점의 금지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심판청구 전 3년의 흐름과 실제 사용 가능성 속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등록상표를 지키려면 등록 당시의 계획만큼 등록 후의 사용과 증거 관리도 중요합니다.
